'취업 제한' 풀린 이재용의 첫 행보...반도체 관련 대형 인수합병 내놓나

입력
2022.08.12 11:40
수정
2022.08.12 14:47
10면

특별사면으로 '취업 제한' 등에서 벗어나
대외 활동 적극 나설 전망...일자리 창출 기대
다만 사법 리스크 여전...경영권 승계 재판 남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월 18일 유럽 출장을 마치고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월 18일 유럽 출장을 마치고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됐다. 취업 제한이 해제돼 다음 주(15일)부터 경영 전면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로 삼성은 미뤄뒀던 대규모 인수합병(M&A) 등 '뉴삼성'을 향한 주요 의사 결정에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정부 사면 발표 후 공식 입장을 내고 "지속적인 투자와 청년 일자리 창출로 경제에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의 이번 복권 발표는 6년 가까이 이어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에 마침표가 찍혔다는 의미가 있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2016년 11월 수사 대상에 오른 후 이듬해 2월 구속 기소됐고, 4년 동안 법정 공방을 이어오다 지난해 1월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이 확정됐다.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은 두 차례 법정 구속되는 등 20개월 동안 수감 생활을 해야 했다. 지난해 8월 가석방으로 풀려난 뒤 지난달 29일 형기가 만료됐지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5년 동안 취업 제한이 적용돼 과거처럼 경영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 경제인 사면 복권 사유가 '경제 위기 극복'인 만큼, 이 부회장은 정부 정책과 보조를 맞춰 기존에 발표한 투자 계획 등을 우선적으로 챙기며 '경제 구원투수' 역할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윤석열 정부 출범 뒤 5년 동안 450조 원(국내 360조 원)을 투자해 반도체와 바이오, 신성장 정보기술(IT) 부문을 집중적으로 키우겠다고 발표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서도 사회적 책무를 다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더욱 열심히 뛰어서 기업인의 책무와 소임을 다하겠다"며 "지속적인 투자와 청년 일자리 창출로 경제에 힘을 보태고,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정부의 배려에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 앞에서 복권 소감을 묻는 취재진에게도 "국가 경제를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 경영 전면에 나서며 '경제 구원투수' 할 것"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5월 2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방문, 이재용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과 5월 2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방문, 이재용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부회장이 반도체와 배터리 등 글로벌 공급망 관련 현안과 신제품 발표 등 삼성의 주요 현안을 직접 챙기며 주요 의사 결정에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대형 인수합병(M&A) 등 그동안 사실상 전무했던 과감한 투자 계획이 발표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실제 6월 이 부회장이 유럽으로 출장을 떠나면서 반도체, 자동차부품 등 주요 기업들에 대한 M&A를 검토했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네덜란드의 NXP, 독일 인피니언 등 차량용 반도체 기업이나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 등이 M&A 후보로 꼽히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보유액은 약 126조 원으로 M&A를 하는데 충분한 자금은 확보한 상태다.

삼성 내부의 경영 활동에도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전문 경영인들과 외부 활동이나 국내외 사업장 방문 등 공개 행보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자제해 온 내부 임직원과 소통도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은 2012년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후 10년째 부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2020년 10월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별세 후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승진 여부에 관심도 커졌지만 삼성 안팎에서는 사면을 받은 뒤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점쳤다.

다만 이 부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국정 농단 사건과 별개로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 작업의 하나로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회계를 주도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9월 기소돼 매주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당장 광폭 행보를 보이기보다 경영 보폭을 차츰 넓혀갈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유환구 기자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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