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지방 시대' 약속과 UCLG

입력
2022.08.12 04:30
수정
2022.09.16 06:47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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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UCLG 총회 D-100 을 맞아 지난 7월 2일 대전에서 열린 '성공 기원' 불꽃 및 드론쇼를 이장우 대전시장(가운데)과 유득원(오른쪽) 기획조정실장이 관람하고 있다. 대전시 제공

대전 UCLG 총회 D-100 을 맞아 지난 7월 2일 대전에서 열린 '성공 기원' 불꽃 및 드론쇼를 이장우 대전시장(가운데)과 유득원(오른쪽) 기획조정실장이 관람하고 있다. 대전시 제공

짧지 않은 기자 생활을 하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국내 언론을 통해 전달되는 소식 가운데 국제뉴스 비중이 터무니없이 적다는 사실이다. 한국의 경제규모(GDP 기준 세계 10위)와 창의력 수준(국제특허출원 세계 4위) 등 각 분야 ‘세계화’ 성적을 고려하면 그 정도가 심하다. 한국보다 뒤에 있는 나라들을 여행하면서 현지 신문과 방송을 봐도 우리보다 높은 수준으로 국제사회 동태에 주파수를 맞춰 움직인다. 대신 우리는 정치권이나 권력기관 다툼 등 이른바 ‘도메스틱 이슈’에 집중하는 경향이 짙다.

이런 분위기 때문일까. 국내에서 열리는 대형 국제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지역 언론을 제외하면 크게 주목하지 않는 행사들이 있다. 10월 10일부터 닷새간 대전에서 열리는 세계지방정부연합(UCLG) 총회가 그중 하나다. 중앙 언론들이 시큰둥하니 제대로 관심을 갖은 곳이 없다. UCLG는 전 세계 도시의 유엔 같은 국제기구다. 140개국 25만 개 지자체와 170여 개 협의체로 구성돼 환경, 교통, 복지, 인권 등 다양한 분야의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한다.

일단 이 행사에 오겠다는 사람들 규모부터 시원찮다.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라고는 하지만, 이달 초부터 열흘 동안 230여 명이 등록하는 데 그쳤다. 유치 당시 140개국 1,000개의 도시에서 5,000명 이상 방문할 것이라던 전망에 비하면 초라하다. 동네 잔치에 머물까 걱정된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최근 ‘유치한 지 얼마 안 됐다면 행사를 반납, 취소해버렸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까지 해 이 같은 우려에 기름을 부었다. 행사 책임자로서 느끼는 갑갑함의 표현일 수 있지만, 3년 전 행사 유치에 힘 쏟고 피 말리며 준비해온 실무자들 사이에선 한숨이 나온다.

어쩌다 이런 초대형 국제행사가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게 됐는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이 행사를 지금과 같은 분위기로 끌고 가 치르기엔 너무 아깝다는 점이다. 행사에 들어갈 100억 원가량의 세금 때문만은 아니다. 지자체의 국제 감각을 끌어올리고 경쟁력을 키우는 데 이만한 자리가 없다. 정부가 공들이는 국토 균형발전에도 유용한 행사다. 국내 지자체들이 84개국 1,330개 도시와 맺고 있는 1,779건의 행정, 관광, 스포츠, 경제, 문화예술 분야 교류(결연)의 수준을 끌어올릴 호기이기도 하다.

정부끼리 대놓고 경쟁하는 시대는 저물고 있다. 대신 지역과 지역이, 도시와 도시가 각각의 브랜드로 경쟁한다. 아시아 금융허브, 물류허브를 놓고 서울과 인천 부산이 홍콩 상하이 도쿄 싱가포르와 경쟁을 벌이지, 한국이 정부 차원에서 중국, 일본과 경쟁하지 않는 식이다. 우리의 국제적 위상을 고려하면 국내 지자체도 이젠 해외 도시들과 적극 교류하면서 체력을 키우고, 그들과 직접 경쟁할 때가 됐다. 작은 지자체의 정책도 UCLG 플랫폼을 이용하면 세계적 정책이 될 수 있다.

지방정부는 국가가 나서기 힘든 일을 할 수 있다. 대전시와 UCLG 사무국이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에 해당하는 북한 조선도시연맹에 초청장을 보낸 게 일례다. 중국, 일본 등과 외교 시험대에 올라 있는 우리 정부 입장에서 UCLG 총회를 활용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뜻이다.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한 윤석열 대통령이 대전에서 열리는 세계지방정부연합 총회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적지 않다.


정민승 사회부 차장





정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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