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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약방문 호우 대책, 졸속 실행 안 되도록

입력
2022.08.12 04:30
27면
오세훈(왼쪽) 서울시장이 9일 이기재(가운데) 양천구청장 등과 함께 신월동 도로침하 현장을 방문해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양천구 제공

오세훈(왼쪽) 서울시장이 9일 이기재(가운데) 양천구청장 등과 함께 신월동 도로침하 현장을 방문해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양천구 제공

서울시가 10일과 11일 연이틀 수도권 집중호우에 따른 수해 재발 방지대책을 내놨다. 핵심은 수해 취약지역 6곳에 대심도 빗물저류배수시설(빗물터널)을 짓는 것과 인명 피해까지 초래한 반지하 주택을 없애는 것이다. 모두 서울시가 2010년과 2011년 수해 당시 재발 방지책으로 발표하고선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안이다. 사후약방문으로 묵은 대책을 꺼내든 셈인데, 신중한 이행 없인 그마저 졸속이기 쉽다.

반지하 주택 대책은 신규 지하 주택 건설을 막고 기존 물량은 순차적으로 비주거용으로 전환하는 내용이다. 반지하 세입자를 보다 여건 좋은 주거지로 옮기도록 하는 게 관건일 텐데 서울시는 공공임대주택 제공, 주택바우처 지급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정부가 공공임대 공급을 축소하고 있는 마당에 서울에만 20만 호에 달하는 반지하 이주 수요를 받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주택바우처는 지원액이 월 8만~10만5,000원이라 지상 이주에 필요한 집세 증액분에 못 미친다.

빗물터널 증설안은 상습 침수지 지하에 빗물 저장 기능을 갖춘 대형 배수관을 설치하는 방안이다. 서울시가 2011년 대책에서 터널 건설을 예고한 7곳 가운데 시행하지 않은 6곳이 대상이다. 유일하게 터널이 완공된 양천구 신월동이 수해를 피하면서 터널 효과의 기대감이 높아진 게 사실이다. 다만 부대시설까지 합쳐 예산이 10년간 3조 원이나 드는 점이 부담이다. 강남역, 광화문 등 도심은 밀집 개발로 지하구조물이 복잡해 공사가 쉽지 않은 만큼 소규모 저류조를 늘리는 게 현실적이란 분석도 나온다.

정교한 대책만큼 중요한 건 일관되고 실효성 있는 실행이다. 반지하 주택 문제만 해도 2012년 건축법 개정으로 상습 침수구역 내 지하층은 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을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지만, 이후에도 서울에선 반지하 주택이 4만 호 넘게 늘었다. 빗물터널 건설은 막대한 예산과 가시적 성과를 중시하는 지방행정 관행에 발목 잡혀왔다. 이런 우를 피해야 기후변화에 대응한 수해방지 대계를 세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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