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터' 정병길 감독 "주원, 뒷모습으로도 연기...뛰어난 배우" [인터뷰]

입력
2022.08.11 08:57

정병길 감독이 '카터'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넷플릭스 제공


결과가 좋든 안 좋든 시도하는 게 창작자의 몫이 아닐까요.

'카터'로 돌아온 정병길 감독이 한 말이다. '카터'는 공개 3일 만에 2,730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영화(비영어)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고 한국 미국 일본 등 총 90개국 톱 10 리스트에 올랐다.

'카터'가 이전에 찾아보기 힘들었던 유형의 액션 영화라는 점은 분명하다. 액션 신들이 휘몰아치고 극 초반 주원은 속옷만 입은 채 다수의 적들과 싸운다. 동양미가 담긴 음악, 카터의 문신도 돋보인다. 정 감독은 어린 시절 그림과 영화를 좋아해 극장 간판을 그리는 사람이 되길 꿈꿨다. 동양화를 전공했던 그의 작품은 "인생이 묻어난 결과"라고 했다.

정 감독의 창작자 정신과 삶이 담긴 넷플릭스 영화 '카터'는 지난 5일 공개됐다. 190억 원가량의 제작비로 완성된 이 작품은 카터(주원)가 주어진 시간 안에 자신을 되찾고 미션을 성공시켜야만 하는 이야기를 담는다. '내가 살인범이다' '악녀' 등으로 사랑받은 정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아왔다.

목욕탕 액션 비하인드 스토리

정병길 감독이 '카터'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줬다. 넷플릭스 제공

오토바이 액션, 총격전 등 짜릿함을 안기는 다양한 장면들이 '카터'를 채운다. 그중에서도 목욕탕 신은 많은 이들이 파격적이라고 꼽는 부분이다. 정 감독은 처음에는 목욕탕 신을 구상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장소 헌팅을 가서 폐목욕탕을 발견했다. 내가 예전에 썼던 목욕탕 총격 신 시나리오를 쓴 적이 있다.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시나리오인데 그게 생각나더라. 그 장면을 '카터'에 그대로 가져오고 싶었다"고 했다. "아까는 시나리오였는데 포기하고 '카터'에 올인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카터가 옷을 입지 않은 채 등장한 이유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정 감독은 "카터가 처음에 일어났을 때 누군가의 지시를 받아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난관을 뚫고 갈 수 없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카터가 옷을 다 입고 있으면 심리적으로 더 편하게 헤쳐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고문할 때, 상대를 괴롭힐 때 옷을 벗기고 수치심을 주면서 말을 듣게 하지 않으냐"고 말했다.

뒷모습으로도 연기하는 주원

정 감독은 뒷모습으로 연기를 할 줄 아는 이가 뛰어난 액션배우라고 믿는다.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이 액션을 더 잘하는 경우가 있다. 그건 정말 액션을 잘 해서가 아니라 몸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아는 거라고 생각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정 감독이 바라본 주원은 뒷모습으로 캐릭터를 표현할 줄 아는 배우였다. "주원 배우의 몸에서 먹을 치는 듯한 느낌이 나왔어요. 먹이라는 것도 시커먼 색깔이지만 그 안에 많은 그러데이션이 들어갈 수 있죠. 뒷모습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모습에 주원 배우의 액션을 극찬했습니다."

주원은 영화를 위해 7kg을 증량했다. 주원과의 첫 만남을 떠올리던 정 감독은 "바로 찍어도 될 만큼 몸이 좋은 상태였다"고 했다. 그러나 주원은 더 세심하게 캐릭터를 준비하고 싶다고 말했단다. 주원은 운동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보냈고 정 감독은 열심히 하는 그를 응원할 수밖에 없었다. 촬영이 끝난 뒤 '카터'를 대중에게 선보이기까지 한 지금 두 사람은 형, 동생 사이로 지내고 있다.

정병길 감독의 노력

정병길 감독이 '카터'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넷플릭스 제공

많은 감독들이 자신이 만든 영화를 자식에 비유하지만 '카터'는 정 감독에게 부모 같은 작품이다. 그는 "'카터'가 태어나서 제일 열심히 했던 영화인 동시에 가장 힘들었고 가장 행복했던 영화다"라고 말했다. '카터'를 찍는 동안 날씨도 좋았고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도 없었다고도 했다. 위험한 액션 장면들이 많지만 큰 부상 없이 마칠 수 있었단다. 이러한 '카터'에는 많은 노력들이 담겼다. 전문 스카이다이버가 직접 카메라를 들고 비행기에서 뛰어내려 유일한 치료제인 소녀를 구하는 카터의 모습을 담아냈고 실제 헬기와 똑같은 크기의 헬기가 특수 제작됐다. OTT 개봉인 만큼 시청자가 TV, 휴대폰, 노트북 중 무엇으로 볼지 모르기에 노멀한 사운드를 디자인해야 했다.

정 감독의 독특한 촬영 기법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역동적인 원테이크 촬영은 시청자들에게 짜릿함을 안겼다. 그는 "'서울 북한 중국까지 한 번에 리얼 타임으로 달리면 쾌감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원테이크가 갖게 될 수 있는 지루함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죠. '축구를 볼 때 축구공에 카메라가 있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연출을 하려고 했어요. 역동적인 앵글, 그림들을 많이 보면서 공부했습니다. 기존의 원테이크 영화들을 보며 저도 모르게 습득한 것들도 있겠지만요."

정병길 감독의 거창하지 않은 목표

시간이 흘러 '카터'의 시즌2가 제작된다면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정 감독은 다양한 방향을 생각 중이다. 그는 "중국에서 러시아로 넘어가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카터의 과거인 미국 요원 이야기를 그려볼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카터가 한정희(정소리)를 어떻게 만났는지 혹은 어떻게 스파이가 됐는지 등을 그려보고 싶다는 이야기도 들려줬다. 또한 "'카터'는 원테이크였지만 이번에는 컷으로 된 스릴러 영화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카터'를 통해 정 감독이 이루고 싶은 목표는 그의 지난날과 관련돼 있다. 과거 삼수를 하던 그는 학원 대신 극장으로 향했단다. 당시를 회상하던 정 감독은 "입시 공부하는 게 너무 고통스러웠다. 그런데 영화는 보는 동안 다른 생각을 못 하게 해줬다. 액션을 볼 때는 머릿속이 하얗게 되는 듯했다"고 이야기했다. "2시간 동안 극장에 가둬놓고 고민을 없애주는 게 영화의 매력이라고 생각했죠. 제 바람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카터'가 누군가의 고민, 잡념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면 좋겠어요."

'카터'는 넷플릭스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정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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