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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족한 북유럽도 진작 연금개혁을 했다

입력
2022.08.11 00:00
27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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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 스웨덴 복지모델이 우리 사회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었다. 당시 대선 공약에서 스웨덴의 '저녁 있는 삶'이 거론되었고, 국회의원 공부 모임의 주된 관심사가 노르딕 복지모델일 정도였다. 이렇게 큰 관심을 받았던 스웨덴을 포함한 노르딕 국가 복지모형에 대한 관심이 예전만 못한 것 같다. "복지 천국으로 알려진 노르딕 모형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피상적으로 알고 있었던 내용과 괴리가 상당하다는 것"을 깨달아서인 것 같다. 노르딕 국가는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아이슬란드를 지칭한다.

10여 년 전 스웨덴 출장 중, 스톡홀름에서 만났던 스웨덴 정부 관계자가 필자에게 던진 질문이 있었다. 스웨덴 국민이 제일 신뢰하는 정부기관이 어딜 것 같냐는 것이었다. 머뭇거리고 있으니 하는 말이 국세청이라고 했다. 투명한 일 처리로 국민적인 신뢰가 두텁다고 했다. 대부분의 자료가 공개되고, 심지어 이웃집의 연간 소득수준이 어느 정도 인지도 확인이 가능하다고 한다. 공무원연금·군인연금 재정추계 결과조차 공개하지 않는 우리와 결정적으로 차이 나는 대목이다.

노르딕 국가의 연금 운영 현황을 보면, 공적연금을 동일연금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하나의 연금제도로 통합하지는 않았으나 일반 국민 대상의 연금과 공무원연금을 동일하게 운영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과거 노인 대부분에게 지급하던 기초연금을 스웨덴과 노르웨이는 폐지했다. 핀란드는 취약노인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하는 방식으로 개편했다. 대상자를 줄이는 대신 취약노인의 소득보장을 강화했다. 대신 우리보다 인구구조가 훨씬 양호함에도 위기가 닥치기 전에 선제적으로 연금재정 안정화 조치를 취했다. 소위 말하는 연금재정 자동안정장치를 도입한 것이다.

자동안정장치란 연금제도 운영에 부정적인 요인이 발생하면 이를 자동으로 반영하는 조치다. 출생률이 하락하고, 평균수명이 늘어나 연금받는 기간이 길어지며, 경제성장률이 하락하여 국가적인 부양 능력이 약화되면, 이를 매년 연금제도 운영에 자동으로 반영하는 것이 바로 연금재정의 자동안정장치다. 스웨덴이 1998년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자동안정장치를 도입했다. 독일과 일본이 2004년 스웨덴과 유사한 자동안정장치를 받아들였다. 북해 유전에서 석유가 펑펑 쏟아지는 노르웨이도 2012년 자동안정장치를 도입했다.

오랜 지인인 핀란드의 비드룬트 미카가 2014년 전후 필자에게 했던 말이다. "노르웨이가 또 북해에서 양질의 석유매장을 확인했다면서, 노르웨이는 복도 많다고." 이런 노르웨이가, 심지어 GDP의 300%가 넘는 세계 최대규모 국부펀드(GPFG)가 있음에도, 고령화로 고통받을 후세대를 위해 현세대가 쓰지 않고, 미래세대에게 넘겨주려 하고 있다. 이것이 노르딕 국가가 운영하는 복지와 연금제도의 참모습이다.

스웨덴을 제외한 개별 노르딕 국가들의 총인구보다도 많은 700만 명 이상이나 되는 우리나라 1차 베이비붐 세대가 노동시장에서 대부분 은퇴하고 있다. 작년 출생률 0.81은 70만 명에서 100만 명 태어난 세대를 26만 명 세대가 부양해야 함을 의미한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인구 보너스' 시대를 누렸지만, 이제는 인구가 줄어드는 '인구 오너스(Onus)'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총인구가 줄다 보니, 그만큼 청년층과 미래세대의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좌고우면하지 말고 가급적 빨리, 그것도 강도 높은 연금개혁을 해야만 하는 이유를 노르딕 국가가 알려주고 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한국연금학회 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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