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현자'는 옳았다... '신림동 펠프스'는 자제했어야"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침수 상황, 차량 위 올라간 것이 오히려 안전"
"재난 중 수영은 위험, 모방도 우려"
'강남역 슈퍼맨' 본 정창삼 교수 "빗물받이 늘려야"

폭우가 쏟아진 8일 서울 서초동 아파트 단지 앞에서 한 남성이 침수된 차량 위로 올라가 몸을 피하고 있다.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서초동 현자'는 정말 현명했고, '신림동 펠프스'는 흥미 위주 행동이라면 자제했어야 했다. '강남역 슈퍼맨'은 행정당국에 과제를 남겼다."

지난 8일 저녁 중부지방에 집중된 폭우 속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된 인물들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9일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 출연, 폭우 상황에 개인 안전을 위한 대책을 설명하던 도중 '서초동 현자'가 침수된 차량 지붕 위에서 기다린 것을 두고 "침수 상황이 계속 진행되진 않고 물이 더 불어나지 않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지붕 위에서 시간을 기다리는 게 오히려 더 안전했을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서초동 현자'란 차량을 운행하던 중 차가 침수되자 지붕 위로 올라가 물이 빠지길 기다린 인물에게 네티즌이 붙인 별명이다. 이 교수는 사진에 묘사된 상황을 언급하면서 "본인이 무리해서 대피를 하려고 했다면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운전자 개인 안전을 위해 폭우 상황에서는 "비에 가려서 시야가 확보가 안 된다면 애초에 운전을 안 하는 게 안전하다"고 밝혔다. 또 "운전 중에 침수가 급속하게 이뤄진다면 침수 지역을 벗어나더라도 차량이 안전하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바퀴가 잠길 정도라면 차량은 포기하는 게 맞다"고 조언했다.

'펠프스'에 "흥미 위주 행동은 안 하는 게 바람직"

사진 트위터

이 교수는 같은 날 화제가 된 '신림동 펠프스'에 대해선 "가급적 흥미 위주의 행동 등은 안 하는 게 바람직하겠다"고 말했다. '신림동 펠프스'란 급격히 물이 불어난 골목에서 수영을 하는 장면을 연출한 인물을 미국의 유명 수영 선수 마이클 펠프스에 빗대 붙인 별명이다.

이 교수는 "만약에 본인이 생존을 위해서 이동하기 위해 수영을 했다면 불가피한 조치였겠지만, 수영실력을 자랑하거나 흥미에 의해서 이런 수영을 한다는 건 감전 위험도 있고, 주변에서 여러 재난에 대처하는 다른 분들 입장에선 불편한 상황이었을 것"이라면서 "이런 분들 때문에 유사한 상황을 즐기시는 분들이 생겨나는 것도 굉장히 안 좋은 현상"이라고 전했다.

그는 폭우 상황은 물론 비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을 때라도 개인의 안전 사고에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주중 집중강우가 반복될 것으로 예보가 되고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외부 활동을 최대한 일부러라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부득이하게 외부 활동을 하는 경우라도 예보나 재난 방송을 통해 정보를 꾸준히 청취해 위험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남 배수 관리' 교훈 남긴 '슈퍼맨'

네티즌이 8일 저녁 집중호우 가운데 배수구에 쌓인 쓰레기를 맨손으로 치워 물을 빠지게 한 남성을 목격해 촬영한 사진. 일명 '강남역 슈퍼맨'으로 통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침수 피해를 입은 강남역 일대에서 빗물받이(배수구)를 정리해 막힌 물을 빠지게 했던 '강남역 슈퍼맨'은 이 지역의 배수 문제를 해결할 방안에 단초를 제시했다는 평가다. 정창삼 인덕대 스마트건설방재학과 교수는 9일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하던 도중 해당 사건에 대해 "빗물받이 관리를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강남 침수 피해를 두고 "너무 큰 비가 왔다는 게 일차적 문제"라면서도 "강남의 경우 도로들이 8차선 도로로 굉장히 넓은데, 빗물받이들이 차선의 넓이에 비해 너무 좁고 부족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피해가 많이 발생하는 지역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기존의 (배수구 배치) 기준을 넘어서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