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도 세찬 비, 전날처럼 '대란'은 없었지만...

입력
2022.08.09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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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9호선 정상운영 등 통근길 복구
'출근 대란' 겪은 시민들, 스스로 대비
전날 수마 할퀸 강남역 아수라장 여전

9일 오후 6시쯤 서울지하철 9호선 여의도역 5번 출구 앞에 지하철을 이용하려는 직장인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나광현 기자

9일 오후 6시쯤 서울지하철 9호선 여의도역 5번 출구 앞에 지하철을 이용하려는 직장인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나광현 기자

9일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퇴근길에도 여전히 세찬 비가 내렸다. ‘물폭탄’에 가깝던 전날보다는 덜했지만 직장인들은 이틀째 ‘퇴근 전쟁’을 치르느라 진땀을 흘려야 했다. 다만 일부 구간 운행이 중단된 출근길과 달리 서울지하철 9호선이 오후부터 정상 운영하고, 시민들 스스로 대비책을 마련하면서 ‘대란’에 가까운 불편은 없었다.

이날 오후 6시 퇴근하는 직장인들로 붐비는 9호선 여의도역 5번 출구 앞은 인파가 갑자기 몰리며 대기줄이 한때 약 150m까지 길게 이어졌다. 역사에 들어가는 데만 3분 넘게 걸렸다.

그러나 시민들은 이 정도면 감지덕지란 반응이었다. 경기 과천시에서 4호선을 타고 여의도로 출퇴근하는 김성훈(30)씨는 “출근 때 너무 고생을 해 걱정이 많았는데 지하철 운행이 재개돼서 다행”이라며 “만약 내일 아침도 심상치 않으면 그냥 연가를 쓸 것”이라고 말했다.

나름의 ‘플랜B’를 준비한 직장인도 적지 않았다. 평소 9호선 가양역에서 동작역으로 퇴근하는 박하은(27)씨는 ‘동작역 무정차’ 소식에 다음 급행역인 고속터미널역에 내려 7호선으로 갈아탄 뒤 이수역으로 가서 다시 버스를 타는, ‘촘촘한’ 계획을 세웠다. 다행히 동작역이 정상 운영돼 플랜B를 쓸 일은 없어졌다. 그는 “대중교통의 소중함을 새삼 깨달았다”고 미소지었다.

조기 퇴근 등 회사 차원에서 배려를 한 곳도 있었다. 경기 군포시 산본역(4호선)에서 여의도 직장에 다니는 박모(31)씨는 “회사가 30분 먼저 퇴근을 허락해 비교적 수월하게 열차에 탔다”며 한숨을 돌렸다.

9일 오후 교대역 방면 진흥아파트 부근 도로 앞에 전날 폭우로 침수된 차량이 여전히 방치돼 있다. 김재현 기자

9일 오후 교대역 방면 진흥아파트 부근 도로 앞에 전날 폭우로 침수된 차량이 여전히 방치돼 있다. 김재현 기자

2호선 강남역 일대도 오후 5시쯤부터 귀가를 서두르는 시민들로 북적댔다. 얼마 간은 인근 버스정류장 대기줄이 길게 늘어지기도 했으나, 많은 시민들이 도로 일부가 통제된 오전 상황을 떠올린 듯 지하철로 발길을 옮겼다. 평소 버스를 이용한다는 이모(24)씨는 “집에 가다가 또 도로 위에서 표류될까 봐 신분당선을 타려고 한다”며 강남역으로 향했다.

9일 오후 서울 강남역 인근 한 고층건물에서 펌프 호스로 물을 빼내던 한 소방대원이 힘이 부치는 듯 머리를 감싸쥐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김재현 기자

9일 오후 서울 강남역 인근 한 고층건물에서 펌프 호스로 물을 빼내던 한 소방대원이 힘이 부치는 듯 머리를 감싸쥐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김재현 기자

전날 폭우로 아수라장이 된 서초대로 강남역에서 교대역 방면 진흥아파트 부근 사거리는 수마가 할퀴고 간 흔적이 여전했다. 도로 곳곳에는 전날 침수된 차량들이 아직 널브러져 있었다. 침수 차량의 한 차주는 운전석에 ‘보험신고 접수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라는 문구를 적어 붙여놓기도 했다. 침수된 시내버스도 덩그러니 방치돼 있었다.

정전 대란을 겪은 고층건물들의 복구작업은 밤 늦게까지 이어졌다. 소방당국은 한 건물 지하실에 펌프 호스를 연결해 계속 물을 빼내고 있었다. 작업을 지켜보던 한 시민은 전날 물난리의 위력을 실감한 듯 “폭포수가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나광현 기자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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