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12년간 5번째 침수… 강남, 호우 피해 오명에도 속수무책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115년 만에 중부지방을 강타한 ‘역대급 폭우’로 서울 강남 일대가 또다시 아수라장이 됐다. 최근 12년간 다섯 번이나 강남이 물에 잠겼다. 침수와 정전 사고가 속출하면서 출퇴근길 시민들 불편이 이어졌고, 불어난 물에 인명 피해까지 발생했다. 처리 용량을 넘어선 기록적인 강수량이 침수 피해의 가장 큰 원인이지만, 서울시의 부실한 대응도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9일 오전 빗물이 빠진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 일대는 널브러진 차량과 쓰레기 등으로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가게에 들어찬 물을 펌프 호스로 빼내던 인근 지하주점 사장 A씨는 “물이 허리까지 찰 정도로 밀려 들어와서 모두 빼내려면 한나절 넘게 걸릴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침수와 함께 고층건물의 정전 피해도 심각했다. 지하 5층 지상 15층 규모에 은행과 병원이 함께 입주한 한 건물은 오전 9시가 지난 시간이지만 내부가 컴컴했다. 건물 관리인 B씨는 “지하실이 침수돼 전기 배전반 시설이 모두 먹통”이라고 말했다. 4명의 실종자가 발생한 서초구 지하상가 통로와 음식점, 하수구 인근에선 실종자 수색 작업이 한창이었다.
전날 0시부터 이날 오후까지 쏟아진 폭우로 서초구와 강남구에 기록된 강수량은 각각 396㎜, 375.5㎜에 달했다. 특히 시간당 강수량이 100㎜를 넘겼던 전날 밤, 강남과 서초 일대는 거대한 물웅덩이로 변해 피해가 잇따랐다. 전날 오후 9시쯤 강남구 개포동 개포지하차도가, 9시 50분쯤에는 양재대로 일원지하차도가 양방향 모두 통제됐고, 오후 10시12분을 기해 잠수교 차량과 보행자 통행도 전면 통제됐다. 강남구 테헤란로와 서초구 잠원로 등에선 도로 침수로 고장 차량과 고립된 시민들이 속출했고, 일부 지하철역 운행이 중단되면서 이날 오전까지 혼란이 이어졌다.
강남 일대는 지대가 낮고 인근에 하천이 많은 지리적 특성 탓에 물이 고이기 쉽다. 실제 강남역 부근은 주변보다 17m 낮은 항아리 지형으로 2010년과 2011년, 2012년 집중호우 때도 막대한 침수 피해를 입었다. 차량 유입이 많은 강남 특성상 도심 전역에 깔린 아스팔트 때문에 빗물이 땅에 흡수되지 못하고 표면에 고여버리는 점도 피해를 키운다. 여기에 역삼동과 논현동 지역 하수관에서 쏟아내는 빗물을 받아내는 반포천의 통수능력 부족도 피해를 가중시킨 원인으로 꼽힌다.
반복되는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서울시도 2015년 1조 4,000억 원이 투입되는 ‘강남역 일대 종합배수개선대책’을 발표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를 통해 잘못 설치된 하수관로를 바로잡는 '배수구역 경계조정'과 서울남부터미널 일대 빗물을 반포천 중류로 분산하는 '유역분리터널' 공사를 추진했다. 하지만 예산과 설계문제로 당초 2016년 마무리하기로 한 배수구역 경계조정 공사는 2024년까지 연장됐다. 반포천 유역분리터널 사업도 올해 6월 완공됐지만 '30년 빈도’를 기준으로 시간당 95㎜까지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돼 이번 폭우에는 무용지물이었다. 시가 2011년 '우면산 산사태' 이후 도시 수해 안전망 구축을 위해 10년간 투입한 예산만 총 3조6,792억 원이었지만, 침수 방지에는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최근 더욱 빈번하고 강하게 내리는 국지성 집중호우에 대비하기 위해선 방재성능 강화와 대인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영주 도시방재안전연구소 부소장은 “장기적으로는 빈도 기준을 '50년'으로 끌어올리되, 단기적으론 기존 배수로 관리와 저류시설·펌프장 확충을 병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