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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떨어진 "수도권 공무원 11시 출근" 지시 두고 '시끌시끌'

입력
2022.08.0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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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문자' 통해 알려 온 출근시간 조정 지시
현장에선 "눈치 보여" "늦게 확정" "어차피 비상근무"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역 인근 도로에 지난밤 폭우로 침수된 차들이 그대로 방치돼 있다. 연합뉴스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역 인근 도로에 지난밤 폭우로 침수된 차들이 그대로 방치돼 있다. 연합뉴스

8일 늦은 저녁 중부지방에 쏟아진 '물폭탄' 속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처음 내린 지시 중 하나가 "출근시간 조정"이었다. 이에 수도권 행정기관 출근시간이 11시로 조정됐다. 수도권에 쏟아진 집중호우로 도로와 지하철역 등을 포함한 대중교통 시설에 발생한 침수 피해로 출근 시간대의 극심한 교통 정체를 피해 보자는 의도로 읽혔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선 실효성과 적절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9일 출근길에 오른 공무원들은 이날 새벽 재난문자 등을 통해 알려진 '출근시간 11시 조정' 지시에 편하기보단 당황스럽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막상 현장에선 정시 출근을 해야 할지, 아니면 정부에서 알려 온 방침에 따라 늦게 출근해야 할지 불분명했기 때문이다. 각 기관 운영지원 담당자들에게는 정확한 방침을 묻는 질의가 쏟아졌다.

실질적으로 출근시간 조정 결정이 의미가 없는 상황도 포착됐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 공무원은 "7시에 출근길에 오르고서야 출근시간이 11시로 늦춰졌다는 최종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재난 상황에 처한 수도권 공무원 다수가 밤을 지새워 비상 근무를 하거나, 이들과 교대해 비상 근무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중앙안전재난대책본부가 9일 오전 2시 55분 발송된 재난문자를 통해 행정 및 공공기관의 출근시간 조정을 알리고 있다.

중앙안전재난대책본부가 9일 오전 2시 55분 발송된 재난문자를 통해 행정 및 공공기관의 출근시간 조정을 알리고 있다.

관리자 직급의 한 공무원은 출근시간 조정이 "출근길 혼란 때문에 다수 직원이 불가피하게 늦는 상황을 고려한 지시였던 것 같다"면서 "현장에서 지각해도 된다는 정도면 충분하지 않았겠나"라는 의견을 보였다.

지시의 정당성에도 의문부호가 찍혔다. 외려 공무원들이 서둘러 출근해 피해 수습과 복구에 나서야 한다는 시각에서다. 한 시민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공에서 먼저 재난 수습을 하고, 민간이 늦게 출근하거나 재택 근무를 하는 방식으로 해야 하는데 오히려 거꾸로 된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여권 성향 평론가로 알려진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도 이날 KBC라디오 '백운기의 시사1번지'에 출연해 "공무원의 할 일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인데 본인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늦게 출근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공무원 11시까지 출근 조정은 정말 잘못된 지시"라고 주장했다.

한편 기상청은 10일까지 수도권 등을 비롯한 중부지방에 최대 300㎜ 이상의 비가 더 쏟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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