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로 냉동인간 사업에 도전한 한형태 크리오아시아 대표

입력
2022.08.10 04:30
2020년 이후 국내에서 3명의 냉동인간 계약
머리 이식 수술의 완성이 장기적 꿈

늙지 않고 오래 사는 불로장생(不老長生)은 비단 진시황의 꿈만은 아니다. 인류는 지금도 세계 도처에서 각종 과학기술을 이용해 수명연장의 꿈을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다. 이 중에서 압권은 냉동인간이다. 현대판 미라로 볼 수 있는 냉동인간은 신체를 얼렸다가 의학과 과학기술이 발달한 미래에 되살리는 것을 말한다.

어찌 보면 냉동인간은 불로장생을 넘어 영원한 삶인 영생(永生)을 바라는 인간의 욕심일 수 있다. 한형태(38) 크리오아시아 대표는 여기에 도전장을 던졌다. 그에게서 냉동인간에 얽힌 놀라운 이야기를 들어 봤다.

한형태 대표는 국내 최초로 냉동인간 사업에 도전하는 스타트업 크리오아시아를 창업했다. 김하겸 인턴기자


“대학생 때 월 수입 1,000만 원”

한 대표는 6세 때 심장판막 수술을 받고 어린 나이에 죽음을 생각했다. "6개월 동안 병상에 누워 있으면서 힘든 수술이라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때부터 죽음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죠."

경희대 원자력공학과를 나온 그는 원래 학자를 꿈꿨다. "공부를 해보니 맞지 않아서 사업에 도전했죠."

대학생 때 두 번이나 창업한 그는 학원 강사를 하며 필요한 돈을 벌었다. 그는 인천, 경기 일산과 부천지역에서 꽤 잘나가는 수학강사였다. "학생 시절부터 강사로 뛰었는데 월 1,000만 원 이상 벌었어요. 오죽했으면 집에서 사업하지 말고 학원을 하라고 했어요."

2005년 대학교 2학년 때 각종 연극 관련 카페의 정보를 모아 제공하는 유니버클럽이라는 커뮤니티 회사를 창업했다. 그러나 수익 모델이 없어 돈을 벌지 못했다. 결국 2년 만에 접고 2009년 두 번째 사업에 도전했다. 돈을 받고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취업준비생들에게 매일 영어 단어와 시사 상식을 전송하는 '파라클래스'라는 사업이었다. "1인당 월 3,000원씩 받았는데 꽤 잘됐어요. 그런데 '카카오톡' 메신저가 나오면서 무료 영어단어와 시사상식 서비스가 등장했죠. 당시 앱 개발비도 비쌀 때여서 이들과 경쟁하기 힘들다고 보고 접었어요."

영화 같은 머리 이식 수술로 맺은 인연

두 번의 창업을 하며 휴학을 여러 번 하느라 서른 살에 대학을 졸업한 그는 2014년 세 번째로 과학기술 정보를 상담해주는 휴먼하이테크를 창업했다. 이때 그는 줄기세포 사업과 인연을 맺었다. "한국줄기세포은행과 계약을 하고 줄기세포 보관을 원하는 사람을 모집하는 일을 했죠."

그러다가 사건이 터졌다. "다른 회사가 줄기세포 보관 영업을 하며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과대영업을 해서 소송당했어요. 그 일을 보며 줄기세포가 보관 후 치료까지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알았고 사람들을 속이며 영업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 2015년에 접었어요."

그때 우연히 TV에서 이탈리아의 신경외과 전문의 세르지오 카나베로 박사가 세계 최초로 머리 이식 수술을 시도하는 소식을 보게 됐다. 말 그대로 머리를 절단해 다른 몸에 붙이는 영화 같은 뉴스였다. 여기에 척추신경 접합을 맡은 한국의 김시윤 건국대 의생명공학과 교수, 중국 하얼빈대의 렌샤오핑 신경외과 교수가 함께 참여했다. "근위축증으로 시한부 삶을 살던 발레리 스피리도노프라는 러시아 환자의 머리를 기증받은 뇌사자 신체에 이식하는 수술이었죠."

놀라운 이야기에 끌린 그는 김 교수의 인터뷰 기사에 '만나고 싶다'고 댓글을 달았다. "뜻밖에도 김 교수로부터 답장 메일을 받았어요." 그렇게 그는 2016년 김 교수를 만났다.

그런데 스피리도노프는 그 사이 미국에서 다른 치료를 받아 머리 이식 수술을 하지 않았고 지금까지 살아 있다. "그렇게 세계 최초의 머리 이식 수술이 무산됐죠. 하지만 이를 계기로 스피리도노프 측과 연락하며 머리 이식 수술에 관심을 갖게 됐고, 김 교수의 매니저를 하게 됐어요. 해외에 머리 이식 수술 홍보를 하고 자금 마련을 위해 기업들을 만나는 일을 했죠."

한형태(맨 오른쪽) 크리오아시아 대표가 러시아 크리오러스의 냉동인간 보존센터의 챔버 앞에서 발레리아 우달로바(가운데) 공동대표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크리오아시아 제공


러시아 찾아가 냉동인간 사업 제의

김 교수는 개를 이용해 척추접합수술의 동물 실험을 먼저 했다. "4개월 된 비글의 4번 척추를 끊었다가 다시 이어 붙이는 수술이었어요. 척추에서 이상 있는 부분을 도려내고 그 윗부분과 아래의 정상 부분을 연결하는 수술이죠. 이 수술이 성공해야 머리 이식 때 목에서 내려오는 신경 다발을 이어 붙일 수 있어요."

개를 상대로 한 척추접합수술은 성공했다. "비글이 2주 만에 뛰어다녔어요. 김 교수가 그 개를 데려다가 집에서 키웠죠."

그러나 수술 성공을 알리는 논문 발표 후 동물단체가 들고 일어났다. "척추에 문제 있는 사람들이 반길 만한 세계적 연구인데 동물단체의 반발이 커지자 학교에서 더 이상 연구하지 말라고 말렸어요." 한 대표와 김 교수는 크게 좌절했다.

그때 관심을 가진 것이 냉동인간이다. "과학기술이 발달할 때까지 아픈 사람을 냉동 보존하는 방법에 끌렸어요. 당시 냉동인간 기술은 미국과 러시아만 갖고 있었죠."

그는 2017년 스피리도노프 소개로 냉동인간 기술을 보유한 러시아 업체 크리오러스를 찾아갔다. 업력이 20년 이상 된 크리오러스는 약 200명의 냉동인간을 보존하고 있는 회사다. "모스크바에서 공동대표인 다닐라 메드베데프와 발레리아 우달로바를 만나 아시아쪽 사업 총괄을 제안했죠."

그해 9월 한 대표는 크리오러스와 한국 등 아시아 사업권을 계약했다. 이듬해 사명을 크리오아시아로 바꾸고 냉동인간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굳이 러시아와 손을 잡지 않아도 됐다. "특별히 기술이전을 받은 게 없고 모두 내부에서 연구했어요. 냉동용액 제조법을 알려줬는데 이 또한 인터넷에 공개된 내용이었죠. 그들의 유명세 정도가 도움이 됐을 뿐이에요."

전 세계 냉동인간 800명 존재

1960년대부터 시작된 냉동인간은 전 세계 약 800명이 보존돼 있다. 그중 미국에 600명, 러시아에 200명이 존재한다. 냉동 및 보관 기술은 미국 러시아 모두 똑같다.

다만 비용은 차이가 있다. "미국에서 냉동인간 사업을 하는 알코어 생명연장재단은 50년간 냉동보존에 2억 원대, 러시아 크리오러스는 100년 냉동보존에 1억2,000만 원을 받아요. 단 미국은 1인당 하나의 냉동용기(챔버)를 사용하고 러시아는 챔버 1개당 6명을 넣어요."

냉동 방법은 사망 후 병원에서 혈액 교환 장비인 에크모를 이용해 48시간에 걸쳐 혈액을 빼내며 동시에 동결보존액을 집어 넣는 치환 작업을 통해 이뤄진다. "치환 작업은 사망 후 바로 해야죠. 사후 2, 3일 지나면 혈액이 응고돼 치환 작업을 할 수 없어요."

치환 작업을 하지 않고 얼리면 신체 속 액체가 얼면서 세포막이 터진다. 모든 액체를 빼낼 수 없으니 치환 작업으로 혈액만이라도 빼낸다.

치환 작업을 거친 냉동인간은 액체질소를 채운 영하 196도의 챔버에 보관한다. "챔버에서는 부패가 전혀 일어나지 않아 수백 년 보존이 가능해요."

2020년 첫 냉동인간 보존 후 세 건 계약

한 대표는 냉동인간을 냉동장이라는 장례 개념으로 접근했다. "얼렸다가 되살리는 부활을 강조하기보다 고인의 사망 상태를 그대로 보존하는 점을 강조해 냉동장으로 접근했죠."

장례로 접근한 것은 법 때문이다. "생존 시 냉동하면 장기 훼손이 적지만 법적으로 살인이 돼요. 그래서 임종 전 유가족 동의를 얻어 의사의 사망선고를 받자마자 냉동을 하죠."

미국, 러시아와 차이나는 것은 신체보다 뇌 보존에 집중하는 것이다. "치명적 질병을 앓다가 냉동보존한 경우 아프고 쇠약한 신체를 해동해봐야 의미 없죠. 그래서 기억을 갖고 있는 뇌만 보존했다가 머리 이식 기술이 완성되면 되살린 뇌를 건강한 신체에 이식하는 것이 의미 있다고 봤어요. 이를 위해 3시간에 걸쳐 뇌에 있는 피를 빼내고 냉동 보존하는 작업에 집중하죠."

지금까지 맞은 냉동인간 고객은 총 3명이다. "2020년 첫 번째 고객은 혈액암을 앓던 80대 여성이었어요. 냉동 보존 후 시신을 러시아의 크리오러스 시설로 이송했죠. 시신은 화학 처리 후 관에 넣어 영하 70도 이하로 냉동 보존하면 물류회사를 통해 해외로 이송할 수 있어요."

2021년 맞은 두 번째 고객은 담도암에 걸린 40대 여성이었다. 냉동 처리 후 유족이 마련한 국내 개인 시설에 보존돼 있다. 세 번째 고객은 지난해 9월 계약했다.

보존 비용은 10년간 1억8,000만 원이다. 이후 보존 기간을 늘리려면 액체질소 교환에 필요한 비용을 매년 500만~600만 원 추가 부담해야 한다. "월 2회 액체질소를 바꿔줘야 해서 비용이 많이 들어요."

비용만 비교하면 러시아가 저렴하지만 유족들이 가기 힘든 단점이 있다. "러시아에 보존하면 유족들이 고인을 자주 방문하기 힘들죠.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어려움이 많아요."

이를 위해 한 대표는 국내에 별도 챔버 보존 시설을 준비하고 있다. "하반기 중 수도권에 챔버 보존 시설을 완성할 예정입니다. 총 12개의 1인용 챔버가 들어가요."

“얼리는 것보다 녹이는 것이 문제”

냉동인간은 얼리는 것보다 녹이는 것이 더 문제다. 아직까지 전 세계에서 완벽한 해동기술이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점에서 고민한 끝에 직접 해동 기술을 개발하기로 하고 김 교수를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영입했죠."

현재 김 교수는 미국 미네소타대학과 전자기유도방식의 해동 기술을 연구 중이다. "나노 단위의 산화철을 치환 용액에 섞어 얼린 뒤 전자기 코일을 이용해 해동하는 기술이죠. 핵심은 겉과 속의 온도가 한꺼번에 똑같이 올려야 세포 파괴가 일어나지 않아요. 전자기 코일을 사용하면 겉과 속의 온도를 동시에 올릴 수 있죠."

한 대표는 해동 기술이 완성되면 장기 이식 분야에도 진출할 생각이다. "지금은 장기를 떼어내면 드라이아이스처리만 가능해 최장 하루밖에 보관하지 못해요. 냉동인간 기술을 이용해 장기를 얼리면 오래 보관할 수 있죠. 이후 해동 기술을 개발하면 얼린 장기를 다시 복원할 수 있죠."

한형태 크리오아시아 대표가 한국일보에서 인터뷰를 하며 냉동인간 기술의 수출과, 황우석 박사와 진행하는 반려견 복제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하겸 인턴기자


황우석 박사와 반려견 복제 사업도 진행

한 대표가 냉동인간과 병행해 진행하는 또다른 사업은 반려동물 복제 사업이다. 이를 위해 그는 줄기세포 연구로 유명한 황우석 박사와 손을 잡았다. "황 박사는 현재 아랍에미리트에 아부다비 생명공학원을 차려 반려견과 낙타, 종마 복제 사업을 하고 있어요."(한국일보 7월 28일 보도)

한 대표가 반려견의 체세포를 보관했다가 반려견 사망 후 황 박사에게 보내 복제하는 사업이다. "황 박사의 아부다비 생명공학연구원과 제휴를 맺었죠. 복제한 반려견은 외모와 습관만 비슷할 뿐 예전 기억은 갖고 있지 않아요."

한 대표는 서울 성수동에 반려견 체세포를 냉동보관하는 시설을 만들었다. "입소문으로 알려져 현재 반려견 200마리의 체세포를 보관하고 있어요."

반려견 체세포 보관 비용은 1년간 330만 원이다. "1년이 지나면 연 33만 원을 받아요. 이후 아부다비 생명공학연구원에서 8,800만 원을 받고 복제해 주죠."

머리 이식의 완성이 장기적 꿈

앞으로 한 대표는 냉동인간 기술을 해외에 수출할 계획이다. "하반기에 태국 베트남 일본 등지에서 협력사를 모집해 냉동 보존부터 챔버까지 판매할 생각입니다. 챔버도 국내에서 만들어 수출하려고 준비 중이죠."

그는 국내에서 10명의 냉동인간이 나오면 사업이 재평가될 것으로 본다. "하반기부터 세미나를 열어 냉동인간을 많이 알리려고 해요. 여기에 해동 기술이 완성되면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겁니다. 장기적으로는 냉동 보존된 머리를 건강한 신체에 이식하는 기술을 완성하는 것이 꿈이죠."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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