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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정전, 널브러진 차량, 재택근무... 역대급 폭우에 강남은 '아수라장'

입력
2022.08.09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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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서울 강남역 진흥아파트 부근 사거리에 폭우로 인해 방치된 차량을 출근 차량들이 아슬아슬하게 비켜 지나가고 있다. 김재현 기자

9일 오전 서울 강남역 진흥아파트 부근 사거리에 폭우로 인해 방치된 차량을 출근 차량들이 아슬아슬하게 비켜 지나가고 있다. 김재현 기자

8일 수도권 일대에 내린 ‘역대급 폭우’로 서울 강남 일대가 아수라장이 됐다. 침수와 정전 피해가 속출하자 9일 이른 아침부터 복구 작업이 개시됐지만, 계속된 비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방치된 차량들이 도로 곳곳에 널브러져 있고, 진흙과 쓰레기가 인도를 뒤덮는 등 말 그대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이날 오전 8시 강남역 일대는 긴급 복구작업을 시작하는 사람들로 북적댔다. 역과 인접한 가게 주인들은 모래주머니로 벽을 쌓거나, 구청에서 제공한 차수막을 설치하는 등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한 셀프사진관은 전날 미리 사진 기계를 모두 빼놨지만, 밀려드는 물을 막지 못해 관련 소품들을 전부 쓰레기 포대자루에 담을 수밖에 없었다.

출근길 대란을 우려한 듯, 시간을 앞당겨 출근하는 시민들도 다수 눈에 띄었다. 신논현역 부근에서 직장을 다니는 서모(30)씨는 “원래 신논현역에서 내려야 하는데, 9호선이 통제됐다는 소식에 평소보다 1시간 일찍 나왔다”고 말했다.

9일 오전 서울 강남역 인근 한 지하주점 업주가 전날 내린 폭우로 인해 들어찬 물을 펌프를 이용해 빼내고 있다. 김재현 기자

9일 오전 서울 강남역 인근 한 지하주점 업주가 전날 내린 폭우로 인해 들어찬 물을 펌프를 이용해 빼내고 있다. 김재현 기자

영업점이 1층과 지하에 자리잡은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특히 컸다. 강남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한 지하주점 점주는 전날 가게로 들어찬 물을 연신 펌프 호스로 빼냈다. 주점 관계자는 “가게에 물이 허리까지 찰 정도로 밀려 들었다”면서 “물을 다 빼내는 데만도 한나절 넘게 걸릴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인근 김밥집 주인도 “가게가 1층인데도 물은 종아리까지 찼고, 건물도 정전돼 언제 영업을 재개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9일 오전 서울 강남역 인근의 한 고층건물이 전날 폭우로 지하 전기실이 침수된 탓에 전력이 공급되지 않아 내부가 컴컴하다. 김재현 기자

9일 오전 서울 강남역 인근의 한 고층건물이 전날 폭우로 지하 전기실이 침수된 탓에 전력이 공급되지 않아 내부가 컴컴하다. 김재현 기자

침수와 함께 고층건물들의 정전 피해도 심각했다. 지하 5층, 지상 15층 규모에 은행과 성형외과, 안과, 치과 등 병원이 입주해 있는 한 건물은 오전 9시가 훌쩍 지났는데도, 한밤을 연상케할만큼 내부가 컴컴했다. 정전으로 인해 엘리베이터 사용 역시 불가능했다. 건물 관리인은 “지하실이 침수돼 전기 배전반 시설이 모두 먹통이 됐다. 복구를 하고 있지만 며칠은 걸린다고 한다”며 근심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강남 고층건물에 입주한 일부 직원들은 무리지어 긴급 대책회의를 하거나, 급한 서류만 챙겨 근무를 재택으로 돌리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했다. 직장인 김세희(27)씨는 “난리가 난 줄은 알았는데 근무가 불가능할 정도로 피해를 입어 깜짝 놀랐다”면서 “회사에서 재택근무 방침이 내려와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다른 곳보다 고지대에 위치해 화를 면한 한 고층빌딩 관리인은 “정전은 가까스로 면했지만, 전날 같은 비가 계속되면 우리 건물도 안심할 수 없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9일 오전 서울 강남역 진흥아파트 인근 건물에 전날 내린 폭우로 인해 주차된 차량이 건물 출입구를 막아선 채 방치돼 있다. 김재현 기자

9일 오전 서울 강남역 진흥아파트 인근 건물에 전날 내린 폭우로 인해 주차된 차량이 건물 출입구를 막아선 채 방치돼 있다. 김재현 기자

강남역에서 교대역 방면 진흥아파트 앞 사거리는 시내버스 2대와 자가용 10여 대가 도로에 나뒹굴어 교통 흐름에 큰 불편을 줬다. 전날 도로와 인도가 침수돼 차주들이 버리고 간 차량들이다. 출근길 운전자들은 방치된 차량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비켜가는 ‘곡예 운전’을 해야 했다. 도로 한가운데 맨홀까지 열려 있어 안전사고가 우려됐다.

복구 작업이 무색하게 오전 10시 전후로 다시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자 시민들은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박성훈(34)씨는 “지금 피해도 어마어마한데, 당분간 물폭탄이 계속된다고 하니 고사라도 지내야 할 판”이라고 푸념했다. 기상청은 10일까지 수도권을 중심으로 최대 300㎜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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