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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먹는 치료제 의사도 꺼리는데…감염병자문위 "환자가 요청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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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로 구성된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가 코로나19 위중증 규모를 줄이기 위해 "먹는 치료제(팍스로비드·라게브리오)를 보다 적극적으로 처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런데 대안으로 "환자가 의사들에게 요청해야 한다"고 제시해 논란이 예상된다. 의사도 소극적인 상황에서 의학적 지식이 없는 환자가 요구해야 한다는 게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기석 자문위원장은 8일 브리핑에서 "고위험군에게 (먹는 치료제가) 신속히 처방될 수 있도록 환자들은 의사한테 처방해 달라고 촉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자에게 처방을 요구하라고 한 건 의사들, 특히 동네 병·의원이 부작용을 이유로 처방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6월 기준 60세 이상 먹는 치료제 투여율은 17.9%다. 3월 7.5%와 비교해 높아지긴 했지만 신규 확진자가 10만 명 이상 나오는 상황을 고려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가장 잘 알려진 팍스로비드는 처방까지 신경 쓸 부분이 많다. 60세 이상이거나 만 12세 이상 중 면역저하자 또는 기저질환을 가진 고위험군이 이상 증상 발생 5일 안에 먹어야 한다. 증상은 경증이어야 하며 하루라도 빨리 먹는 게 중증화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런데 팍스로비드는 병용 금기 약물이 28개나 되고, 처방 후 신고 등 절차가 복잡하다. 라게브리오는 병용 금기 약물이 거의 없지만, 사망 및 중증화 예방 효과는 30~50% 정도로 낮다. 의사 입장에선 손이 잘 가지 않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사용 권고보다 현장에서 잘 쓰이지 않는 이유를 분석하는 게 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먹는 치료제가 국내에 들어온 지 8개월이 지났는데도 개선되지 않는 건 의료진에 대한 충분한 교육과 소통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유를 정확히 파악하는 게 정부가 말한 과학방역이다. 의사들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라고 비판했다.
조동호 명지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의료진이 이 약이 있는지 몰라서 안 쓰는 게 아니다"라며 "환자가 항바이러스제를 달라고 할 정도로 자신의 상태를 정확하게 아는 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자문위의 이번 설명이 다소 미흡했다고 지적한다. 수차례 설득 노력에도 의사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아 '환자'로 방향을 바꾼 건데,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개선 노력에도 현장의 처방 패턴이 바뀌지 않아 독려 방향을 의사에서 환자로 바꾼 배경이 있다"면서도 "처방하면 안 되는 환자까지 처방해 달라고 할 수 있는 점은 우려된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환자가 처방을 요구하라는 건 어폐가 있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약을 받고 싶다는 의향을 표시하라는 것이고, '이 약을 주세요'라고 요구하라는 뜻이 절대 아니다"라며 "모든 의약품은 의료진의 책임과 감독하에 처방돼야 한다"고 답했다.
한편 최근 소아·청소년 환자 증가 및 사망자 발생과 관련해 자문위는 심층 분석과 어린이 예방접종 체계 점검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정 위원장은 "4일 회의에서 이를 논의했다"며 "데이터 중심의 방역정책 수립을 위해 관련 사례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이 추가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소아·청소년의 접종 강요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듯 "강제 접종이나 강력 권고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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