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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우즈보다 빠르다...김주형이 바꾼 PGA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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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20세 골퍼 김주형이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무대를 접수했다. 2000년대에 태어난 선수로는 최초로 PGA 투어를 제패했고, 역대 통틀어 두 번째 최연소 우승 기록을 썼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처음 정상에 올랐을 때보다 8개월가량 빨랐다.
김주형은 8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즈버러의 세지필드 컨트리클럽(파70)에서 끝난 2022 PGA 투어 정규시즌 마지막 대회인 윈덤 챔피언십(총상금 730만 달러)에서 최종합계 20언더파 260타로 정상에 올랐다.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8개, 보기 1개로 절정의 샷 감각을 뽐내며 최종 15언더파를 기록한 공동 2위 임성재와 존 허(미국)를 5타 차로 따돌렸다.
PGA 투어에서 한국 선수가 우승한 건 최경주(8승) 양용은(2승) 배상문(2승) 노승열(1승) 김시우(3승) 강성훈(1승) 임성재(2승) 이경훈(2승)에 이어 김주형이 9번째다. 우승 상금 131만4,000달러(약 17억622만 원)를 챙긴 김주형은 이날 발표된 주간 남자 골프 세계랭킹에서 전주 34위보다 13계단 뛰어 21위로 올라섰다.
남다른 천재성이 유서 깊은 PGA 역사마저 바꿨다. PGA 투어에 따르면, 2002년 6월 21일생인 김주형은 20세 1개월 17일의 나이로 정상에 올라 2000년 이후 출생한 선수 가운데 가장 먼저 PGA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PGA 투어가 미국프로골프협회에서 분리된 1968년 이후로는 조던 스피스(19세 11개월 18일) 다음으로 최연소 우승자다. 천하의 우즈도 1996년 라스베이거스 인비테이셔널에서 20세 9개월 6일의 나이로 첫 우승을 차지해 김주형보다 늦었다. 아울러 한국인 역대 최연소 우승 기록도 이번에 새로 쓰였다.
생각보다 빨리 찾아온 우승에 선수 본인도 얼떨떨한 반응이다. 김주형은 “열심히 하면 우승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올 줄은 몰랐다”면서 “꿈꾸던 PGA 투어 무대에서 첫 승을 거둬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꿈의 무대에서 우승과 함께 PGA 통산 두 번째 최연소 우승자 기록까지 남겨 더 많은 의미가 있는 것 같다”며 기뻐했다.
김주형은 일찌감치 ‘골프 천재’로 주목받았다. 17세였던 2019년 아시안프로골프투어에서 데뷔해 그해 파나소닉 오픈 정상에 올랐다. 당시 17세 149일의 나이로 아시안투어 두 번째 최연소 우승이었다. 기록 행진의 서막을 알린 김주형은 코로나19 여파로 아시안투어가 문을 닫자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
2020년 KPGA에 등장한 그는 그해 두 번째 출전 대회인 7월 군산CC오픈에서 코리안투어 최연소 우승(18세 21일)과 KPGA 입회 후 최단기간 우승(3개월 17일) 기록을 갈아치웠다. 2021년에는 상금과 대상, 평균 타수 1위를 쓸어 담아 최연소 3관왕에 올랐다.
김주형의 목표는 늘 PGA를 향해 있었다. PGA 투어 초청장 등으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큰 무대로 나가 경기 경험을 쌓았다. 올해에는 5월 PGA 챔피언십(컷 탈락), 6월 US오픈(23위), 7월 스코티시오픈(3위), 디오픈(공동 47위) 등에 꾸준히 출전했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과 장거리 이동에 따른 피로감이 몰려올 수도 있지만 김주형은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를 따라 중국, 호주, 필리핀, 태국 등을 다니며 골프를 배워 어느 환경이든 적응력이 뛰어나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양한 경험 덕분에 어린 나이답지 않게 침착하다. 이번 대회에서도 1라운드 1번 홀(파4)에서 쿼드러플 보기로 4타를 잃고 시작했지만 무너지지 않고 꾸준히 타수를 줄여 우승을 일궈냈다. 매 홀마다 기록을 추적하기 시작한 1983년 이래 대회 첫 번째 홀에서 쿼드러플 보기를 범하고도 우승한 선수는 김주형이 최초다. 김주형은 “첫 홀에서 쿼드러플 보기를 기록했지만 플레이가 잘 안 된다는 느낌은 없었다”면서 “남은 홀에서 충분히 예선을 통과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그냥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만 했다”고 털어놨다.
외신은 장난감 기차가 나오는 애니메이션 ‘토마스와 친구들’을 좋아해 영어 이름을 ‘톰(Tom)’이라고 지은 것에 주목하면서 김주형의 쾌속 질주를 조명했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는 “톰 김은 언덕을 오르는 허름한 기계가 아니라 초고속 열차”라며 “작은 엔진을 가진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거리가 멀다. 너무 빠른 속도로 우리를 어지럽게 만들 수 있는 기름칠 잘 된 철마”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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