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8일 열렸다.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과 경찰청장 지휘규칙 제정으로 정부의 경찰 장악 우려가 높은 터라 야당 청문위원들은 경찰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후보자 의지를 확인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윤 후보자는 정부의 경찰 통제에 대한 여야의 상반된 소신 표명 요구에 시종 모호한 태도로 일관했다. 경찰국 신설엔 "경찰권 역시 견제와 감시의 대상"이라면서도 "중립성과 책임성 또한 결코 훼손돼서는 안 될 가치"라고 밝혔다. 여당 의원이 행안부의 경찰국 옹호 논리를 인용하며 "청와대의 경찰 밀실 인사를 양성화했다"고 평가하자 "일정 부분 공감한다"고 했다가, "그럼 후보자는 밀실 인사로 승진했느냐"는 야당 의원 반문에 침묵하기도 했다. 국가경찰위원회 심의·의결 없이 경찰국 설치가 이뤄진 건 경찰법 위반이란 지적엔 "법적 문제는 답변하지 않겠다"고 회피했다.
다만 정부 정책에 대한 경찰 조직 내 반감을 의식한 듯 몇몇 사안엔 분명한 입장을 냈다. 행안장관이나 경찰국은 치안 사무를 할 수 없다고 못 박거나, "궁극적으로 수사와 기소는 분리돼야 한다"는 소신을 밝힌 점 등이다. 대우조선 파업 당시 이상민 행안장관이 윤 후보자를 대동하고 현장 방문과 대책 회의를 주도한 것을 두고 야당이 '장관이 치안 사무를 한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당시 깊이 있는 판단을 못 했다"며 인정하기도 했다.
김순호 경찰국장의 '프락치 특채' 의혹, 치안감 인사 번복, 경찰대 개혁 등 다른 현안 질문에도 윤 후보자는 이렇다 할 입장을 내지 않았다. 청문회를 주재한 이채익 행안위원장이 "정확하게 의사를 밝혀달라"고 주의를 줄 정도였다.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초고속 승진을 거듭해 '친정부 인사' 이미지가 강한 윤 후보자가 이런 눈치보기식 자세로 일관해서는 경찰청장이 되더라도 경찰 중립성 확보를 기대하기 힘들다. 오죽하면 청문회에서 "후보자는 장관의 수행비서가 아니지 않느냐"는 지적까지 나왔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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