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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 친구가 자산인 어떤 2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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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구에 있는 종합사회복지관에서 60~80대 여성 노년분들과 생애구술사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일이다. 모두 12번을 만나면서 우리는 그동안 살아온 생을 되짚어보고, 앞으로 살아낼 생을 꿈꿔보았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삶을 미시사의 차원에서 만나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이 시간이 특별히 훈훈하고 뿌듯한 데는 꾸준한 진심과 애정으로 동행한 20대 여성 두 명의 역할도 컸다. 한 사람은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한 복지관 직원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매번 꼼꼼하게 참여자분들의 구술을 기록한 자원활동가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참여자들의 '자기 발견'과 '서로 만남'의 결이 촘촘해졌다. 이 서로 만남에는 저 두 여성도 포함되었다.
"사실상 사회복지사 1급이라는 자격증을 중심으로 모든 커리큘럼이 짜여 있는 거, 이 모든 게 정형성을 만드는 거… 저는 그게 제일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사회복지 전공을 하면서, 매번 불만이 많았죠. 이 자격증을 위해 학과가 만들어진 것 같더라고요. 공부를 하면 할수록 이렇게 텍스트로 읽는 게 과연 삶을 제대로 반영하나 싶은 회의감이 많이 들었어요."
자원활동가 E의 말이다. 그는 복지관의 할머니 한글교육에도, 국립중앙도서관의 장애인 지원사업에도 참여하고, 여성·남성 어르신과 함께 복지관 프로그램 모니터링도 한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몇 달간 엄마, 이모와 번갈아 가며 했던 간병 경험, 그리고 돌아가셨을 때 '진실한 추모'나 '기억'과는 거리가 먼, 끼리끼리 세속적 모임 같던 장례식 풍경의 충격은 20대 중반의 그에게 나이 듦과 돌봄, 그리고 죽음과 애도에 대한 깊은 물음표를 안겼다.
"저도 노인분들을 좋아하고, 노인분들도 저를 좋아해요"라고 말하는 사회복지사 K. 그는 복지관 근무 6년 차다. 처음 지역에 와서 만난 게 '명랑촌' 주민운동. 지역의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조직된 이 주민운동에서 그는 함께 치열했고, 많은 것을 배웠다.
"60대 이상인 분들이 제일 열심히 참여하시고, 제일 애틋하시고, 정말 진심인 거예요. 저는 사실 이 지역에 와서 관계 맺은 첫 주민들이 그렇게 지역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쓰는 분들이어서… 일단 무조건 배우고 무조건 물어봐야지, 이런 마음으로 관계 맺기를 했던 것 같아요."
이 '첫 운동'은 밥도 같이 먹고, 소풍도 같이 가는 노년 친구를 남겼다. 그는 다섯 명 정도의 6080 노년 친구를 둔 자산가다. 이들은 개인사를 나누는 것부터 마을 축제를 같이 기획하고 실행하는 일까지 의기투합하는 '내 편'이다.
"퇴근하고도 뭐 배고프거나 술 마시고 싶거나 이럴 때, ○○님, 지금 집에 가도 돼요? 뭐 이런 식으로… 우정이 느껴지니까 너무 좋은 거예요. 그냥 인사가 아니라 정말 그 눈빛과 눈길로… 내가 당신을 소중히 생각하는 만큼, 당신도 나를 소중하게 생각해 주는 걸 느낄 때. 이건 일이 아니고 정말 좋은 관계, 좋은 선배, 그런 경험을 할 때 저는 너무 좋아요."
요즘 '나이 드는 것'을 두려워하는 젊은이들을 여기저기서 만난다. 외로움이나 경제적 곤란함, 돌봄의 결핍 등이 그 두려움의 주요 내용이다. 노년의 삶을 만나면 두려움의 실체가 조금 더 뚜렷해질 것이다. 두려움의 대부분이 그렇듯, 나이 듦의 두려움도 두려울까 봐 두려운 것 아닐까. 청년들이여, 노년의 삶을 함께 도모하고 친구가 될 수 있는 곳의 주소도 긴급도움 주소 목록에 꼭 적어두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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