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통일교 스캔들'로 아베파 찌르나... 10일 조기 개각

입력
2022.08.07 15:30
수정
2022.08.07 15:4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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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내각에 통일교 관련자 배제 가능성 시사
아베파 통일교 관련 깊어... 인사 배제하나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6일 히로시마시에서 열린 ‘히로시마 원자폭탄 전몰자 77주년 위령식·평화기념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히로시마=UPI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6일 히로시마시에서 열린 ‘히로시마 원자폭탄 전몰자 77주년 위령식·평화기념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히로시마=UPI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예상보다 이른 개각 카드를 꺼냈다. 집권 자민당 의원들과 통일교(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의 부적절한 관계가 줄줄이 드러나 지지율이 하락하자 인사로 국면을 타개하려는 것이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10월 취임 이후 자민당 최대 파벌 '아베파'의 통제를 받아 왔다. 아베 신조 전 총리 사망 이후 리더십 공백이 정리되지 않은 지금이 기회라고 보고 아베파를 약화시키는 쪽으로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새 내각에 '통일교 관련자 배제' 가능성 시사

기시다 총리는 6일 히로시마시에서 열린 ‘히로시마 원자폭탄 전몰자 77주년 위령식·평화기념식’에 참석한 뒤 기자회견을 열어 10일 각료 및 당직 인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애초 개각은 9월 초로 예상됐는데 약 한 달가량 앞당긴 것이다. 그는 “각료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지적될 수 있는 단체와의 관계에 충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통일교와 연루된 인사를 개각에서 배제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현재까지 여야 의원 100여 명이 통일교와 접점이 있다는 의심을 받은 가운데, 통일교 관련 행사에서 축사를 하거나 선거 지원을 받는 등 '깊은 관계'를 맺은 의원의 상당수는 자민당 아베파 소속으로 드러났다. 기시다 총리가 ‘문제가 지적될 수 있는 단체’를 언급한 것은 이 같은 상황을 권력 기반 구축에 적극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보수 강경파 의원들이 다수인 아베파는 기시다 총리의 경제나 외교안보 정책에 제동을 걸어왔다.

아베파 소속 의원은 '통일교와의 관련성'을 명분으로 이번 인사에서 대거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 선거에서 통일교의 도움을 받았다고 인정한 기시 노부오 방위장관은 교체가 유력하다. 그는 건강도 좋지 않다. “(통일교와 연루된 것이) 문제가 뭔지 모르겠다”고 한 후쿠다 다쓰오 총무회장도 교체 후보군에 올라 있다. 아베파 소속은 아니지만 강경보수 발언으로 기시다 내각의 정책에 간섭한 다카이치 사나에 정조회장의 거취도 주목된다.



제2, 3위 파벌 수장 아소와 모테기는 유임 유력


기시 노부오 방위장관이 지난 6월 11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대화)에서 한미일 국방장관 회의를 마치고 휠체어에 탄 채 이동하고 있다. 싱가포르=EPA 연합뉴스

기시 노부오 방위장관이 지난 6월 11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대화)에서 한미일 국방장관 회의를 마치고 휠체어에 탄 채 이동하고 있다. 싱가포르=EPA 연합뉴스


소속 의원수를 기준으로 하면 기시다파는 자민당 내 4위에 그친다. 기시다 총리는 2, 3위 파벌의 수장인 아소 다로 전 총리(자민당 부총재), 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과 협력하며 국정을 이끌어 왔다. 이에 아소 전 총리와 모테기 간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유임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시다 총리는 6일 밤에도 아소 전 총리와 인사 문제를 논의했다.

각료 중에는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아베파),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장관(기시다파), 스즈키 슌이치 재무장관(아소파), 사이토 데쓰오 국토교통장관(공명당) 등이 자리를 지킬 것으로 전해진다.

기시다 총리의 인사 방향을 놓고 일본 언론의 전망은 엇갈렸다. 아사히신문은 “아베파 내부엔 '기시다 총리가 이번 인사를 계기로 아베파의 지배에서 벗어나려 한다'는 관측이 많다”고 전했다. 마이니치신문도 “기시다 총리가 아베파 중엔 새로 등용하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자민당에서 흘러나온다”고 보도했다. 반면 보수 논조의 요미우리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파벌 간 균형을 잡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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