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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배 째라 공무원"...중국의 가혹한 평가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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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지방 정부가 새로 도입한 직원 평가 제도가 입길에 올랐다. 내부 투표를 통해 일부 직원을 '아첨꾼형', '게으름뱅이형', '말썽쟁이형' 등 몇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나선 것이다. 공무원 사회의 무사안일주의를 타파하겠다는 취지이나, 낙인 효과만 부각될 뿐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데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있겠냐는 비판도 있다.
펑파이 등 중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장쑤성 옌청시 빈하이현 당국은 지난달 현 당국 직원과 주민들을 대상으로 투표를 실시했다. "우리 지역 공무원 중 누가 탕핑(躺平)입니까"를 묻는 투표였다. '드러눕는다'는 뜻의 탕핑은 주어진 책임을 다하지 않고 '배 째라'식으로 자포자기하는 이들이나 그런 행동 습성을 뜻하는 신조어다. '게으름뱅이' 정도로 풀이된다.
투표 결과, 7명의 공무원이 탕핑형 직원으로 지목됐고, 이들은 업무 스타일을 개선하라는 경고를 받았다.
후난성 한서우현은 한 술 더 떠 '실용형', '험담꾼형', '말썽쟁이형', '탕핑형' 등 4가지 기준에 따라 공무원들을 평가하는 내부 투표를 실시했다. 평가 대상 428명 중 실용형은 345명, 험담꾼형이 15명, 말썽쟁이형과 탕핑형이 각각 6명과 62명으로 분류됐다. 실용형으로 평가된 직원들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은 당국으로부터 "업무 방식을 개선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받았다.
허난성과 구이저우성은 '달팽이상'을 제정하기도 했다. 업무 처리가 미숙하고 느린 직원을 투표로 선발해 "분발하라"는 뜻으로 주는 상이라고 한다. 달팽이상 수상자는 능력 없는 직원이라는 눈총에 더해 연말 인사 평가에서 점수를 깎이는 인사상의 불이익을 받게 된다.
중국 공직 사회에서는 무사안일주의가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왔다. 사회주의 특성상 일이 잘못됐을 때 감수해야 할 책임이 유독 크다 보니 일 자체를 회피하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한 네티즌은 "오죽하면 이런 제도까지 도입하겠냐"며 "공무원들이 크게 각성해야 할 대목"이라고 이 제도를 옹호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벌'만 있고 '인센티브'가 없는 제도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마량 런민대 교수는 "부정적 평가를 통해 직원들에게 업무 동기를 부여하는 것은 길게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리자 중국 국립거버넌스아카데미 교수는 "공무원 사회에서 탕핑을 골라내는 작업은 직원들에게 업무 효율성을 생각해보게 하는 좋은 동기를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단, "부정적 평가를 통한 업무 개선은 단기적으로 활용하되, 장기적으로는 직원들의 긍정적인 측면을 평가할 수 있는 제도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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