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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펠로시 만남 끝내 불발…대신 40분간 전화통화

입력
2022.08.0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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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공동언론 발표를 통해 김진표 국회의장과의 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공동언론 발표를 통해 김진표 국회의장과의 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을 찾은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과 끝내 만나지 않았다. 대신 전화통화로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 발전 방안 등 양국 현안을 논의했다.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거물 정치인 펠로시 의장 방한 기간 면담이 불발되자 여러 뒷말이 나왔다. 펠로시 의장이 앞서 방문한 대만에서 미중 갈등이 고조된 탓에 신중한 기조를 유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면담 대신 펠로시 의장단과 전화통화

휴가 중인 윤 대통령은 4일 오후 서초동 자택에서 40분간 펠로시 의장과 통화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을 거론하며 “바이든 대통령과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을 앞으로 발전시키는 데 미 의회와도 긴밀히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펠로시 의장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방문에 대해 "한미 간 대북 억지력의 징표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펠로시 의장은 “윤 대통령이 첫 여름 휴가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가운데 시간을 내준 데 대해 감사하다”면서 “앞으로도 한미 간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ㆍ태평양 질서를 가꿔 나가자”고 제안했다. 펠로시 의장은 또 “한미 동맹은 여러 관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지만 도덕적 측면에서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 있다”며 “워싱턴에서 최근 한미 '추모의 벽' 제막식이 거행됐듯 수십 년에 걸쳐 수많은 희생으로 지켜온 평화와 번영의 약속을 반드시 지키고 가꿔 나갈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뿐 아니라 함께 배석한 그레고리 믹스 하원 외무위원장, 마크 타카노 의원, 수잔 델베네 의원, 라자 크리슈나무르티 의원, 앤디 김 의원 등 5명과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까지 ‘1+6’ 통화를 진행했다고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설명했다. 통화에서 대만이나 중국 인권 문제 등 중국에 민감한 이슈는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펠로시 의장은 미 하원에서 통과된 위안부 결의안과 관련해 “위안부 문제도 결국 인도적 현안"이라며 "과거의 아픈 기억을 딛고 한일 간에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서울 머문 윤 대통령... 여권서도 "이해할 수 없다" 지적

이날 윤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의 면담이 불발된 것을 두고 해석이 분분했다. 여름 휴가라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중국의 거센 반대를 무릅쓰고 앞서 대만을 방문한 펠로시 의장과의 면담 자체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중국의 입장을 고려한 셈이다.

윤 대통령은 휴가 기간 서울에 머물며 전날엔 김건희 여사와 연극을 관람했다. 따라서 물리적으로 만남이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실이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둘의 만남이 무산되자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동맹국 미국의 의회 1인자가 방한했는데 대통령이 만나지 않는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유승민 전 의원)는 지적이 나왔다. 따라서 전화통화는 일종의 절충안인 셈이다.

대통령실 "2주 전 서로 양해한 일정... 중국 의식 아냐" 선 그어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면담이 불발된 건 미국과 사전 조율을 통해 결정된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영범 홍보수석은 “펠로시 의장 방한과 윤 대통령 휴가 일정이 겹쳐 예방 일정을 잡기 어렵다고 미국 측에 사전에 설명했고, 펠로시 의장 측도 상황을 충분히 이해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도 “약 2주 전 펠로시 의장 방한을 논의했고, 마침 윤 대통령의 휴가계획을 확정한 상황에서 면담이 어렵다는 데에 충분한 이해가 있었다”며 "우리가 만나지 않은 것은 중국을 의식해서가 아니라고 간단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다만 예정에 없던 전화통화가 성사된 것과 관련 “윤 대통령이 아침 일찍 통화를 타진하자 펠로시 의장이 흔쾌히 '함께 온 모든 사람과 통화하고 싶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김현빈 기자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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