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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걱대는 한중관계 '전략'이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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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정책의 문제는 전략의 부재다."
한중수교 30년을 맞아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부분이다. 교역규모는 수교 첫해 64억 달러(약 8조3,872억 원)에서 지난해 3,015억 달러(약 395조1,157억 원)로 47배, 인적교류는 연간 13만 명에서 1,000만 명(코로나19 이전)으로 77배 늘었다.
이처럼 눈부신 성과에도 불구, 한반도 정세와 연관된 민감 이슈에서는 이해가 엇갈리며 갈등의 골을 메우지 못하고 있다. 정권이 바뀌거나 문제가 생기면 그때그때 대처하는 '대증요법'에 치중하면서 장기 전략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한중관계는 선린우호 협력관계→협력동반자 관계→전면적 협력동반자 관계→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잇따라 격상됐다. 하지만 단기 이익을 넘어 양국의 지향점이 얼마나 일치하는지는 회의적이다. 출범 초기 '대중 외교가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받는 윤석열 정부에도 해당되는 대목이다.
중국과 수교를 맺은 노태우 정부의 노림수는 명확했다. '북방 외교'를 통한 경제협력 확대와 북한 개방을 내걸었다. 북한이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해 북핵 위기를 처음 접한 김영삼 정부는 4자회담을 고리로 중국을 지렛대 삼아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내는 데 주력했다.
'햇볕정책'을 표방한 김대중 정부와 '자주적이고 평화적인 통일'을 주장해온 중국은 접촉면을 크게 넓혔다. 그 결과 2003년 중국이 한국의 최대 교역국으로 올라서는 토대를 마련했다.
갈등요인도 있었다. 북한을 향한 한중 양국의 이해관계는 애당초 일치할 수 없었다. 2000년 마늘 분쟁은 우리에게 '굴욕'의 역사로 남아 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그럼에도 경제협력을 중심으로 관계가 급속히 발전하고 있었기에 양국 모두 협력의 틀이 깨지지 않길 바랐던 시기"라고 평가했다.
2000년대 중반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과 일본이 중국을 상대로 경쟁구도를 굳히면서 외부 변수의 영향력이 커졌다. 노무현 정부는 '동북아 균형자론'을 꺼내 들었지만 한미동맹과 공존하기는 쉽지 않았다. 문화교류 확대로 양국 국민 간 우호정서가 깊어진 반면, '동북공정'을 비롯해 넘어설 수 없는 벽은 여전히 곳곳에 똬리를 틀고 있었다.
급부상한 중국은 패권을 노리기 시작했다. 2008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선언했지만 한중 간 '전략'은 달랐다. 중국은 미국을 견제하려 한국과 거리를 좁혔다. 이동규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당시 중국은 자신만의 전략을 갖고 한국에 접근해온 것"이라며 "오히려 양국 간 비대칭이 깊어진 시기"라고 설명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대미 외교에 역점을 두면서 중국과 불편한 관계가 지속됐다. 중국은 2010년 천안함·연평도 사건 직후 북한을 감싸며 싸늘하게 등을 돌렸고 우리 정부는 분루를 삼켜야 했다.
2015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톈안먼 망루에 올랐다. 하지만 성의를 냉대로 돌려받았다.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결정하자 중국이 한한령과 경제 제재로 맞받으면서 양국 관계는 최악으로 추락했다.
문재인 정부는 사드의 유산을 떠안고 출발했다. 또한 대북 정책에 치중하면서 한중관계 개선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사이 미중 전략 경쟁이 심화하면서 대외정세가 최악으로 흘렀다. 외교 지렛대는커녕 미중의 입김에 휘둘렸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중국과의 '동상이몽'을 조기에 간파하지 못해 우리 정부가 장기 전략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다고 진단한다. 탈냉전 이후 한국은 외교 지평 확대, 중국은 개혁·개방이라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관계를 강화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북한 비핵화'와 '한미 결속 차단'이라는 서로 다른 이익을 추구하면서 간극이 넓어졌다는 것이다. 이동률 동덕여대 교수는 "한중관계가 좋아서 중국이 북한을 압박할 것이라는 생각은 희망에 불과하다"면서 "그렇다고 중국이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등 급격한 변화를 원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북한을 한중관계가 아닌 미중관계의 완충지대로 보고 '현상 유지'에 주력하는 데 반해 역대 정부는 대북정책의 일환으로 중국에 과도한 기대를 품었다는 설명이다.
차이를 인정하고 조정하기보다는 갈등이 불거져도 덮어두곤 했다. 그러다 화를 키웠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장은 "사드 사태 당시 북핵과 한미동맹이 맞물려 있는 우리 입장을 이야기해도 '북핵, 통일 이야기할 땐 중국을 찾더니 왜 한미동맹 이야길 하느냐'는 반응이 나온다"고 말했다. 미중은 갈수록 치받고, 한중은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는 동안 양국 국민 감정은 격화하는 악순환에 빠진 셈이다.
윤석열 정부는 '포괄적 한미동맹'을 강조하고 있다. 자칫 '중국 리스크'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인권, 자유 등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동맹의 가치를 내세워 중국을 설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핵심 외교안보 라인에 '중국통'이 전무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 인사가 '중국 대안 시장'을 거론한 것은 중국에 역공의 빌미를 제공한 자충수로 비칠 수도 있다.
다시 긴 호흡으로 중국을 바라볼 때다. 정치적 유불리를 넘어선 초당적 지원과 공감대가 필수적이다. 신종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북·대미 관계의 틀에서만 접근하기보다 한중 양국이 공유할 수 있는 이익의 '교집합'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의 가치와 핵심 이익을 명확히 하되 오해 소지를 줄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김한권 교수는 "정례화된 전략대화 채널을 통해 갈등 현안을 선제적으로 논의해서 불가피한 마찰이 발생하더라도 관계의 기본 틀이 훼손되지는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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