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 '공공기관 다이어트'... 문재인 정부 주력 사업 겨냥

입력
2022.08.05 04:30
민간 경합 분야 축소, 공기관 혁신 1순위
3대 뇌관 ①주유소 ②임대주택 ③태양광
문재인 정부 주력 사업 탓에 부실 판단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에 민간 기업과 경쟁하는 기능을 축소하라는 주문을 내리면서 석유공사·한국도로공사가 운영하는 알뜰주유소도 조정 대상으로 거론된다. 2일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최저가인 강서구 화곡동의 한 알뜰주유소 모습. 뉴시스

정부가 350개 공공기관의 '다이어트(혁신) 1순위'로 민간 경쟁 분야를 겨낭했다. ①한국석유공사·한국도로공사의 알뜰주유소 ②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임대주택 ③에너지 공기업의 신재생에너지 등이 꼽힌다. 민간시장을 위협하거나 문재인 정부에서 강하게 밀어붙였던 사업들이 최대 뇌관으로 부상한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9일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을 공개하면서 서울지방조달청에서 모든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했다. 참석자들이 가이드라인 5대 분야 중 가장 관심을 둔 건 △예산 절감 △자산 매각 △복리후생 감축보다 기능 조정, 조직·인력 축소였다. 하루아침에 업무가 사라지는 등 공공기관 직원의 삶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쪽에선 기재부가 혁신 1순위로 민간 경합 기능 축소를 제시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 기재부가 윤석열 대통령의 민간주도성장(민주성) 기조를 뒷받침하기 위해 공공기관을 압박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당장 한국석유공사, 한국도로공사 등이 운영하는 알뜰주유소가 손질 대상으로 거론된다. 6월 말 기준 알뜰주유소는 전국 주유소(1만1,042개) 10개 중 1개꼴인데, 한국석유공사 등으로부터 저렴하게 기름을 사 상대적으로 싼값에 판매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민간 주유소가 알뜰주유소를 고깝게 보는 이유다.

LH가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 한국전력공사와 발전 자회사가 실시하는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도 축소될 수 있다. 모두 부동산·에너지시장에서 민간 기업과 다투는 분야다. 현 정부는 문재인 정부 시절 공공임대주택,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LH, 한전 등의 재무 상황이 크게 악화했다는 입장이라 관련 기능 조정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적지 않다.

다른 공공기관 개혁 과제인 인력 감축은 기재부가 엄포만 놓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 안팎에선 공공기관 인력이 늘어난 가장 큰 원인을 문재인 정부 역점 사업이었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보고 있다. 그런데 기재부는 정규직 전환자를 고용한 공공기관 자회사는 출자회사 정비 대상에서 제외했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군살을 빼려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인건비가 늘어난 부분을 해소하는 게 필요한데 이에 대한 정부 지침이 사실상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인력 감축 규모가 작더라도 신규 채용 감소, 공공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남태섭 한국노총 전국공공산업노조연맹 정책기획실장은 “기재부가 제시한 정원 축소를 달성하려면 청년 직원을 덜 뽑거나, 신규 채용은 유지하는 대신 기존 직원 인건비를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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