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에서 유튜브앱을 지워 봤다

입력
2022.08.04 22:00
27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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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앱을 지웠다. 더는 유튜브 중독자로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유모차에 앉아 있는 어린아이부터, 지하철 어르신들까지 모두가 유튜브를 보는 세상이지만, 나는 정도가 심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유튜브 한 시간을 본다. 집에서 지하철역으로 가는 10분, 출퇴근을 위해 지하철에서 보내는 2시간도 예외 없다. 심지어 아침저녁 샤워하는 시간에도 유튜브를 놓지 못한다. 맙소사! 하루 평균 휴대폰 사용 시간 7시간. 그중 3시간은 유튜브 시청. '매일 운동도 해야 하고, 공부도 해야 하고, 읽고 써야 하는데 바쁘다! 하루가 짧네? 현대사회 참 바쁘군.' 싶었지만, 매일 휴대폰 사용 시간을 적어보니 바쁘지 않더라. 그저 유튜브에 빠져 살았을 뿐.

1일 차, 유튜브 금단 현상은 없다. 내게는 유튜브를 대신할 인스타그램과 트위터가 있다. 평소보다 두 앱의 사용 시간이 늘었다. 유튜브 앱은 지웠지만, 그렇다고 쉽게 휴대폰을 놓을 리 없다.

2일 차. '오늘 영상 업로드되는 날인데! 어쩌지?' 휴대폰에서 유튜브 앱은 지웠지만, 연결의 시대, 유튜버들과의 소통마저 끊을 순 없다. '그래! 갑작스럽게 끊어내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니 천천히 시간을 줄여나가자.' 싶어 규칙을 정했다. 휴대폰으로 유튜브 시청 금지. 단, 노트북과 아이패드로 구독하고 있는 채널만 볼 것. 휴, 이제야 마음이 놓여 휴대폰을 가방에 두고 책을 읽었다.

3일 차. 습관처럼 휴대폰을 만질 때마다, 유튜브 앱을 찾는다. 습관이 이렇게 무섭다. 휴대폰 사용 시간이 하루 평균 7시간에서 5시간으로 줄었다.

4일 차. 노트북으로 가장 좋아하는 채널 3개만 챙겨보기로 마음먹었지만, 알고리즘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지금껏 참았던 욕구가 폭발됐다. 구독하는 채널뿐만 아니라, 온갖 영상을 다 보고 말았다. 맙소사!

휴대폰에서 유튜브 앱을 지운 지 8일 차가 됐다. 노트북으로 좋아하는 채널 영상을 보고 있지만 작은 변화가 생겼다. 매일 5~15분의 짧은 콘텐츠에 익숙해져서, 2시간짜리 영화를 몇 번이나 끊어보던 내가, 영화를 한 번에 볼 수 있게 됐다. 그뿐만 아니라, 집중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책 한 권 진득하게 읽지 못하고, 10분에 한 번씩 휴대폰을 봤는데, 어제는 1시간 동안 휴대폰을 보지 않고 책을 봤다. 유튜브를 대신했던 앱들도 시도 때도 없이 보니 흥미를 잃었다. 새삼 유튜브만 한 게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낀다.

휴대폰 사용 시간은 평균 4시간으로 줄었다. 퇴근 후 웹으로 유튜브를 시청하는 시간은 1시간 남짓. 하루의 낙이지만, 더 늘릴 생각은 없다. 앞으로 한 달 동안은 휴대폰에 유튜브 앱 없이 지내는 게 목표다. 중독을 스스로 조금씩 컨트롤하고 있다는 성취감도, 중독에서 조금씩 빠져나오면서 생긴 시간과 집중력도 퍽 맘에 들기 때문이다. 현대사회에서 휴대폰은 분신과 같은 존재지만, 매일 7시간씩 휴대폰을 붙잡고 계속 살았을 때 내 미래를 생각하면 어쩐지 영 갑갑하다. 훗날 원하는 곳에서, 건강하게 먹고 싶은 걸 고민 없이 먹기 위해서는 유튜브 밖에서의 시간을 잘 써야한다. 여전히 누군가는 내 시간을 뺏기 위해 온갖 재밌는 콘텐츠와 중독에 빠져들게 만드는 앱을 만들고 있겠지만, 순순히 넘어갈 생각이 없다. 퇴근길 지하철 안, 유튜브 보고 있는 사람들 틈에서 책을 펼친다.


김경희 오키로북스 전문경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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