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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입신고, 이삿날 안 했으니 보증금 못 줘"... 세입자 또 울리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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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서울 양천구 신정동의 한 빌라에 전세로 들어간 직장인 김모(33)씨는 최근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다. 논란이 된 전세 사기 수법(본보 '파멸의 덫, 전세 사기' 시리즈 참고)에 당해 은행 대출로 충당한 전셋값 2억5,000만 원을 고스란히 날릴 처지에 몰렸기 때문이다.
김씨는 지난해 10월 집이 경매로 넘어갔다는 법원 통지서를 받고서야 이사한 당일 집주인이 바뀐 사실을 알게 됐다. 거액의 이사지원금을 내걸며 전세 계약을 독촉했던 중개업자도 머리를 스쳤다. 세입자 전셋값으로 분양대금을 치르는 전형적인 '동시진행' 수법에 당한 것이다.
그럼에도 김씨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취급하는 안심전세대출을 받았고 이중으로 전세금반환보증까지 가입했으니 '설마 보증금을 날리겠어' 싶었다. 설마가 사람 잡았다. 금요일 오후 늦게 이사를 한 터라 어쩔 수 없이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 일찍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받은 게 문제가 됐다.
HUG의 설명은 이랬다. "약관상 이사 당일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받은 경우에만 보증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김씨처럼 전입신고를 3일 늦게 하면 보증금 반환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김씨는 "이미 보증료까지 다 냈는데 지금까지 아무 말도 없다가 정작 사고가 난 뒤에 약관을 이유로 보증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게 납득이 되질 않는다"고 토로했다.
김씨처럼 보증기관의 전세보증금 반환 거절로 또 한번 좌절하는 피해자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와 HUG가 전세금반환보증 상품 가입을 대대적으로 독려했음에도 이제와 애매한 기준을 들이밀며 피해자 구제에 손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 산하 기관인 HUG는 현재 국내 전세보증의 90% 가까이를 담당하고 있다. HUG는 전세금반환보증 상품과 전세금안심대출보증 상품 두 개를 취급한다. 대부분 후자를 선택한다. HUG를 통해 시중은행 전세대출도 받으면서 동시에 전세보증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칙적으로는 HUG 안심대출을 받았으면 전세 사기를 당해도 보증금을 100% 돌려받을 수 있다.
허점이 여럿 존재한다. 안심대출보증 상품 약관에 '가입자는 반드시 대출 실행일(이사 당일)에 이사 간 집에 대한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갖춰야 한다. 이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보증 채무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이사 당일 전입신고 여부를 보증금 반환 기준으로 삼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많다. 어차피 이사 당일 전입신고를 해도 이에 대한 법적 효력(대항력)은 다음 날부터 발생한다. 최근 전세 사기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 이사 당일 집주인이 바뀌면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법적 순위는 뒤로 밀리게 된다.
그런데 HUG는 이사 당일 전입신고를 마치기만 하면, 당일 집주인이 바뀌어 세입자가 대항력을 갖추지 못해도 구제 대상으로 삼는다. 전입신고를 이사 당일에 하나, 3일 뒤에 하나 그 사이 집주인이 바뀌면 세입자의 법적 순위가 뒤로 밀리는 건 똑같은데, HUG는 오직 전자만 구제 대상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HUG는 전세금안심대출 전 과정을 시중은행에 위탁하고 있다. 김씨는 HUG에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지만, 만약 김씨가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은행은 HUG로부터 김씨가 못 갚은 전액을 보상받는다. 중요 약관을 김씨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은행이 HUG로부터 벌칙을 받아야 하는데, 현재 구조는 거꾸로인 셈이다. HUG는 이에 대해 "다소 불합리하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내부에서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김예림 변호사는 "설령 보증금 반환이 안 되는 경우라도 HUG가 바로 알려줘야 하는데 정작 사고가 터진 뒤에야 알려준다"며 "보증기관이 중간에 확인해 미리 고지해주는 식의 개선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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