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국정원 '고발 보고'에… 박지원 "尹대통령 또 거짓말, 대통령실이 기획"

입력
2022.08.03 14:00
구독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전직 원장 헤집어봐도 나올 게 없을 것"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6월 6일 오후 국립 5·18민주묘지 승모루 부근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스1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6월 6일 오후 국립 5·18민주묘지 승모루 부근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뉴스1

국가정보원이 박지원, 서훈 두 전직 국정원장을 검찰에 고발한 것을 두고 3일 박 전 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에 또 거짓말을 하신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그동안 대통령실이 국정원 고발에 대해 "언론 보도 이상 자세히 알지 못한다"고 밝혔지만, 관련 보고가 대통령에게 올라갔다는 전날 김규현 국정원장의 발언으로 미뤄 볼 때 "거짓말"이라는 지적이다.

박 전 원장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국정원이 자신을 고발한 것에 대해 "청와대(대통령실)가 기획해서 지시하고, 국정원이 고발하고, 검찰이 수사한 것"이라며 이렇게 주장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은 '나는 당무에 관여하지 않습니다'라고 했는데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보낸) 문자를 보면 '내부총질하는 당대표'를 운운했다. 거짓말한 것"이라며 "이번에 또 한 번의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규현 국정원장은 전날 비공개로 진행된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정원장이 전직 국정원장 고발 관련 사실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느냐'는 질문에 '고발 관련 사실을 윤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대통령이 승인했다'는 요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체회의가 끝난 뒤 김 원장이 '승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지를 두고서 여야 간 이견이 있었지만, 정보위 야당 간사를 맡은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보위 회의록 확인 결과 승인이라는 표현이 선명하게 기록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이후 야당 정보위원들은 성명을 통해 "정권이 바뀌자마자 국정원이 전직 국정원장 두 명을 고발한 것은 충격적인 일"이라며, "그 충격적인 사건의 배후에 윤석열 대통령이 있었음이 확인됐다"고 질타했다.

논란이 되자 국정원은 "정보위에서 원장의 '승인' 발언은 국정원이 대통령실에 고발 방침을 통보했다는 사실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사용된 표현일 뿐이며, 국정원이 대통령실로부터 고발을 허가받거나 양해받은 사실도 없고, 이와 관련한 어떤 협의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박 전 원장은 "저는 다른 사건으로도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권 15년간 검찰 조사와 재판을 받았다"면서 "웃고 있지만 속은 아주 괴롭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3대 기관(대통령실, 국정원, 검찰)을 총동원해 두 (전직) 국정원장을, 국정원을 헤집어 보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나올 게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도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김규현 국정원장의 발언을 두고 "(윤 대통령이) 국정원의 대면 보고를 다시 시작했다는 것이 심상치 않다. 국정원장의 대면 보고를 없앤 지 오래됐다"며 "사실상 대통령이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을 허용했다고 보기 때문에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국정원은 지난달 6일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첩보 관련 보고서 등을 무단 삭제한 혐의 등으로 박 전 원장을, 탈북어민 강제 북송 사건 관련 당시 합동 조사를 강제 조기 종료시킨 혐의 등으로 서 전 원장을 각각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이윤주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