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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을 예고하는 시장금리 하락

입력
2022.08.04 00:00
27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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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요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는데도 시장금리는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시장금리 하락은 다가올 경기침체를 의미한다.

지난 6, 7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씩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한국은행도 7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인상했다. 중앙은행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물가안정인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통화정책 목표로 제시한 2%를 크게 넘어섰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시장금리는 하락하고 있다. 대표적 시장금리가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이다. 6월 3.47%까지 상승했던 미국의 10년 국채수익률이 지난주에는 2.65%까지 떨어졌다. 한국의 10년 국채수익률도 3.80%에서 3.12%로 하락했다.

시장금리에는 미래의 실질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들어있다. 시장금리 하락은 머지않아 경기가 나빠지고 수요 위축에 따라 물가상승률도 낮아질 것을 시사한다. 실제로 시장금리 특히 장단기 금리차이는 경기를 예측하는 데 매우 유용한 지표로 활용된다.

우리나라에서는 10년과 1년 국채수익률 차이가 주요 경제지표에 앞섰다. 통계청에서 매월 발표하는 선행지수순환변동치는 앞으로 경기를 가늠하려고 작성된다. 그런데 2008년 이후 분석해 보면 장단기 금리차이가 선행지수에 5개월 정도 앞서왔다. 지난해에도 장단기 금리차이가 먼저 줄어들었고 뒤따라 선행지수순환변동치도 하락세로 전환되었다. 지난 7월 장단기 금리차이가 0.19%로 6월(1.04%)에 비해 크게 하락했다. 선행성을 고려하면 11월 이후에는 경기 위축 정도가 더 심해질 수 있다.

미국에서는 10년과 2년 국채수익률 사이의 차이를 장단기 금리차이로 정의하고, 이를 활용해 미래 경기를 예측한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복잡한 거시경제모델보다 장단기 금리차이가 미래 경제를 예측하는 데 더 유용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1976년 이후 미국의 경기순환에서 6번의 경기침체가 있었는데, 매번 경기침체 이전에 장단기 금리차이가 역전됐었다. 미국의 경우 지난 7월 이후 10년 국채수익률이 2년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시기의 문제이지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시장금리가 예고하고 있다.

미국 경제가 지난 1분기에 마이너스(-) 1.6% 성장한 데 이어 2분기에도 –0.9% 성장했다. 선진국에서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하면 그 나라 경제가 침체에 빠졌다고 한다. 그런데 재닛 옐런 재무장관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소비가 늘고 고용이 증가하고 있기에 침체에 빠진 것은 아니라고 항변한다. 필자의 경험에 따르면 시장은 경제정책 책임자보다 더 똑똑하다. 시장금리가 오르고 난 다음에 기준금리가 인상되었고 시장금리가 떨어지면 약간의 시차를 두고 기준금리가 인하되었다. 조만간 소비와 고용이 줄 가능성이 높다.

최근의 시장금리 하락은 앞으로 경기가 침체되고 이에 따라 물가상승률도 낮아질 것을 예고한다. 그렇게 되면 중앙은행의 통화긴축 정도도 완화할 것이다. 이러한 기대로 최근 우리나라와 미국 주가가 같이 반등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침체가 현실화하면 주식시장이 다시 한번 더 진통을 겪을 수 있다. 주가를 결정하는 금리보다 경제성장률(기업수익 증가율) 하락 속도가 더 빠르게 진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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