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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이라도 찾고 싶어요"... 돌아오지 못하는 우리 곁의 '우영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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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지적장애를 가진 발달장애인 박상웅(33)씨의 아버지 동래(61)씨는 2019년 3월 17일을 또렷이 기억한다. 아들이 사라진 날이다. 패딩 점퍼를 입어야 할 만큼 쌀쌀했던 초봄, 서른 살 아들은 얇은 티셔츠 하나만 걸친 채 실종됐다. 1일 인천 남동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씨는 “죽었다는 확신이라도 들면 가슴에 묻을 텐데 그러지도 못하고 있다. 시신이라도 찾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열풍이 뜨겁다. 화면 속 주인공은 한국사회에 장애인과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현실을 반영했다고는 하나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삶은 드라마처럼 아름답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 현실을 겉도는 정책 탓이다. 발달장애인 ‘실종신고 시스템’도 그중 하나다.
박씨는 아들이 없어진 직후 경찰과 지방자치단체 등 관계 기관들의 초기 대응이 아쉽다고 했다. 사실 상웅씨는 실종 전에도 몇 번 집을 나갔다가 이웃이나 경찰 신고로 돌아온 적이 더러 있었다. 장기 실종 1년 전인 2018년, 인천 집에서 50㎞ 떨어진 서울역에서 닷새 만에 발견되기도 했다.
몸은 건강하니 발달장애인은 혼자서 버스는 물론 기차도 자유롭게 이용할 만큼 활동 범위가 넓다. 수도권에서 사라졌다가 지방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당시 경찰은 일반 실종사건처럼 자택과 가게 주변만 수색했다. 실종 해결 ‘골든타임’이라는 12시간을 허비한 것이다. 박씨는 “발달장애인 수색 경험이 별로 없던 담당 경찰관이 우왕좌왕한다는 느낌이었다”면서 “초반에 좀 더 넓은 지역을 살폈어야 했다”고 가슴을 쳤다.
부실한 초기 대응도 개선해야 하지만, 경찰과 공조해야 할 발달장애인 실종 전담기관이 없는 것이 더 큰 허점이다. 치매노인과 18세 미만 아동의 실종은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치매센터와 아동권리보장원 실종아동전문센터가 각각 전담한다.
문제는 발달장애인 실종도 아동권리보장원이 맡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발달장애인 실종자의 80%는 성인이고, 실종 후 행동유형도 아동과는 완전히 다르다. 탁미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부회장은 “아동 실종이 접수되면 2시간 만에 전담팀이 꾸려진다”며 “발달장애인은 상대적으로 실종체계가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아 잠깐 한눈을 팔면 장기 미발견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실종된 발달장애인의 미발견율이 유독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경찰청의 실종신고 접수 및 처리현황을 보면, 2017~2021년 최근 5년간 4만10건의 발달장애인 실종이 접수됐는데 67건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미발견율 0.16%로 18세 미만 아동(0.1%)과 치매환자(0.05%)보다 훨씬 높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도 발달장애인 수색에 타격을 줬다. 실종 뒤 발달장애인이 장애인 보호시설에서 발견되는 사례가 종종 있다. 집 주소나 부모 연락처 등을 기억하지 못하고, 의사소통도 어려워 무연고 신분이 되고, 발견 지역 인근의 보호시설로 보내지는 식이다. 그런데 비인가 보호시설은 전국에 1만 곳 가까이 된다. 여기로 가면 사실상 실종자를 찾아낼 작은 기회마저 없어진다.
경찰도 이런 구조를 알고 있어 2016년부터 지자체 등과 함께 1년에 두 번씩 관내 비인가 보호시설을 찾아 무연고 발달장애인이 있으면 유전자를 채취한 뒤 실종자 명부와 대조하고 있다. 일제 수색을 통해 2017~2019년 매년 1만 명이 넘는 무연고 실종자들을 가족 품으로 돌려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2020년부터 코로나19 감염 위험으로 시설 방문이 중단됐다.
복지 전문가들은 발달장애인 실종 초기 강력한 권한을 갖고 경찰 등 유관기관을 지휘할 전담기관 설립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실종아동전문센터에서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면 장애인 공공기관 가운데 한 곳을 지정해 실종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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