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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까지 거래 정지"…전세사기의 먹잇감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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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평대 신혼부부 전세임대 청약에 당첨됐는데 전세대출을 중복으로 받을 수 없대서 포기했어요. 대항력을 갖추려면(나중에라도 보증금을 돌려받으려면) 이사할 수도 없어요. 지난해 아기도 태어났는데, 10평인 이곳에 계속 갇혀 있는 거죠."
집주인이 잠적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이모(30)씨
"대출금을 못 갚아서 신용점수가 900점대에서 350점까지 떨어졌어요. 신용카드는 거래 정지 통보가 곧바로 날아오더라고요. 전세금에 전 재산을 다 부었는데, 차근차근 돈을 모으려던 계획은 한순간에 날아갔어요."
서울 금천구의 신축 빌라에 사는 2년차 직장인 이모(31)씨는 전세 계약 만기였던 5월, 자신이 전세금 '먹튀'를 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은행에서 빌린 보증금 80%(2억1,600만 원)를 은행에 상환해야 했지만, 집주인은 연락두절 상태. 2년 새 집주인은 건축주에서 임대사업자 A씨로 바뀌어 있었고, A씨는 종합부동산세 36억 원을 체납하고 잠적했다. 이씨는 "부동산 말만 믿고 계약했다"며 "상경하고 열심히 돈을 모으려 전세를 택했는데 결국 사기를 당했다"고 토로했다.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2030 청년 비중은 압도적으로 높다. ①전세 사기에 악용되는 매물 자체가 사회초년생이 겨우 감당할 수 있는 금액대에 포진해 있고 ②부동산 거래 경험이 적은 청년들이 공인중개사 말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서다. 전문가들은 전세 사기를 막기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일보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요청해 받은 5년치 연령별 전세보증금 반환 사고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 상반기 20대와 30대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 건수는 1,118건으로, 전체(1,595건)의 70%를 차지했다. 연간 비중은 2020년 47%, 지난해 64%로 매년 증가세다.
올해 상반기 연령별 사고 건수는 30대와 20대가 각각 796건, 322건으로 1, 2위를 차지했다. 2019년까지 40대가 전체 3분의 1가량으로 가장 많았지만 이듬해 30대가 1,037건으로 40대(714건)를 앞질렀고, 올해 상반기에는 20대가 40대(289건)를 처음 넘어섰다.
2030은 사고 금액도 늘었다. 30대의 사고 금액은 2019년 927억 원에서 2020년 1,937억 원, 2021년 2,792억 원으로 증가했다. 20대의 경우 2020년 173억 원에서 지난해 809억 원으로 4배 넘게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 20대(624억 원)와 30대(1,643억 원) 비중은 전체 사고 금액(3,407억 원)의 66%를 차지한다.
HUG가 대신 갚아 준(대위변제) 금액을 따져 보니 보증금 2억 원에서 3억 원대 사고 건수가 43%로 가장 많았다. 9,000만 원 초과 2억 원 이하는 513건(37%), 3억 원 초과 4억 원 이하는 143건(10%)으로 집계됐다.
10년치 자료를 분석한 주택유형별 전세 사기는 다세대주택이 924건으로 아파트(389건), 오피스텔(211건)을 압도했다. 사고 금액은 다세대주택 1,961억 원, 아파트 909억 원, 오피스텔 413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올해 상반기 기준 서울(622건), 경기(420건), 인천(355건) 순으로 높았다. 이 세 지역은 2019년 이래로 계속 연간 사고 건수가 세 자릿수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전세 사기 피해가 2030 청년에게 집중되는 첫 번째 이유는 전세 사기 매물로 많이 나오는 3억 원 이하 전셋집이 신혼부부, 사회초년생들이 낼 수 있는 금액대라는 점이다. 이어 부동산 거래 경험 부족이 꼽힌다.
특히 거주 환경이 깨끗해 청년층의 선호도가 높은 신축 빌라의 경우, 가격 정보가 없어 임차인은 전셋값이 매맷값보다 높은 '깡통 전세'인지 모르는 처지에 놓인다. 임대인이 세금을 체납했는지, 전세금을 돌려줄 여력이 있는지도 임차인 입장에선 알 방법이 없다.
현장 전문가들은 "현행법상 임차인이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너무 없다"며 "정보의 불균형을 해소해야 사기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4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①임대인 변경 계약시 임차인에게 통보 의무화해야
현행법상 임대인이 바뀌더라도 임대차는 그대로 승계된다. 다만 임대인이 바뀐 사실을 임차인에게 통보할 의무는 없다. 결국 임차인은 임대인이 바뀐 사실 자체를 보증금을 돌려받을 때쯤 알게 된다. 김예림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임대인이 바뀌면 임대차 계약 해지 권리가 세입자에게 있지만 바뀐 사실을 몰라 해지 시기를 놓치게 된다"며 "새 임대인이 전세금을 줄 수 없을 것 같으면 전 임대인에게 보증금을 청구하거나 계약을 해지할 수 있게 임차인에게 변경을 통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②공인중개사가 임차인에게 위험성 설명해야
전가영 서울시복지재단 변호사는 "임대인이 얼마나 세금을 체납하고 있는지도 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를 받지 않는 한 확인할 수 없다"며 "공인중개사가 선순위 보증금·대출이 얼마나 있는지 등 전세 사기 위험성을 임차인에게 설명하도록 공인중개사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③대항력 발생 시점, 주민등록 마친 즉시 변경해야
현행법상 대항력은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친 다음날 발생한다. 전입 신고하는 날 집주인이 근저당 설정을 하면 임차인은 순위가 밀리고, 보증금을 떼일 수도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주민등록을 마친 즉시 대항력이 생기게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계류하고 있다'는 지적에 "실무적인, 법원 측의 난색 표명이 있지만 국토부가 긴밀하게 요구하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④가격 공개 시스템 마련해야
신축 빌라의 경우 가격 정보가 없다 보니 임대인이 매맷값보다 전셋값을 더 높게 받아도, 임차인은 이를 알 수 없다. 민달팽이유니온의 지수 위원장은 "현재 주택가격이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지 않다"며 "보증금 시세를 공개하는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 '여전히' 정부 비웃는 사기 현장
<중> '여전히 고통' 사기 피해 그 이후
<하> 먹잇감 된 2030, 해결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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