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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제훈의 다큐 작업을 끝마치며

입력
2022.08.02 22:00
27면
케이티시즌 제공

케이티시즌 제공

최근 이제훈 배우의 다큐멘터리 작업을 끝마쳤다. 정확히 다큐멘터리 장르라고만 규정하기엔 다소 경계선이 애매한, 배우의 이야기를 좇되 그의 상상은 픽션으로 연출한 영화감독의 시선으로 배우를 담아내는 프로젝트였다.

극영화를 연출하던 내가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과연 어떤 것이 진실한 것인가, 그리고 인물의 어떤 모습까지 보여주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고민이었다. 배우가 출연진들을 만나 대화를 나눌 때는 연출자가 개입하지 않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삼았지만, 촬영은 6회 차 안에 끝마쳐야 했다. 그 안에 나름 기승전결이 담긴 구성을 완성해야 했으니 출연진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대화의 흐름이 예상했던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으면, 내 머릿속은 어떤 식으로 구성 방향을 잡아야 할지 고민하느라 쉴 새 없이 분주해졌다. 만약 내가 컴퓨터였다면 위잉- 하는 팬 소음이 너무 커서 촬영이 중단됐을지도 모르겠다.

극영화라면 명확한 신의 목표가 있고, 그 목표와 배우의 연기에 집중하며 연출하면 되는데, 다큐멘터리 작업은 연출자가 섣불리 개입할 수 없다는 점이 장벽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컷을 외치고 난 뒤, 돌연 '다시 한번 가겠습니다'라는 디렉팅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다만 이 과정에서 내 역할은 비록 짧은 시간이더라도 출연진들이 어떤 이야기를 해도, 그들의 이야기가 왜곡되지 않고 전달될 것이라고 안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리라 생각하며, 신뢰감과 안정감을 쌓는 것에 집중했다.

다만 이 신뢰감은 비단 출연진들과만 쌓아야 하는 것이 아니다. 시청자와도 쌓아야 하는 것이다. 연출이 개입됐다고 감지되는 순간 인물도 이야기도 허구로 느껴질 수 있다. 그렇기에 이야기가 오롯이 전달되어야 한다는 목표는 촬영을 할 때도, 후반 작업을 할 때도 최우선 순위로 염두에 둬야 했다.

일례로 촬영을 할 때 출연진들은 소형 와이어리스 마이크를 착용했는데, 사운드의 수음이 잘되어 어디서든 가깝게 들렸다. 그렇기에 믹싱 작업을 할 때 카메라와 인물의 거리가 멀리 있을 때는 의도적으로 사운드 볼륨을 작게 수정하는 선택을 했다. 극영화를 연출할 때는 카메라와 인물 간 거리를 신경 써야 한다. 만약 인물의 클로즈업 쇼트라면 사운드가 선명하게 들려도 이상하지 않지만, 인물과 카메라의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는 상태라면 소리가 선명하고 가깝게 들리는 것은 사실을 위반하는 것처럼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믹싱을 할 때 인물과 카메라의 거리가 멀면 의도적으로 소리를 더 작게 작업했다. 시청자들이 연출이 들어갔다고 느끼는 순간 이 작품의 진실함에 의구심을 품을 수 있고, 그렇다면 배우의 이야기 또한 진실하게 다가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와 픽션을 연출하는 것의 동일한 지점은 연출자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등장 인물에게도, 관객들에게도. 그것은 대단한 믿음이 아니라 본질을 오롯이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믿음이다. 물론 이 신뢰를 타인에게 얻기 위한 첫 단계는 나 자신이 나를 신뢰할 수 있는 지점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옳다고 믿는 것, 진실하다고 믿는 가치를 좇아 가장 먼저 나에게서 신뢰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나아가겠다. 물론 스스로에게 가장 박한 평가를 내리는 나에게서 신뢰를 얻는 일이 어쩌면 가장 어려운 일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윤단비 영화감독·시나리오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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