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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800m 산골이 해바라기 꽃밭으로 변신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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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가을에 피는 꽃으로 인식되던 해바라기가 차츰 여름 꽃으로 자리 잡아 가는 추세다. 온통 녹음으로 짙은 한여름에 화려한 색감으로 눈길을 잡을 만한 꽃이 많지 않으니 파종 시기를 조금 앞당겨 여행객을 유혹한다. 일종의 틈새 공략이다.
태백 구와우마을이 대표적이다. 2005년 국내 최초로 해바라기 축제를 시작한 구와우마을은 아홉 마리 소가 배불리 먹고 누워 있는 형상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 뜻만 보면 풍성하고 너른 들판일 것 같은데, 실제 해바라기를 심은 곳은 해발 800m 부근 산자락이다. 골짜기로 길쭉하게 파고든 밭을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가파른 산줄기가 이어진다.
해바라기 사이사이에 아름드리 버드나무가 그늘을 드리웠고, 해마다 개수를 더해 가는 설치미술 작품이 색다른 포토존을 형성하고 있다. 일본잎갈나무를 주종으로 하는 울창한 숲속에는 짧은 산책로와 쉼터를 조성했다. 축제장 맞은편은 함백산, 금대봉, 대덕산 등 해발 1,400~1,500m에 이르는 우람한 산줄기가 감싸고 있다. 한여름에도 무더위 걱정 없이 꽃밭을 누빌 수 있다는 게 이곳의 최대 매력이다.
해바라기를 심기 전 구와우는 고랭지 채소를 기르는 농지였다. “태백은 아이들이 개천을 검게 그리는 광산도시였습니다. 탄광이 하나둘 문을 닫으면서 이 잿빛 도시를 노란색으로 화사하게 물들여 보자는 생각으로 해바라기를 선택했죠.” 홍제운 축제위원장은 해바라기 축제의 유래를 이렇게 설명했다. “태백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시원한 곳이지 않습니까? 이왕이면 그런 점을 알리기 위해 여름휴가 기간에 꽃이 피도록 파종 시기를 조절했습니다.”
올해 축제는 지난달 22일 시작해 7일까지 계속된다.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로 축제를 열지 못한 것을 보상이라도 하려는 듯, 올해는 최근 6년 이래 꽃이 가장 풍성하고 예쁘게 피었다고 한다. “여행사에서 문의가 많아 상황을 봐서 축제를 더 연장할지 결정할 예정입니다. 씨앗이 여물 때까지 놔두기 때문에 축제가 끝나도 꽃은 볼 수 있을 겁니다.” 수확한 씨앗은 잘 보관했다가 내년 축제 때 기름을 짜서 판매할 예정이다.
국내 경관농업의 효시라 할 고창 학원농장에도 이제 막 해바라기가 피기 시작했다. 진영호 대표는 20일 터울로 3차례 나눠 심었기 때문에 9월 말까지는 해바라기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상황을 봐서 ‘4번 해바라기’까지 심으면 10월 20일까지 갈 수도 있습니다.”
학원농장은 봄에 청보리와 유채 물결이 일렁이는 곳이다. 보리 수확이 끝난 들판에 지금은 해바라기와 함께 메밀, 황화코스모스, 백일홍을 심었다. 황화코스모스는 이미 절정을 맞았고, 백일홍도 꽃이 피기 시작했다. 해바라기기와 마찬가지로 먼저 핀 꽃이 질 무렵 새 꽃이 피도록 파종 시기를 조절해 가을까지 화사한 꽃밭이 유지될 전망이다. 학원농장은 야트막한 구릉에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지형이다. 사방으로 시야가 트여 태백 구와우마을과는 대조적인 풍광이 펼쳐진다.
함안 법수면의 강주마을도 지역에서 꽤 알려진 해바라기 명소다.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조성한 해바라기 밭이 마을 뒤편 언덕배기를 노랗게 물들인다. 부드럽게 휘어지는 능선 뒤로 노을이 질 때 특히 아름답다. 주민들이 뜻을 모아 평범한 농촌마을을 관광지로 만든 모범 사례로 꼽힌다. 올해 축제는 9월 초부터 2주간 진행될 예정이다.
경주의 동부사적지는 일명 ‘첨성대 꽃단지’로 불린다. 형형색색의 꽃들이 계절을 달리하며 화사하게 피어나기 때문이다. 지금은 플록스, 배롱나무와 어우러진 해바라기가 절정이다. 신라의 유서 깊은 문화재와 고분을 배경으로 피어난 탐스런 꽃송이가 색다른 감흥을 선사한다. 시내 외곽 하동연못 인근의 바실라카페도 요즘 해바라기 사진 명소로 뜨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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