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20여 년 미 연방의회 풀뿌리 활동가의 눈으로 워싱턴 정치 현장을 전합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정계 진출 이후 거의 50년 동안 4년 주기로 대통령 출마를 놓고 고심했다. 1980년 카터와 케네디의 과도한 경쟁 속에 타협 후보로 떠올랐고, 1984년엔 자신의 여동생 '발레리 바이든'이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 입후보 서류를 내기 직전 포기했다. 1988년에도 대선 캠프를 꾸렸지만 영국 정치인의 연설을 표절했다는 구설에 휘말리며 4개월 만에 사퇴했다.
대선 사퇴 행진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주변 사람들의 말에 더 귀를 기울여만 하는 스스로의 문제를 극복하느라 그 후에도 대선 때마다 후보 명단에 이름이 올랐지만 제대로 뛴 적은 거의 없었다. 마침내 2008년엔 스스로 출마를 선언했지만,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1%의 지지율로 탈락했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가 되었다.
오바마와 함께한 8년 동안 부통령으로 지내면서 바이든의 가장 큰 고민은 다시 출마해야 하는가였다. 오바마의 백악관은 이미 '힐러리 클린턴' 지지 계획을 분명히 했기 때문에, 2016년 대선에서는 아예 출마 꿈조차 꾸지 못했다. 그해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하자, 바이든은 트럼프가 백악관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여성 대통령(힐러리)도 진보 대통령(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아닌 중도·진보 대통합 성향의 후보가 나왔어야 했다고 민주당의 후보 결정을 뒤늦게 비판했다. 그리고 바이든은 4년 후 중도를 통합하고 진보를 포용하는 후보로서 결국 트럼프를 이겼다.
지난 4월 초, 바이든 대통령은 '전 국민 건강보험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백악관으로 오바마 전 대통령을 초청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전면 백지화된 오바마케어를 복구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이며 오바마와의 개인적 친분까지 과시했다. 오바마와의 만남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2024년 대선에 재출마할 것임을 밝혔다. 오바마와 재출마 캠페인을 의논한 사실이 어떻게 알려졌는지는 모르지만, 2024년 바이든 대통령의 재출마 관련 이슈가 워싱턴 정가의 전면에 부각됐다. 사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전에도 트럼프와의 재대결에 대한 의지를 여러 차례 내비쳤다. 지난 3월 유럽 방문 당시,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차기 대선에서도 트럼프와 맞붙게 된다면 행운일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워싱턴 조야에는 2024년 대선이 바이든과 트럼프의 리턴매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2020년 승리가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은 바이든 대통령의 의지와, 2020년 진정한 승자는 자신이라고 주장하는 트럼프의 욕구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민주당과 공화당의 여론도 바이든과 트럼프로 쏠리고 있다. 2024년 공화당 후보로 트럼프가 가장 유력하고,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를 백악관에서 몰아낸 일이 미국 유권자에게 가장 크게 기여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동시에 바이든은 자신이 트럼프를 물리칠 수 있는 가장 좋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의 말에서 진실성을 찾기 어렵지만, 트럼프도 최근(7월 14일) 뉴욕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2024년 대선 출마를 분명히 밝혔다. 트럼프가 부각될수록 민주당 후보는 바이든 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다. 공격적인 공화당에 대해서 강력한 리더십의 부족을 불평하는 좌파들마저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를 물리친 유일한 사람이고, 흑인 커뮤니티의 강력한 지지로 중도와 진보 연합을 구성할 유일한 사람임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역대 최저 수준이고 최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내 응답자의 64%가 출마를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트럼프의 재등장은 바이든의 재출마를 결정할 것이다. 2024년 대선 구도가 바이든과 트럼프의 리턴 매치로 빠르게 흘러가고 있는 만큼, 세계는 새로운 트럼프 정권의 등장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울 필요가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