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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흠뻑쇼·워터밤' 2030 확진 봇물에도... 자율방역 뒷짐 진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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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에 사는 30대 A씨는 지난 23일 젊은층 사이에서 유행인 '워터밤'을 즐기러 대구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다음 날 서울로 돌아온 뒤 열이 나고 몸살이 시작돼 자가검사키트를 사용했더니 두 줄이 떴다. 이미 3월 코로나19에 걸렸던 터라 방심했다가 재감염된 A씨는 "생각보다 증상이 심했다.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가수 싸이의 '흠뻑쇼'와 인기 가수가 대거 등장하는 '워터밤' 등 3년 만에 열린 대형 물놀이 공연이 최근 코로나19 전파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그러나 방역당국은 '자율 방역'을 이유로 지나치게 소극적인 대응을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온라인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A씨처럼 '대형 물놀이 공연에 다녀온 뒤 감염됐다'는 사례가 쏟아졌다. 30일 강원 강릉종합경기장에서 열린 흠뻑쇼에 2만여 명이 몰리자 이를 우려한 글도 많았다. "흠뻑쇼 다녀오신 분 코로나 검사 받아보세요. 저도 일행이 알려줘서 검사했더니 확진이랍니다"라며 다른 관람객에게 검사를 권유하는 글도 적지 않았다.
공연 이후 확진자가 쏟아지자 '예매 취소'를 독려하는 일도 벌어졌다. 24일 블로그에 "흠뻑쇼에 갔다가 감염됐다"는 글을 올린 B씨는 "아직 공연 보기 전이면 고민하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주위에도 감염 이후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제 실감하게 됐다"고 적었다.
물놀이 공연 이후 감염자가 속출하는 건 그만큼 감염에 취약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야외에선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돼 공연 도중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 마스크를 쓰더라도 엄청난 양의 물을 뿌리는 탓에 마스크가 금방 젖어 무용지물이다. 관객들이 다닥다닥 모여 밀접 접촉을 피할 수 없고, 소리를 자주 지르는 탓에 비말이 쉽게 튄다.
최근 젊은 확진자도 급증하고 있다. 7월 1주차 20대 확진자는 2만3,445명에서 2주차 4만4,118명, 3주차 7만8,125명으로 늘었다. 30대는 7월 1주차 1만7,730명에서 2주차 3만5,480명, 3주차 6만3,570명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방역당국은 "자율 방역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며 신중한 모습이다. 정부 차원에서 이미 "일상회복을 흔들 규제는 없다"고 선을 그은 탓에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물놀이 공연에 대해 추가 방역 조치를 적용하면 '규제'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의 물놀이 공연에 대한 경계 수위는 낮아지고 있다. 질병청은 지난달 17일 "물에 젖은 마스크는 세균 번식 등 위험이 높아 마스크 교체 등 적정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그러나 '물 뿌리는 공연에 갔다가 확진됐다는 제보와 사례가 잇따른다'는 지적이 나온 이달 26일에는 "상황에 대해 인지하고 있고, 조사 중"이라면서도 "감염 가능성이 높은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일상방역 생활화 방안'을 발표한 27일에는 물놀이형 유원시설의 방역 상황을 점검하겠다고 했지만, 물놀이 공연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전문가들은 경각심을 높일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인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유행 시기에 대형 공연 등에 많은 사람이 모이는 건 위험하다"며 "당국이 이에 대한 방역 수칙을 마련하고 권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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