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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5세 입학, 돌봄 공백에 사교육 1년 빨리 돌리는 꼴" 반발 확산

입력
2022.08.01 04: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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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어린이집 저녁 7시30분까지 연장반
초교 돌봄은 89%가 오후 5시...돌봄 공백 우려
학부모들 "사교육 뺑뺑이만 1년 앞당겨" 반대

윤석열 대통령이 7월 29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7월 29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유치원은 저녁까지 아이들을 돌봐주지만, 초등학교 저학년은 오후 1시쯤이면 하교해요. (입학 연령 1년 하향에) 회사에 있는 엄마들 카톡방에선 "1년 더 일찍 퇴사하라는 거냐"는 얘기도 나옵니다.

지난해 아이를 낳은 직장인 박모(32)씨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1년 낮추겠다는 교육부의 방안에 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아이들을 일찍 공교육 체계에 편입시켜 교육격차를 해소하겠다는 정부의 취지와 반대로,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돌봄 격차가 커지고 사교육이 더 과열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초등학교 돌봄 프로그램 개선 안 되면 사교육 1년 빨리 돌리는 꼴"

가장 큰 우려는 돌봄 공백이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방과후에도 교육기관이 부모 퇴근 시간까지 아이를 돌봐주는 프로그램이 필요한데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돌봄 격차는 매우 큰 상황이다. 생후 10개월 된 아이를 키우는 직장인 A(33)씨는 "어린이집은 아이를 저녁까지 봐주는데, 초등학교 1학년이 되면 학교가 끝나는 12시, 1시가 되면 갈 곳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이웃 학부모들이 많다"며 "그래서 아이들을 태권도 학원에 보내거나 하원도우미를 쓰는데 그게 1년 당겨지면 사교육을 일 년 빨리 돌리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의 경우 늦게는 오후 7시 30분까지 아이를 돌보는 연장반을 따로 운영하지만, 초등학교 돌봄교실의 경우 운영시간이 대개 오후 5시까지다.

31일 교육부의 네이버 포스트 게시판에 초등학교 입학 연령 하향에 반대하는 학부모들의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네이버 캡처

31일 교육부의 네이버 포스트 게시판에 초등학교 입학 연령 하향에 반대하는 학부모들의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네이버 캡처

교육부의 초등돌봄교실 운영현황에 따르면 88.9%가 오후 5시까지만 돌봄을 제공했고, 그 이후에도 운영되는 곳은 11.1%(전체 1만4,278개 중 1,581개)에 불과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31일 성명서를 내고 "초등학교 돌봄은 주로 방과후 교실 내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고 이마저도 부족해 돌봄을 원하는 모든 학생이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며 "준비 없이 급하게 초등학교에 떠넘기듯 실시하는 게 과연 옳은 정책인지 생각해볼 일"이라고 지적했다.

"돌봄 당첨 안 되면 학원 3개 뺑뺑이...사립 선호현상 커질 것"

상대적으로 양질의 돌봄교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립 초등학교 선호 현상이 커지고, 결국 경쟁 심화와 사교육 확대로 이어질 거라는 우려도 크다. 4세와 6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B씨는 "돌봄교실에 '당첨'이 안 되면 방과후 학원 3개를 보내야 하는데, 그 돈이면 사립학교를 보내는 것과 비슷해 사립 초등학교에 보내는 부모들이 많다"고 했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7월 29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교육부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7월 29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교육부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 코로나19 확산과 비대면 수업으로 '학력 저하' 우려가 커지자 학부모들의 사립학교 선호 경향은 심해졌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2020학년도 2.05대 1이었던 사립 초등학교 평균 입학경쟁률은 2021학년도 6.8대 1, 2022학년도 11.7대 1로 크게 늘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시민단체들은 "영유아 단계부터 선행학습을 위한 과잉 사교육 열풍 등 사회적 문제가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이들 발달 단계 고려된 정책인가...한글 조기교육 걱정도"

교육부는 아이들의 발달 속도가 빨라진 점을 입학 연령 하향의 배경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학부모들은 "과연 학교에 갈 나이가 맞냐"고 우려한다. 올해 아이를 낳은 C씨는 "어린이집만 해도 7세반까지 있는 곳이 있다. 이 나이까지는 먹고 자고 싸는 기본적인 욕구를 제때 풀어주는 보육이 필요하단 의미"라며 "초등학교에 일찍 보내야 하니 한글 조기 교육 열풍이 불까 걱정하는 부모도 많다"고 말했다.

4년간 3개월씩 입학 가능 연령을 늘리게 되면 한 학년에서 최대 1년 3개월의 나이 차이가 나는 점도 학부모들은 우려한다. 지난해 아이를 낳은 직장인 이모(34)씨는 "같은 아이라도 상반기에 태어난 아이와 하반기에 태어난 아이의 발달 수준은 크게 차이 나는데, 부모 중에 아이를 만 5세에 학교 보내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경제활동인구를 늘리는 게 목적이라면 고등학교를 2년으로 줄이면 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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