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의 '조용한 휴가'... 국정운영·쇄신·100일 메시지 장고

입력
2022.07.31 18:00
수정
2022.07.31 20:13
4면
구독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 참석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 참석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8월 1~5일 취임 후 첫 휴가 콘셉트를 '조용한 휴가'로 잡았다. 당초 휴가 도중 민생 현장을 찾아 국민들을 만나는 일정을 검토했으나, 대국민 소통보다 현안 해결을 위한 하반기 국정운영 구상에 보다 많은 시간을 쏟기로 마음을 굳힌 것이다. 20%대로 내려앉은 국정 지지율 회복을 비롯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민생경제 위기, 여당 내홍 등 휴가 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탓이다.

지지율 20%대 하락 후 대통령실 분위기 급변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31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위기 상황에 가는 휴가라 대통령의 마음이 무겁지만, 대통령이 생각을 가다듬을 시간도 필요하다"며 "조용한 휴가를 보내실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앞서 경호상 이유로 구체적인 휴가 장소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윤 대통령이 휴가 중 지방에서 민생을 챙기는 소통 행보를 예고한 바 있다. 지난 29일 국정운영 지지율이 30%대가 붕괴하면서 28%를 기록한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발표 후 대통령실 분위기는 급변했다. 이 관계자는 "참모들이 민생 탐방 일정을 짜서 보고했으나 대통령이 시기와 맞지 않는다며 보류했다"고 전했다. 민생경제 지표가 좋지 않은 데다 국정운영 지지율이 20%대까지 하락한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전통시장 등을 찾는 사진을 공개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같은 계획 변경은 대통령의 휴가에 '정치적 메시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휴가 때마다 독서 목록을 공개하며 자신의 통치철학을 소개하면서 국정운영 방향성을 예고해왔다. 윤 대통령은 그러나 "인위적으로 독서 리스트를 보여주는 게 오히려 쇼처럼 비칠 수 있다"며 공개를 만류했다는 후문이다.

국정운영 방향 재설계·인적 쇄신 등 고민

윤 대통령은 보여주기식 일정보다 내실을 채우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최근 연금·노동·교육 3대 개혁을 새 정부 핵심과제로 강조하며 속도전을 주문한 바 있다. 이를 위해선 국정운영 지지율이 일정 정도 뒷받침돼야 여소야대 구도인 국회를 설득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은 취임 100일(8월 17일)에 앞서 3대 개혁을 포함한 대통령의 개혁의지가 담긴 메시지를 준비할 가능성이 크다.

현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부정 평가'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는 '인사'에 대한 쇄신안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여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대통령실 쇄신 요구와 관련해 "그런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고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권성동 직무대행 사퇴에 "드릴 말씀 없다"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고 있는 또 다른 요인인 국민의힘 내홍에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여권 내홍의 본질이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들의 권력다툼의 측면이 크다는 점에서 대통령실은 다소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대표적인 윤핵관인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대표 직무대행의 '직무대행 사의' 표명과 관련해 "지금 시점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권 대행이 사전에 윤 대통령에게 사의를 전달했는지에 대해서도 "그 내용은 전혀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김지현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