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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보다 앞선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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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우리나라의 첫 달 궤도선 다누리호가 8월 5일 미국 발사체에 실려 우주 여정을 시작한다. 지난달 국산 발사체 누리호 성공으로 우리 우주기술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높아진 만큼 다누리호도 무사히 궤도에 안착하길 바란다. 한국은 선진국들에 비하면 발사체 자력 발사도, 달 탐사 도전도 늦은 후발주자다. 하지만 그들보다 앞선 기술도 있다. 경기 고양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가동을 준비 중인 ‘진공 체임버’에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에도 없는 첨단 기술이 적용됐다.
□ 가로 세로 높이 4.6~4.7m인 거대한 진공 체임버는 내부에 달 표면 환경을 구현해놓은 장치다. 월면토를 깔고 진공을 걸어 달과 비슷하게 만든 다음, 달에 보낼 장비들을 넣어 잘 작동하는지 시험해보는 용도다. 미국 아폴로 우주선을 타고 달에 내린 우주인에게 월면토는 큰 위협이었다. 먼지처럼 풀풀 날려 우주복과 우주선에 달라붙었다. 달에는 풍화작용이 없어 월면토는 알갱이가 뾰족하다. 달 표면의 반은 태양, 다른 반은 지구 자기권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월면토 알갱이는 하나하나가 양이나 음전하를 띤다. 정전기를 띤 날카로운 흙이 우주인을 위협하고 우주선을 망가뜨리는 것이다.
□ 월면토 성분은 지구의 화산재나 화산암과 비슷하다. 과학자들은 강원 철원군, 경기 연천군의 현무암 성분이 월면토와 비슷하다는 걸 알아냈다. 진공 체임버에는 이를 곱게 갈아 만든 ‘한국산 월면토’가 깔린다. 그런데 월면토를 깔고 그대로 공기를 빼내려 하면 문제가 생긴다. 진공 펌프 가동과 함께 내부 압력 차이가 커져 월면토가 마구 튀어 오르는 지반 교란 현상이 일어난다. 이를 기술적으로 정교하게 제어한 대규모 진공 체임버는 우리만 있다. 나사도 다른 나라도 없다.
□ 다누리호는 달에 내려가지 않고 주변만 도는 궤도선이라 진공 체임버 검증까진 안 해도 됐다. 하지만 2030년대에 보낼 달 착륙선은 다르다. 달에 직접 발을 디뎌야 하니 착륙선과 로버, 탑재체 등이 월면토의 공격과 고진공 환경을 잘 버텨내는지 충분히 검증해봐야 한다. 그때 국산 진공 체임버를 활용하면 된다. 후발주자여도 괜찮다. 우주기술은 무궁무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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