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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서 돈 자랑하면 처벌"...허영심 단속하는 중국의 공동부유론

입력
2022.07.31 17:0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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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통한 '돈 자랑'...중국 사회 공분
도우인, 사치 과시 콘텐츠 2만 개 삭제

중국 장시성 국영기업의 한 직원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게시물. ㎏당 40만 위안(약 7,600만 원)짜리 차를 마셨다는 내용이다.

중국 장시성 국영기업의 한 직원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게시물. ㎏당 40만 위안(약 7,600만 원)짜리 차를 마셨다는 내용이다.

중국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자신의 '부'와 '지위'를 과시한 이들이 처벌받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다. 중국 지도부가 강조하고 있는 "같이 잘 살자"는 의미의 ‘공동부유’가 중국 인민들에 대한 ‘허영심’ 단속으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펑파이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중국 장시성의 국영자본운영지주그룹은 지난 28일 자사 직원 저우제(27)에게 '정직 처분'을 내렸다. "정부 고위직으로부터 고가의 선물을 받았다"는 저우의 주장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논란이 된 저우의 게시물은 2019년 9월~2020년 6월 사이 작성됐다. "㎏당 40만 위안(약 7,600만 원)짜리 차를 마셨다"거나 "정부 고위직으로부터 1,200위안(약 23만 원)짜리 담배를 선물로 받았다", "아버지가 고위직으로 승진했다"는 등의 내용이다. 또한 오메가 시계를 비롯한 각종 명품 자랑도 빠지지 않았다.

저우의 이 같은 게시물은 뒤늦게 중국의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 관심을 불러 모으며, 논란을 일으켰다. "국영 기업 평직원이 어떻게 저런 대우를 받을 수 있냐", "공무원 아버지를 매개로 정부 고위직과 부적절한 거래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빗발쳤다.

논란 확산에 장시성 국영자본운영지주그룹은 부랴부랴 내부 조사에 착수했고, 그 결과 저우의 주장은 모두 '허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 측은 "정부 고위직이 담배를 건넸다거나, 차를 선물했다는 주장은 그의 허영심에서 나온 거짓말"이라고 밝혔다. 또한 저우가 고위 공무원인 것처럼 묘사했던 그의 아버지 또한 지방 교통국의 하급 공무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앞서 중국의 더우인(중국판 틱톡)에서 활동하는 유명 인플루언서의 계정이 폐쇄되기도 했다. 300만 팔로어를 보유한 왕쉬안청(31)은 최근 랴오닝성 선양시 공안이 제공한 헬리콥터를 타고 하루 15만 위안(약 2,900만 원)을 쓰며 여행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공개했다. 자신의 아버지가 공안 고위직이라는 주장도 곁들였다.

온라인에선 "아버지가 공안이면 공안 헬기를 자가용처럼 써도 되는 것이냐", "15만 위안이라는 돈은 어디서 난 것이냐"는 비난이 빗발쳤다. 결국 선양시 공안은 "헬기는 촬영 용도로만 쓰였고, 촬영 용도로 헬기를 제공하도록 한 책임자를 직위 해제했다"고 해명했다.

개인의 '부 과시'를 향한 중국 사회의 분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들고나온 '공동부유론'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시 주석은 지난해 8월 공산당 중앙재정경제위원회 제10차 회의에서 새 경제 기조로 공동부유론을 제시했다. 날로 심화하는 소득 불평등 기조를 몰아내기 위해 정부 주도의 소득 분배 정책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소득 불평등 심화가 공산당의 존립 정당성 자체를 약화할 수 있다는 지도부의 우려도 반영됐다.

이후 공동부유를 실현하기 위한 당국의 칼끝은 유명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들을 향했다. 연예인 탈세에 대한 수사가 강화됐고, 각종 SNS에 게시된 고급 호텔이나 사치스러운 식사를 다룬 콘텐츠는 삭제됐다. "낭비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먹방'이 금지된 것도 이때부터다. 중국 최대 콘텐츠 업로드 플랫폼인 도우인은 지난주 "과학적이고 문명화된 생활 방식과 합리적인 지출을 장려"하기 위해 지난해 초부터 사치스러운 생활 방식을 보여주는 2만 개 이상의 동영상을 삭제했다"고도 밝혔다.

펑파이는 "SNS를 통해 과시한 그들의 '부'가 사실이건 아니건 간에 사회적 모순을 만들어 많은 사람을 불공평하고 박탈감을 느끼게 했다"며 "저우와 같은 사람은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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