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경찰국장에 '경장 특채' 김순호 치안감... "경찰대 배제 신호탄"

입력
2022.07.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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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채용 경찰 입문... 尹정부서 치안감 승진
"갈라치기" 우려, 산하 과장 한 자리는 경대 몫

행정안전부 초대 경찰국장으로 임명된 김순호 치안감. 연합뉴스

행정안전부 초대 경찰국장으로 임명된 김순호 치안감. 연합뉴스

비(非)경찰대 출신 김순호(59) 치안감(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안보수사국장)이 29일 예상대로 행정안전부 초대 경찰국장에 임명됐다. 경찰국장은 경찰 전반을 지휘ㆍ감독하는 요직으로, 윤석열 정부의 ‘경찰대 배제’ 기조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행안부는 이날 김 국장 임명 사실을 공개하며 “내달 2일 경찰국 출범과 함께 업무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난 김 신임 국장은 광주고와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 경장 경채(경력경쟁채용)로 경찰에 입직했다. 경찰청 보안 1ㆍ2과장, 서울경찰청 보안부장, 안보수사국장 등을 거친 경찰 내 대표적 ‘보안통’이다. 직전에는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준비단장을 맡았다.

김 국장 인선에는 새 정부의 ‘비경찰대ㆍ일반 출신 우대’ 방침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경찰국장 후보군인 경찰 치안감 34명 중 △경정 특채(행정고시ㆍ사법시험 합격자) △경찰대 △간부후보생이 아닌 사람은 김 국장이 유일하다. 여기에 지역 안배를 꾀할 수 있는 호남 출신인 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행안부가 경찰대를 나온 치안감은 아예 배제하고 인선 작업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경찰국 나머지 인선에서는 경찰대 배제 기조가 완화될 전망이다. 행안부는 내달 1일까지 경찰국 산하 총괄지원, 인사지원, 자치경찰지원 등 3개 과 과장ㆍ실무자 인선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 중 경찰 총경 몫인 인사지원과장ㆍ자치경찰지원과장 중 한 자리는 경찰대 출신을 앉히기로 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정부가 과장급 인선 역시 ‘100% 비경찰대’ 원칙을 고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는데, 입직 경로 다양화 쪽으로 선회한 것이다. 최근 정부의 경찰대 개혁 드라이브를 놓고 “갈라치기 의도를 노골화했다”는 경찰 내 반발 분위기를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행안부는 경찰국 출범과 동시에 ‘경찰 직할체제’ 구축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민 장관은 당장 경찰국을 앞세워 내달 중 ‘경찰의 별’로 불리는 경무관 전보 인사를 단행하고, 연말쯤에는 총경 승진 인사를 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법이 보장한 장관 인사제청권을 무기로 경찰에 대한 장악력을 높여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여론이다. 정부는 ‘공룡’ 경찰을 민주적으로 통제해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국민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26~28일 경찰국 신설에 관한 한국갤럽 조사에서 응답자의 51%는 “경찰을 통제하려는 과도한 조치”라고 답했다. “경찰의 권한 남용 견제에 필요하다”는 응답은 33%에 그쳤다. 앞서 25~27일 여론조사업체 4곳이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도 “경찰국 신설이 적절하지 않다”는 응답이 56%로 절반을 넘었다. 향후 경찰국 운용 과정에서 독립성 침해 조짐이 불거질 경우 일선의 집단행동이 재점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경찰국이 모양새를 갖춰 가면서 그간 “국기 문란” 등 강도 높은 표현으로 경찰을 맹공하던 여권도 ‘달래기’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윤석열 대통령부터 이날 일정에 없던 서울 신촌지구대를 찾아 현장 경찰관들을 위로했다. 대통령이 직접 경란 사태를 수습하겠다는 상징적 제스처였다. 이 장관도 전날 “모든 오해와 갈등을 풀고 합심하자”고 경찰을 다독였다.

박준석 기자
원다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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