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의 '2시간 17분 통화', 갈등만 더 악화됐다

입력
2022.07.29 09:12
수정
2022.07.29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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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만 위협 반대” 시진핑 “불장난 말라”
펠로시 하원의장 대만 방문 문제로 미중 갈등 최고조
대만 문제·경제 문제 등 충돌… 대면 회담 약속은 성과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과 중국 정상이 대만 문제를 놓고 또 충돌했다. 미중 갈등이 누그러지기는커녕 더 악화된 분위기다.

28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2시간 17분 동안 통화했다. 두 정상 간 대화는 지난해 1월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5번째이고, 지난 3월 통화 후 4개월여 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미국은 현 상태를 일방적으로 바꾸려는 시도나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려는 것에 강하게 반대한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고, 이 정책은 대만관계법 등과 맞물려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미국의 대만 정책에 변화가 없는 만큼 중국 역시 무리하게 현상 변경을 시도해서는 안 된다는 일침이었다.

시 주석도 “우리는 대만 독립과 분열, 외부세력의 간섭을 결연히 반대하며 어떤 형태의 대만 독립 세력에게든 어떤 형태의 공간도 남기지 않을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어 “중국의 국가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을 결연히 수호하는 것은 14억 중국 인민의 확고한 의지”라며 “민심은 저버릴 수 없으며 불장난하면 반드시 불에 타 죽는다”고 경고했다. 시 주석은 지난해 11월 통화에서도 “불장난”이라는 원색적 표현을 사용했다.

백악관 고위당국자는 이에 대해 “시 주석은 지난해 11월 대화 때와 유사한 언어를 사용했다”며 “중국이 이 문제에 대해 주기적으로 사용하는 은유에 대해 분석하지는 않겠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면서 “대화는 솔직하고 직접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거친 설전이 오가는 험악한 분위기였다는 사실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양국 정상 간 충돌이 격화된 데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문제가 영향을 끼쳤다. 중국은 군사적 대응 가능성까지 시사하면서 거세게 반발하고 있고, 펠로시 의장도 하원 외교위원회 위원장 등에게 방문 동행을 요청하는 등 대만 방문 의지를 굽히지 않으면서 양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백악관 고위당국자는 “두 정상은 대만 문제에 대해 입장 차가 있으나 지난 40년간 이를 잘 관리해왔으며 이를 위해서는 열린 소통 채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 대해 논의했다”고만 설명했다.

두 정상은 경제 문제를 두고도 격돌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노동자 등에 악영향을 주는 중국의 불공정한 경제 관행 문제에 대한 자신의 우려를 거론했고, 시 주석은 미국이 한국, 대만 등과 ‘반도체 동맹’을 추진하는 것을 경계했다.

중국산 제품 관세 인하 문제는 구체적으로 다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 고위당국자는 “관세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중국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우려를 제시했지만, 잠재적인 조치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신장 위구르족 인권 탄압과 강제 노동 문제를 거듭 제기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투명성이 중요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미국과 중국은 향후 정상 간 대면 회담을 하기로 합의하고 구체적인 일정을 조율하기로 했다. 두 정상은 지난해 1월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지금까지 5차례 통화 및 화상 회담을 했으나, 대면 회담은 아직 못 했다. 시 주석은 이달 초 홍콩 방문 외에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중국을 떠난 적이 없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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