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석준 대법관 후보자… 검찰 세평에 "연로해보여… 시원시원"

입력
2022.07.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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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에 징역 20년 선고
인사청문회·임명동의 거쳐 9월부터
윤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동문 친분

오석준 제주지법원장. 대법원 제공

오석준 제주지법원장. 대법원 제공

오석준 제주지법원장(60·사법연수원 19기)이 윤석열 정부 첫 대법관 후보자로 임명제청됐다.

대법원은 28일 "김명수 대법원장이 9월 퇴임 예정인 김재형 대법관 후임으로 오 법원장을 윤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오 법원장은 사법부 독립과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대한 확고한 신념,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인권에 대한 감수성 등 대법관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 덕목은 물론, 사회의 다양성을 담아낼 수 있는 식견과 시대 변화를 읽어내는 통찰력, 탁월한 실무능력과 법률지식, 합리적이고 공정한 판단 능력을 겸비했다"고 평가했다.

경기 파주 출신의 오 법원장은 광성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으며 1990년 서울지법 서부지원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했다. 2001년과 2008년 대법원 공보관을 두 차례 맡을 정도로 소통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 법원장의 대표적 판결로는 2020년 7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이 꼽힌다. 오 법원장은 박 전 대통령의 14개 범죄 혐의 중 뇌물 관련 6개 혐의에 대해 징역 15년과 벌금 180억 원을 선고했으며, 나머지 범죄에 대해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2010년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로 재직할 땐 일제강점기 항일독립운동가 14명에게 실형을 선고했던 고(故) 김세완 판사의 행위를 친일반민족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조선총독부 중추원 참의를 지낸 조진태에 대한 재산 환수를 적법한 조치로 보는 판결도 내렸다.

오 법원장은 윤 대통령과는 서울대 법대 동문이다. 그는 윤 대통령과의 인연에 대해 "대학 1년 선후배 사이라 학교 다닐 때 알고 지냈지만 유달리 친분이 있진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작성해 논란이 됐던 '판사 세평문건'에 등장한 적이 있다. 검찰은 당시 오 법원장에 대해 '성향 파악이 어려우나 연로해보이는 느낌이고, 재판 절차 진행은 시원시원함'이라고 평가했다. 오 법원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해당 문건에 대해 "웃고 넘겼지만, 이런 문건이 심화되거나 확대 발전되면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 법원장은 향후 국회 인사청문회와 임명동의 절차를 거친 뒤 윤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게 된다. 대법관 후보자가 낙마한 사례는 2012년 검찰 출신의 김병화 후보자가 유일하다.

이번 인선은 윤석열 정부 사법권력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내년 7월에는 조재연·박정화 대법관이 퇴임하며 김 대법원장 임기는 내년 9월까지다. 오경미 대법관을 제외한 13명의 대법관이 윤 대통령 임기 중 교체된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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