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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폐지' 말하지만, 여가부가 경청한 의견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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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폐지 가이드라인 마련' 지시를 받은 여성가족부가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취임 후 여가부 개편과 관련해 현장과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청취했는데, 오히려 폐지보다는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가부의 기능 강화·역할 재정립을 원하는 현장의 요구와 대통령의 폐지 주문 사이에서 갈 길을 찾기 쉽지 않아졌다.
31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여성가족부는 6~7월 여성·청소년·가족 관련 단체 및 전문가들과 장·차관이 만나는 간담회를 10차례 진행했다. 이 중 대선 공약인 '여가부 폐지'에 관해 참석자들이 찬성하는 쪽으로 뜻을 모은 자리는 없었다.
오히려 간담회에선 윤 대통령의 주문과 달리 여가부의 폐지를 우려하거나 '기능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6일 비공개로 진행된 전문가 간담회에선 "여성가족부 없이 지방자치단체가 잘 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견해가 많다"며 "중앙부처 차원에서 지방을 견인하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현재 여가부는 지자체에 성평등 조직 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광역지자체장에 의한 권력형 성폭력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후, 여가부는 지자체의 조직 내 의사소통 양상 등을 점검하는 '양성평등 조직문화 진단' 사업 등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20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실시됐고, 올해는 113개 지자체가 참여를 원했다. 지난달 27일 차관 참석하에 진행된 여성학회 간담회에선 "여가부 기능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여가부가 폐지되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정책의 공백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5일 청소년단체 간담회에선 "부처 이름에 청소년을 넣어서 더 이상 보건복지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으로 청소년 정책 기능이 이리저리 옮겨다니지 않도록 했으면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6일 권익증진단체 간담회에선 "여성에 대한 폭력 대처는 여가부가 제일 잘해왔다. 조직 개편에 현장의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물론 여가부의 과오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젠더갈등 현안을 해결하는 문제"를 시급한 과제로 꼽거나, "여성과 남성이 상호 공감하는 지점부터 다가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왜 여가부 폐지라는 말이 나왔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런 현장의 세세한 목소리를 귀담아듣지 않고 폐지에만 집중하면, 부작용이 적지 않을 거란 비판이 나온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전문가는 "장관은 부처를 어떤 모양으로 바꿀지를 고민하고 있는것 같은데, 대통령이 업무보고에서 그걸 차단하듯 말하는 게 놀라웠다"며 "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고민이 적은 듯한데, 누구도 이견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 같아 염려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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