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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는 왜 K무기 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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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폴란드가 'K방산' 귀빈이 됐다. 27일 수도 바르샤바 국방부 청사에서 한국 방산업체 3곳과 각각 FA-50 경공격기 48대, K2 전차 980대, K9 자주포 648대 구매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총 계약 규모가 20조 원에 달한다는 게 업계 추산이다. 그간 한국산 무기 최대 거래액은 올해 초 중동 부국 아랍에미리트의 천궁-Ⅱ(지대공 요격미사일) 35억 달러어치(4조5,500억 원) 구매였는데, 동유럽 개도국의 손이 그보다 5배나 컸다.
□ 폴란드는 지난해 GDP 대비 2.1%였던 국방비를 내년 3%로 증액하는 국토방위법을 올해 3월 통과시켜 무기 구매 자금을 마련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의 일로, 전란을 맞은 인접국을 대신해 서방(나토) 진영 최전선에서 러시아와 맞서야 한다는 위기감의 발로였다. 미그-29 전투기, T-72 전차 등 옛 소련제 주력 무기를 대거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기도 했다. 일차적으론 군사 원조였지만 이참에 무기 체계를 현대식으로 개편하려는 계산도 작용했다.
□ 한국산 무기 구매는 5월 양국 국방장관 회담, 6월 정상회담을 거쳐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미국, 독일 등 나토 내 유력 무기수출국을 두고 한국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폴란드 국방장관은 신속 도입 가능, 저렴한 가격을 꼽았다. '가성비'가 높다는 얘기다. 올해 국방비가 18조 원 정도인 주머니 사정도 감안했을 것이다. 기술 이전 조건도 후했다. 이번 수출분 중 K2 800대와 K9 600대가 현지 생산된다. 독일과의 냉기류가 한국엔 어부지리가 됐다는 분석도 있다. 독일은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에 탱크를 지원하면 신식 탱크로 교체해주겠다던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 양국은 갈등 상태다.
□ 국내 방산업계는 올 들어 25조 원 넘는 무기 수출 계약을 따냈다. 지난해 연간 수출액의 2.5배다. 세계 방산 수출 시장(2016~2020년)에서 9위에 머물던 한국 위상이 빅5(미국 러시아 프랑스 독일 중국)급으로 격상하리란 장밋빛 전망도 돈다. 하나 당장 폴란드에서 FA-50 구매 소식에 "미국에서 F-16이나 F-35를 더 들여왔어야 한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현실이다. K무기의 신뢰를 쌓아야 시장도 계속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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