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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초점] '블랙의 신부'는 왜 외면 받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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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가 야심차게 내놓은 '블랙의 신부' 성적이 아쉽다. 단순히 타 드라마들의 인기에 밀린 까닭은 아니다. 매 작품마다 자신의 몫 이상을 해내는 김희선이 주연을 맡았는데도 화제성은 미비했다. '블랙의 신부'가 별다른 반향을 이끌어내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5일 공개된 '블랙의 신부'는 사랑이 아닌 조건을 거래하는 상류층 결혼정보회사에서 펼쳐지는 복수와 욕망의 스캔들을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다.
'블랙의 신부'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들이 걸어왔던 길에서 다소 벗어났다. '스위트홈' '오징어게임' '종이의 집' 등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들은 K-드라마 열풍 속에서 작품 고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블랙의 신부'는 김희선 이현욱 차지연 등 연기력으로 입증된 배우 라인업에도 공개 후 큰 호응을 끌어내지 못했다.
국내 오리지널 시리즈들은 'K-드라마 파워'를 톡톡히 누렸다. OTT 시청률 집계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첫 선을 보인 '스위트홈'은 공개 이후 3위를 차지했다. 한국을 비롯해 베트남 싱가포르 홍콩 등 10개국에서 '오늘의 TOP' 1위를 차지했다.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 TV쇼 부문에서 53일간 1위를 기록, 신드롬 열풍을 만들어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톱 TV쇼 12일 연속 1위를 지켰다. '지옥'도 11일간 1위를 유지했다. '마이 네임'은 공개 이틀 만에 TV쇼 부문 3위까지 올랐다. 한국판 '종이의 집'도 호평과 혹평 사이에서 3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블랙의 신부'는 TV 부문 8위로 출발한 이후 6위에 올랐다. 공개 사흘째 일본과 홍콩, 싱가포르, 인도네시아까지 4개국에서만 1위에 올랐다.
'블랙의 신부'의 두드러지는 단점은 트렌디하지 못한 소재다. 결혼주선업체와 재벌, 신데렐라를 꿈꾸는 캐릭터가 욕망이라는 이름 하에 묶였고 막장 드라마라는 평을 얻었다. 성범죄를 다루는 방식과 여성을 그리는 시각 또한 시대 흐름에서 벗어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품위있는 그녀' '나인룸' '앨리스' '내일' 등 매 새로운 이미지에 도전했던 김희선은 극중 복수를 위해 욕망의 레이스에 뛰어든 서혜승 역을 맡아 입체적인 감정 연기를 선보였다. 여성 캐릭터의 욕망과 복수를 다뤘다는 점에서 대중의 기대감이 모였으나 '블랙의 신부' 속 캐릭터는 공감을 자아내지 못했다. 연기력의 문제가 아닌 캐릭터 자체의 문제다.
극중 서혜승은 불륜을 저지른 남편의 극단적인 선택 이후 내연녀 진유희(정유진)를 복수의 대상으로 삼는다. 물론 내연녀를 증오하는 과정까진 이해가 된다. 작가 본처와 내연녀의 관계를 극적인 갈등으로 조명하려던 까닭이었는지 남편을 옹호하는 듯한 대사들이 나온다. "그 사람이 스스로 죗값을 치렀다"면서 진유희를 증오하는 서혜승을 보고 있자면 공감보다는 의아함이 먼저 든다.
'블랙의 신부' 2회에서 서혜승은 진유희에게 "범죄자가 두려움에 떨면서 그 높은 데에서 뛰어내리니?"라고 말하면서 남편의 무고함을 강조한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안다. 실제로 많은 범죄자, 특히 성범죄자의 극단적 선택이 현실에서 왕왕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작가의 미흡한 논리와 설득력이 인물의 타당성을 와해시켰다. 시청자들이 느낄 수 있는 것은 반박에 대한 욕구와 찝찝함이다.
특히 복수에 불타오르는 서혜승이 홀로, 또 주체적으로 해내는 것은 거의 없다. 경매로 넘어갈 뻔한 집을 산 것도 차석진(박훈)이며 차를 선물로 준 것도 이형주(이현욱)다. 극의 엔딩은 더 심각하다. 서혜승은 고심 끝에 차석진과 결혼을 결심하는데 차석진은 결혼 당일 돌연 이형주에게 자신의 자리를 양보한다. 결혼마저 주체적이지 못한 여주인공이 이 시대에 어울리는 인물일까.
이형주가 서혜승에게 매료되는 지점도 '모성애'다. 자신의 아들을 진심으로 대하는 서혜승의 태도를 본 후 본격적으로 러브라인이 구성되는데 이 과정 역시 공감을 사기엔 어려웠다. 앞서 tvN '마인'이 본처와 내연녀의 미묘한 관계를 창의성 있게 그려내면서 호평을 받았던 반면 '블랙의 신부'는 억지스러운 개연성만 남기면서 '막장극'에 그쳤다.
"가입비만 내면 과거는 문제 삼지 않는다." 앞서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김정민 감독은 결혼정보 회사라는 소재의 신선함을 앞세웠다. 당시 김 감독은 "오직 한국에만 존재하는 결혼정보 회사를 해외 시청자들에게 흥미롭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목적에 방점을 찍은 결혼정보 회사가 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싶을 만큼의 가치가 있는 건지도 의문이 든다. 재산과 직업, 배경으로 등급을 구분하는 자본주의의 산물은 썩 자랑스러운 문화는 아니다. 상류층의 비즈니스 결혼이 전 세계적으로 이야기의 클리셰처럼 쓰이곤 하지만 결혼정보회사라는 노골적인 수단이 국내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 이유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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