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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8일은 간염의 날'…간암 환자의 85%, BㆍC형 간염 탓

입력
2022.07.27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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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형 간염, 치료제 없지만 한 번 앓으면 평생 면역
B형 간염, 방치하다간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악화
C형 간염, 백신 없는 대신 치료제로 95% 이상 완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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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8일은 ‘세계 간염의 날(World Hepatitis Day)’이다. B형 간염 바이러스를 발견한 미국의 바루크 블룸버그 박사 생일에 맞춰 2010년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정했다.

간염은 간염 바이러스로 간에 염증이 생겨 간세포가 파괴되는 질병이다. 대표적인 간염 바이러스는 A형ㆍB형ㆍC형이 있다.

A형은 1973년, B형은 1965년, C형은 1989년 각각 발견됐다. 이후 D, E, G 등 간염 바이러스가 추가로 발견됐다. 국내에서 발견되는 간염 바이러스는 대부분 A, B, C형이다.

매년 전 세계 150만 명의 사망 원인일 정도로 위협적인 간염은 주로 만성 B형ㆍC형 간염이다.

현재 전 세계 2억5,700만 명이 B형 간염에 노출됐고, C형 간염에 감염된 환자도 7,100만 명에 달한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어서 국내 간암의 85%는 BㆍC형 간염이 원인이다. 만성 B형 간염이 70%, 만성 C형 간염이 15%를 차지한다.

권정현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AㆍBㆍC형 간염은 고작 한 글자 차이지만 각각에 따라 원인과 증상이 다르고 대처법에도 큰 차이가 있다”고 했다.

A형 간염은 무더운 여름철에 특히 기승을 부리는 1군 감염병이다. 주로 오염된 손과 물, 음식(특히 조개류), 대ㆍ소변을 통해 입으로 감염된다.

A형 간염은 전염성이 높아 집단 발병 가능성이 큰 편이다. 2019년 한해만 1만8,000여 건이 보고되기도 했다.

초기에는 감기처럼 열이 나고 전신 피로감이나 근육통이 생기며 식욕이 떨어지고 구토ㆍ발열 등의 전신 증상이 나타나 감기 몸살 또는 위염으로 오인할 때가 많다.

이후 소변 색깔이 진해지고 눈 흰자위에 노란 황달기가 생긴 후에야 A형 간염에 노출됐다는 사실을 인지한다.

A형 간염 바이러스는 몸속에 들어오면 평균 4주 정도 잠복기를 거쳐 증상이 나타난다. 증상은 심하고 간 수치가 크게 높아지지만 빠른 호전과 회복을 보이며 급성 간염 형태로 나타난다.

A형 간염에 감염되면 적절한 영양 섭취와 안정을 취하는 것 외에 특별한 치료법은 없다. 대부분 병원에 입원해 수액 치료 등 대증요법으로 회복된다. 개인 위생과 함께 백신 접종으로 예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한 번 앓고 나면 평생 면역이 생긴다. 간암 발생과는 관련이 없다.

다행히 A형 간염은 예방백신이 개발돼 있다. A형 간염은 2회에 걸쳐 받는다. 1~16세에 접종을 진행하고, 1차 접종 후 6~12개월 후 추가 접종한다. 소아청소년 시기에 감염된 경우는 감기처럼 가볍게 앓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항상 손을 깨끗하게 씻고, 여름에는 날음식이나 상한 음식을 되도록 피한다. 지하수나 약수는 끓여 마시는 것이 좋다.

권정현 교수는 “A형 간염은 예전에는 예방백신이 없어 접종할 수 없었지만 환경위생이 개선되면서 A형 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았던 20~40대가 취약 계층”이라며 “실제 국내 A형 간염 발생의 절반이 20~30대에서 발생하고, 반면 50대 이상은 어린 시절 A형 간염을 앓고 지나오면서 면역력을 가졌을 때가 많다”고 했다.

국내 B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률은 2000년대 3%대에서 2019년 10세 이상에서 2%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백신 상용화 이전인 1980년대는 8~10%로 높았다.

B형 간염 바이러스는 만성 B형 간염, 간경변, 간암으로 진행한다. B형 간염 바이러스는 혈액ㆍ체액ㆍ감염된 사람과 성적 접촉ㆍ주사기 바늘 공동 사용 등으로 감염된다.

특히 바이러스 보유 여성의 출산 시 아기가 감염되는 모자 간 수직 감염이 주요한 감염 경로로 알려진다. 그러나 현재는 만성 B형 간염 임신부에게서 태어난 아이라도 출산 후 12시간 안에 예방접종과 면역글로불린 추가 접종으로 감염률을 현저히 낮추고 있다.

예방접종은 총 3회 0, 1개월, 6개월에 한다. 특히 B형 간염 보유자의 가족, 수혈을 자주 받아야 하는 환자, 혈액투석 환자 등은 B형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이 높은 만큼 반드시 예방접종을 권한다.

만성 B형 간염 환자라도 간 수치가 정상일 때가 많고, 경미할 때에는 증상을 동반하지 않으므로 방치하다가 복수가 차고 황달이 생기는 간경변으로 악화된 뒤에야 병원을 찾을 때가 많다.

또 자각 증상은 전혀 없지만 건강검진이나 우연히 받은 검사에서 간암이 진단돼 내원한 경우도 많다. 이때도 B형 간염이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수직 감염 가족력이 있거나, B형 간염 양성으로 알고 있으면 증상 유무, 간 수치 등과 상관없이 무조건 정기검진으로 간경변이나 간암 진행을 확인해야 한다.

최근에는 내성이 적고 효과가 좋은 경구용 항바이러스제가 개발돼 간경변 진행이나 간암 발생을 크게 낮추고 있다.

권정현 교수는 “최근 항바이러스제 복용으로 합병증을 동반한 간경변 발생은 확연히 감소했지만, 간경변으로 진행하지 않거나 간 수치가 정상이더라도 간암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정기적으로 초음파검사와 간암 표지자 검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권 교수는 “특히 항바이러스제를 임의로 투약을 중단하면 바이러스 돌파 감염으로 간 수치가 급격히 증가하는 등 치료제 내성이 생길 위험이 높다”고 덧붙였다.

C형 간염도 B형 간염과 마찬가지로 혈액으로 감염된다. 전에는 수혈로 주로 감염됐지만 1991년부터 헌혈 혈액에 대한 C형 간염 바이러스 선별 검사가 보편화되면서 수혈로 인한 감염은 크게 줄었다.

반면 정맥 주사 약물 남용, 주사침 찔림 손상, 침술, 문신 등 오염 혈액에 노출된 경우가 절반을 차지한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300만~400만 명이 감염되고, 이 중 절반 이상을 아시아 지역 환자가 차지하고 있다.

국내 B형 간염이 주로 수직 감염으로 전파되는 것과 달리 C형 간염은 성인에서 여러 경로를 거쳐 처음 바이러스에 노출된다. 이 경우 바이러스가 85%까지 자연적으로 없어지지 않고 만성 C형 간염으로 악화한다. 문제는 C형 간염 환자의 80%는 증상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복수ㆍ황달ㆍ간 종괴 등이 나타나면 간 질환이 상당히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

C형 간염은 현재 예방백신이 없어 알려진 혈액 전파 감염 경로를 차단하는 것이 유일한 예방법이다. 아직 국가건강검진에 포함되지 않아 고위험군이라면 건강검진으로 본인의 C형 간염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C형 간염은 혈액검사로 알 수 있다. C형 간염에 감염됐다면 추가로 유전자형 검사를 실시한다. 1~6형 6가지가 있기에 정밀 유전자형 검사로 어떤 바이러스인지 구분해야 한다. 유전자형에 따라 치료 약제나 치료 기간이 달라진다.

검사법이 복잡한 대신 한 번 정확한 유전자형을 밝혀내면 치료제로 95% 이상 완치할 수 있다.

C형 간염은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 간염을 거쳐 간경변, 간암으로 진행하기에 조기 진단과 치료가 필수적이다. 다만 C형 간염의 경우 완치 후에도 안심은 금물이다. 간경변, 간암 발생을 정기적으로 확인해야 하고, 치료 후에도 면역력이 생기는 것이 아니므로 언제 어디서 재감염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권정현 교수는 “간염 환자에서 가장 위험한 경우는 BㆍC형 간염 바이러스 양성이지만 증상이 없고 간 수치가 정상이라는 이유로 병원을 찾지 않을 때”라며 “항바이러스 치료제가 나와 있고, 여러 진단법으로 증상, 간 수치에 상관없이 정기 진료로 간경변 진행과 간암 발생 예방이 가능한 만큼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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