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에 대한 적나라한 어떤 대화

입력
2022.07.31 22:00
27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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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미군 위안부 실태에 대한 취재를 위해 경기 동두천에 다녀오는 차 안에서 H선생과 K선생의 대화를 엿들었다.

H: 과거 여성을 상대로 한 국가의 폭력을 취재하고 있지만, 성매매에 대해서는 여전히 막히는 부분이 있어요. 성의 거래를 법으로 막는 게 과연 합당한 일인가 해서요. 젊은이들한테는 성공하고 싶은 욕구만큼이나 강렬하잖아요.

K: 성매매를 합법화해야 한다는 뜻인가요?

H: 예, 막는다고 능사는 아니지 않나요? 성범죄를 막는 효과도 적지 않고.

K: 일본군 위안부, 미군 위안부는 국가에 의한 폭력으로 보면서 일반 성매매는 그 범주와 무관하다는 말씀인가요?

H: 아닌가요?

K: 성매매가 폭력이 아니려면 성평등부터 전제되어야 하지 않겠어요? 전 그 왕성하다는 남성의 성욕도 교육이 부추긴 결과라고 생각해요. 여성의 성욕은 억제하고 남성의 성욕은 부추기는 식이죠. 일본군 위안부도 피해자이건만, 고향의 가족들조차 “화냥년”이라며 멸시하지 않았던가요? 우리도 어릴 때 미군 위안부를 양색시, 양갈보라고 부르며 멸시했죠. 가해자인 군인은 영웅 대우를 하고요. 게다가 성매매를 합법화하면 여성 성구매자도 남성 구매자만큼 많아질까요? 아뇨, 사회는 여전히 여성 성구매자를 천대시할 겁니다. 성매매는 남성만을 위한 악습이에요.

H: 그래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유의사에 따른 합당한 거래를 막는 것 자체가 불법이 아니냐는 주장도 있어요.

K: 공급이 있으니 수요가 있다는 뜻인가요?

H: 예, 그런 셈이죠.

K: 그 공급이 정말로 자발적일까요? 남성 성판매자는 고수익이 많다고 들었어요. 그런 경우는 생계 때문이 아니라 자발적이라고 볼 수 있겠죠. 여성은 대개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몰린 경우예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산수단은 모두 자본가가 차지하고, 우리한테 선택을 강요하죠. 어때, 너네들 우리한테 몸(노동)을 팔래, 아니면 굶어 죽을래? 임금을 올리지 않으려고 산업 예비군까지 넉넉히 쟁여두면서요. 그 속에서 여성은 더욱 더 저임금에 시달립니다.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남녀 임금격차가 제일 큰 건 아시죠? 여성들에게 터무니없이 불리한 환경을 만들어놓고 똑같이 요구하는 거예요. 어때, 너네들 몸을 팔래, 아니면 굶어 죽을래? 일본군 위안부는 강제성이 있고 미군 위안부는 돈을 벌기 위해 자발적으로 미군 부대 주변에 몰려들었다고 말하지만 그들에게 선택의 여지가 있었다면, 그러니까 먹고살 능력이 있었다면 그랬겠어요? 가족 먹여 살리려고, 남자들한테 내쫓기고, 죽지 못해 나선 거잖아요. 제가 보기엔 형식만 달랐을 뿐 본질은 같아요. 체제와 국가의 폭력이죠.

H: 그래도 현실적으로 성범죄의 증가는 어떻게 하죠?

K: 전 성매매 자체가 성범죄이자 성폭력이라고 보는 입장이에요. 여성의 인권도 문제가 되겠지만 정말로 자발적인 선택이 되려면 여성들에게 기본소득이라도 보장해야 합니다. 그다음에 자유의사든 아니든 따져야죠.

H: 예, 그럼, 성매매도 공급은 줄고 구매가는 크게 올라가겠군요. 규모는 축소되어 호빠처럼 돌아갈 테고요.

K: 예, 그렇겠죠. 남성들, 이러다가 연애 한 번 못해보고 죽겠다고 하소연하는데 그건 여성도 마찬가지예요. 그런다고 여성이 성폭력을 저지르거나 성매매를 합법화해달라고 요구하지는 않잖아요. 성매매 합법화를 외치기 전에 사랑하는 법부터 배워야죠. 서로 공감하고 배려하면서요.


조영학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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