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파동'으로 조기 전당대회 급부상...당권은 '尹心'이 좌우

입력
2022.07.27 17:30
[수면 위로 임박, 꿈틀대는 국힘 당권경쟁]
가을 ‘포스트 이준석’, 여당 당권 시나리오
윤핵관- 안철수·김기현·나경원 어떤 조합?

편집자주

‘박석원의 정치행간’은 의회와 정당, 청와대 등에서 현안으로 떠오른 이슈를 분석하는 코너입니다. 정치적 갈등과 타협, 새로운 현상 뒤에 숨은 의미와 맥락을 훑으며 행간 채우기를 시도합니다.

지난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398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 참석한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뒤로 장제원 의원이 지나가고 있다. (공동취재) 뉴스1

한동안 잠잠하던 국민의힘 차기 리더십을 둘러싼 물밑경쟁이 수면 위로 떠오를 조짐이다. 지난 8일 이준석 대표에 대한 ‘당원권 6개월 정지’라는 사상 초유의 현직 당대표 징계사태를 맞아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체제가 출범했지만 또다시 불안한 모습을 연출하면서다. 권 대행과 윤석열 대통령이 나눈 사적인 문자메시지가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사진기자에게 포착되는 ‘대형사고’가 터지면서 잠재된 논쟁들을 다시 건드린 것이다. ‘대통령 윤석열’로 표시된 발신자는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낸 게 확인됐다. 이준석 대표 징계 사태와 관련해 “당무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거리를 뒀던 윤 대통령을 당혹스러운 처지로 권 대행이 몰아간 결과가 됐다.

‘윤핵관’ 권성동-장제원 균형 깨지나… 조기 전당대회 현실화?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로 출근하며 윤석열 대통령과의 문자메시지 내용 공개와 관련해 입장을 밝힌 후 사과하고 있다. (공동취재) 뉴스1

이번 사태로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중 핵심인 권 대행의 입지가 갈수록 흔들릴 경우 집권세력 내 이너서클의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현재 여당의 원톱이자 잠재적 차기 당권주자인 권 대행은 지난 11일 의원총회에서 직무대행체제를 추인받으며 조기에 당대표 공백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지도체제를 둘러싼 이견이 이어진 데 더해 대통령실 ‘사적채용’ 논란을 방어하는 와중에 내놓은 부적절한 언급, 또 다른 윤핵관 장제원 의원과의 불화설 등으로 당을 안정시키는 데 실패하고 있다. 장 의원이 '조기 전당대회론'에 선을 그으며 일단 권 대행 체제에 힘을 실어줬고,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도 가세하면서 지도체제 논쟁은 수면 아래 잠복한 상황이었지만 권 대행이 ‘문자노출’ 사건으로 스스로 발목을 잡은 셈이다.

이에 따라 직무대행체제로 6개월을 가는 건 무리라는 조기 전당대회론이 힘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윤핵관 중 양대 축인 권 대행과 장제원 의원 간 균형이 깨질 수 있다는 얘기다. 장 의원은 애초 차기 전대를 빨리 치르자는 쪽이라 임시체제를 가동하는 권 대행과 생각이 다르다. 이런 기류는 2008년 쇠고기 사태 직후 청와대 조직개편을 단행한 이명박 정부의 사례를 보듯, 윤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국정쇄신의 계기를 잡지 못하면 집권 초 낮은 국민 지지도가 고착화할 위험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대통령과 당 지지율 동반하락을 두고 당내 위기감은 극에 달한 상황이다. 이미 조기 전대를 대비한 물밑 움직임이 활발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27일 “여름을 통과하면서 이준석 대표에 대한 경찰수사가 마무리되고 기소될 가능성이 변화의 출발점”이라며 전면적인 지도부 쇄신을 주장했다. 이 의원은 “경찰에서 성 상납 의혹 관련 결과가 나오면 당 윤리위가 또 열려 대표직이 정리될 것”이라며 “권력은 부자지간도 균점이 안 된다. 권 대행과 장 의원 간 윤핵관 분화라기보다 자연스러운 선의의 경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전당대회로 새로운 기풍을 세우고 다양한 피를 수혈받는 장이 마련돼야 한다. 그 과정에서 여당과 대통령실이 대국민 어젠다를 내보여야 할 것이다. 역대 정권을 보더라도 YS는 군정종식, DJ는 외환위기 극복, 노무현은 국민참여정치, 이명박은 4대강 사업, 박근혜는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했지만 우리는 그게 없었다. 집권당 리더십부터 당장 세우는 게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더불어민주당이 8월 전당대회 후 이재명 대표 체제로 개편돼 대여투쟁에 나설 확률이 높다는 점에서 여당도 새 간판을 세워 강대강 정국에 맞서야 한다는 이유를 대기도 한다.

“안철수·김기현·나경원 놓고 윤핵관 측 두 달 내 결정 예상”

안철수(왼쪽),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혁신 24 새로운 미래 두 번째 모임인 ‘경제위기 인본 혁신생태계로 극복하자!’에서 책자를 살펴보고 있다. 오대근 기자

당권주자로는 안철수, 김기현 의원이 보폭을 넓히며 세 불리기에 한창이다. 경쟁적으로 당내 모임을 주도하며 사실상 당권 레이스를 시작했다. 윤핵관 그룹과 당권주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연대하느냐가 관건이다. 장제원 의원과의 관계를 두고 ‘간장연대’(안철수-장제원), ‘김장연대’(김기현-장제원) 시나리오가 나오는가 하면 최근엔 ‘철권연대’(안철수-권성동) 신조어도 생겨났다. 한 차례 무산된 친윤계 의원 모임 ‘민들레’(가칭)도 내달 발족을 목표로 재시동을 걸고 있다. 대표격인 장제원 의원은 잡음을 피해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참여 의사를 밝힌 의원만 65~70명이라 최대 파워그룹으로 부상 중이다.

안 의원은 정치적 색깔을 부쩍 드러내고 있다. 26일 페이스북에 “‘김경수-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은 세계민주주의 역사상 대선기간 여론을 조작한 민주주의 붕괴사건”이라고 김 전 경남지사의 사면 가능성을 반대하며 보수층 결집과 존재감을 어필했다. 국민의당 몫으로 추천했지만 이준석 대표가 반대했던 최고위원 2인도 선임돼 정치적 성과물도 챙겼다. 그의 토론회에는 1차 때 의원 50여 명, 2차 35명, 3차 29명이 몰렸다. 장제원 의원과 연대설이 나온 배경은 대선 때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담판이 서울 강남에 있는 장제원 의원의 매형 집에서 이뤄졌다는 대목이다. 장 의원 매형이 안 의원과 인연이 있었던 탓이다. 이 때문에 당내 기반이 약한 안 의원이 대표를 하면 실세 사무총장을 장 의원이 맡는 시나리오가 나돌았지만, 현재는 김기현 의원과 장 의원의 연대 가능성도 함께 열려 있는 상황이다.

김기현 의원은 대표 직무대행 체제에 부정적이다. 김 의원은 문자노출 파문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사적인) 문자를 공개하는 일이 좋은 일은 아니겠죠”라고 말해 권 대행의 책임을 부각하는 취지로 풀이됐다. 그는 최근 “이준석 대표가 6개월 후 복귀하면, 내부 갈등은 더 커진다”며 조기 전대 필요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그는 이날 자신이 주도하는 ‘새미래’ 네 번째 모임을 갖고 강연자로 원조 ‘친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을 초청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직전 원내대표 출신인 데다 의원들의 평가가 좋아 당장 전당대회를 치를 경우 당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달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당 6·1 지방선거 당선자 대회 및 워크숍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뉴스1

나경원 전 의원도 등판이 예상된다. 나 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당헌당규가 있는데 억지로 조기 전대를 치르는 건 반대다. 당 지지율이 안 좋은데 이런 언급을 하는 게 불편하다”면서도 당대표 출마 가능성을 부인하진 않았다. 이 대표에 대해선 “여당 대표는 대통령이나 당을 신뢰감 있게 만들어 가야 하는데 늘 총부리를 밖이 아닌 내부를 향해서 우리가 걱정했던 게 많지 않느냐”고 비판을 이어갔다. 보수층 전반에 고정표가 많은 그가 출마하면 범친윤 진영이 택할 경우의 수는 더욱 복잡해진다.

“정권 임기 초반 집권당 대표는 대통령 의중에 따라”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문자를 확인하고 있다. (공동취재) 뉴스1

당 관계자는 “안 의원은 당내 세력이 부족해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지만, 김 의원은 현 직무대행체제가 흔들릴 때 빨리 당내 선거를 치르는 게 유리하다”며 “전면에 내세울 얼굴이 약한 친윤 입장에선 대권주자인 안 의원은 좀 빠르고 김 의원이나 나 전 의원을 우선할 수도 있다. 윤핵관들이 누구와 손을 잡을지 경찰 수사결과 발표 두 달 내 윤곽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 당권이 ‘윤심’에 따라 판가름 날 것이란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윤핵관 내 갈등에 대해 “윤 대통령이 당에 뿌리가 없다 보니 정리가 안 돼 이런 식으로 기성 정치인 간 갈등이 표면화한 것”이라며 “정상이라곤 할 수 없지만 일사불란한 게 꼭 민주적 정당의 모습은 아니다. 영국이나 일본도 계파와 파벌 덕분에 민주주의가 성숙되고 유지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 수도권 의원은 “임기 초 집권당 당권은 대통령 의중에 달려 있다”며 “이런 때 대통령이 정교하게 역할을 정리하고 유도하는, 이른바 가르마를 타주는 스타일이 있고, 아니면 대놓고 얘기를 하는 직설적 리더십으로 나뉘는데 전자는 과거 DJ였고 후자는 YS였다”고 비유했다. 이 의원은 “문자메시지로 ‘내부 총질’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이 어떤 성격의 리더십, 어떤 인물을 선호하는지 윤핵관 움직임을 통해 향후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인사는 “당과 인연이 없는 윤 대통령 입장에서 여당을 직할체제로 가져가려면 자신처럼 당내 기반이 없거나 약한 사람을 내세우고, 기성 정치인을 통해 견제하는 게 설득력 있는 시나리오”라며 “대다수 의원들은 일단 ‘간장연대’ ‘김장연대’ ‘철권연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발을 걸쳐 놓으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박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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