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빈 없이 우영우 없다...감독마저 감탄한 연기력

입력
2022.07.31 18:00
20면
구독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타이틀롤을 맡은 박은빈. ENA 제공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타이틀롤을 맡은 박은빈. ENA 제공

"1번 어떻게 연기하는지 본다, 2번 감탄한다, 3번 찍는다."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의 유인식 감독이 지난 2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박은빈에 대한 깊은 신뢰를 보이며 한 말이다. 유 감독은 "박은빈 배우의 아이디어가 가미되지 않은 신이 없다"고 했다. 박은빈이 KBS2 드라마 '연모' 촬영을 이유로 출연을 고사하자 '우영우' 제작진이 "대안이 없다"며 박은빈을 1년간 기다린 것은 유명한 일화다. 박은빈은 그 기다림이 옳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국내를 넘어 전 세계로 번져 가는 우영우의 신드롬급 인기는 박은빈 없이 설명할 수 없다.

1992년생으로 한국 나이로 31세(만 29세)인 박은빈은 연기 경력만 26년차인 베테랑이다. 다섯 살 때인 1996년 아동복 모델로 데뷔했다. 이후 '백야 3.98', '명성황후', '서울 1945', '강남엄마 따라잡기', '태왕사신기', '선덕여왕' 등 수많은 현대극과 사극을 오가며 아역 배우로 출연했다. 2002년에는 3개월간 KBS2 '개그콘서트' 수다맨 코너에서 수다맨을 부르는 소녀로 고정 출연한 특이한 이력도 있다.

안전함 대신 모험을 선택하는 배우

박은빈을 성인 연기자로 각인시킨 건 JTBC 드라마 '청춘시대'였다. JTBC 제공

박은빈을 성인 연기자로 각인시킨 건 JTBC 드라마 '청춘시대'였다. JTBC 제공

대중에게 성인 연기자로 각인된 작품은 2016년 방영된 JTBC 드라마 '청춘시대'다. 음주가무를 좋아하고 음담패설에 능숙한 송지원 역을 맡아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보여줬다. 박은빈의 필모그래피는 변신과 도전의 연속이었다. 귀여운 외모와 선한 인상, 맑고 또렷한 음성에 어울리는 캐릭터만 맡지 않았다. 안전함보다는 전작과 180도 다른 모험을 감행했다.

2019년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는 프로야구단의 최연소 운영팀장 역을 맡아 당찬 직장인 여성을, 2020년 SBS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는 차분함 속에 음악에 대한 열정을 품은 바이올리니스트를 소화했다. 2021년 KBS2 드라마 '연모'에서는 쌍둥이 오빠의 죽음으로 남장을 통해 세자로 살아가게 된 이휘를 연기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 행보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로펌의 신입 변호사 우영우다.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운영팀장을 맡은 박은빈. '사이다 발언'을 일삼는 당찬 커리어우먼을 연기했다. 나무엑터스 제공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운영팀장을 맡은 박은빈. '사이다 발언'을 일삼는 당찬 커리어우먼을 연기했다. 나무엑터스 제공


KBS2 드라마 '연모'에서 쌍둥이 오빠의 죽음으로 남장해 세자로 살아가는 인물을 연기했다. 나무엑터스 제공

KBS2 드라마 '연모'에서 쌍둥이 오빠의 죽음으로 남장해 세자로 살아가는 인물을 연기했다. 나무엑터스 제공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박은빈 배우는 연기 공력을 활용해 전작과는 다른 캐릭터를 선택해 왔다"며 "캐릭터를 자기 색깔로 해석해서 보여주는 데 탁월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시청자가 우영우에 사랑스러움을 느낄 수 있도록 캐릭터가 갖고 있는 독특함을 배우가 가진 특유의 귀여운 이미지와 접목해 잘 표현해냈다"고 했다.

주변에선 박은빈을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한 배우"로 평한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는 전문 연주자에게도 기교가 요구되는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를 대역 없이 연주했다. 지난해 12월 코로나19 유행이 한창일 때 '우영우' 촬영이 시작되자 '내가 아프면 안 된다'며 집과 촬영장만 오갔다고 한다. 우스갯소리로 "청교도적인 삶을 살았다(유인식 감독)"고 표현할 정도다.

박은빈은 SBS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손에 굳은살이 박히도록 연습해 바이올린을 직접 연주하기도 했다. 나무엑터스 제공

박은빈은 SBS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손에 굳은살이 박히도록 연습해 바이올린을 직접 연주하기도 했다. 나무엑터스 제공


1990년대생 원톱 배우로 자리매김

하지만 박은빈에게도 우영우는 망설여지는 도전이었다. 엄청난 양의 대사는 물론, 타이틀롤인 박은빈의 연기에 따라 드라마의 성패가 달려 있었다. 박은빈은 지난 6월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처음으로 글(대본)을 읽는데 내가 어떻게 연기하면 되겠는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고심 끝에 찾은 해답은 정공법이었다. 다른 배우의 연기를 참조하기보다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 자체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연기 공력 26년차인 박은빈도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는 우영우를 어떻게 표현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고 한다. ENA 제공

연기 공력 26년차인 박은빈도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는 우영우를 어떻게 표현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고 한다. ENA 제공

그는 "미디어 매체를 통해서 구현된 적 있었던 캐릭터를 모방하고 싶지 않아서, 이를 최우선으로 배제했다"며 "자폐 진단 기준을 살펴보고 전문가와 만나 자폐의 특성을 익히는 등 주로 텍스트로 공부했다"고 설명했다.

유 감독은 "테스트 촬영 때 '제 이름은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입니다.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우영우' 이걸 하는 순간 '옳다구나!' 생각을 했어요. 그걸 어떻게 하라고 (감독이) 설명할 수는 없잖아요. 배우가 확 돌파해 준 지점이 있었고, 그다음엔 편안하게 조력만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당히 정돈하고 준비해서 연기하는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그 외에도 카메라 앞에서 돌변할 때 번뜩이는 직관력 같은 게 있더라"고 했다.

박은빈은 같은 캐릭터만 고집하지 않고, 매번 모험을 택하는 배우다. 나무엑터스·각 방송사 제공

박은빈은 같은 캐릭터만 고집하지 않고, 매번 모험을 택하는 배우다. 나무엑터스·각 방송사 제공

드라마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박은빈을 필두로 원톱 여배우의 세대 교체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고은, 김태리, 김다미, 한소희 등 스타성과 연기력을 갖춘 1990년대생 배우들이 드라마, 영화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박은빈의 다음 작품에 주목하고 있다. 소속사 관계자는 "워낙 좋은 작품이 많이 들어와 있다"며 "결정된 건 없다. 배우가 시간을 갖고 차기작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송옥진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