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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이어도 흡연해도 건강…‘슈퍼 혈관’ 찾았다

입력
2022.07.26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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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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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거나 혈압이 높거나 흡연을 해도 혈관이 건강한 사람이 있다. 무엇 때문일까. 고혈압ㆍ당뇨병ㆍ이상지질혈증 같은 동맥경화 위험 요인이 있어도 혈관이 정상인 ‘슈퍼 혈관’의 단서가 밝혀졌다.

이상학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원홍희 성균관대 의대 삼성융합의과학원 교수 연구팀은 동맥경화를 유발하는 위험 요소가 많이 있어도 혈관이 깨끗한 사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유전자 변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심근경색ㆍ협심증 등 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죽상동맥경화성 심혈관 질환은 고령ㆍ고혈압ㆍ당뇨병ㆍ이상지질혈증ㆍ흡연ㆍ유전 등이 대표적인 원인이다.

한 사람이 이러한 위험 요인을 여러 개를 가지고 있다면 심혈관 질환 발생 확률이 크게 올라간다. 그런데 위험 요인이 여럿 동반된 상황에서도 혈관이 정상인 사람도 있다.

혈관 건강 관여 10개 유전자 변이 발견. 세브란스병원 제공

혈관 건강 관여 10개 유전자 변이 발견. 세브란스병원 제공

연구팀은 혈관 질환 위험 요인이 여러 가지 있는 고위험 환자 중에도 혈관이 깨끗한 경우가 있는 것에 착안해 혈관 보호 유전자가 있을 것으로 가정하고 이를 밝히는 조사를 진행했다.

성별·나이·혈압·콜레스테롤·당뇨병 등으로 향후 10년 간 관상동맥 질환 발생 위험을 계산할 수 있는 프레밍험 위험도 점수가 14점 이상(10년 안에 심혈관 질환 발생 확률 16% 이상)인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관상동맥조영술과 컴퓨터단층활영(CT) 검사 등에서 혈관이 정상인 슈퍼 혈관군 72명과, 위험 점수는 동일하지만 실제 심혈관 질환을 앓는 일반군 94명을 각각 연구했다.

연구팀은 유전체 전체에서 변이를 발굴하는 전장 유전체 연관 분석(GWAS)를 활용해 슈퍼 혈관과 관련 있는 유전자 변이를 발굴했다.

또 유전자 발현량 조절 연구(eQTL)를 통해 유전자 변이와 관련된 유전자 발현량 차이가 실제로 인체 조직 변화를 일으키는지 검증했다.

상염색체 500만 개를 분석한 결과, 슈퍼 혈관과 관련된 변이가 있는 유전자 자리 (locus) 10개를 발견했다. 유전자 자리는 혈관 생성 등에 영향을 미치는 PBX1와 인체 시계에 영향을 주는 NPAS2 유전자 등이 포함됐다. 변이가 있는 다른 유전자들의 인체 내 역할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이상학 교수는 “이번 연구는 혈관 질환자를 주로 대상으로 삼은 기존 연구를 뒤집어 혈관이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했다”며 “고혈압ㆍ당뇨병ㆍ이상지질혈증 등 전통적인 위험 요인을 넘어 새로운 의학적 표적을 발견해 혈관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치료제 개발의 단초가 될 것”이라고 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일본동맥경화학회지(Journal of Atherosclerosis and Thrombosis)에 실렸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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