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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근 리더십 '도마'… 감찰·경고 남발에 경찰들 반응 '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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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취임도 하지 않은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의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올랐다. “쿠데타”까지 들먹이며 경찰을 향해 선전포고를 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견제하기는커녕 징계ㆍ감찰을 무기로 조직원들을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 달 새 두 번이나 “국기 문란”이라며 경고했지만, 현장의 반발은 외려 확산일로다. “경찰국 신설을 떠나 이 장관과 윤 후보자의 행보는 도저히 못 참겠다”는 내부 기류가 공고해진 것이다.
총경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 대기발령을 계기로 경찰 내부 여론은 윤 후보자에게 등을 돌린 모양새다. 그는 25일 경찰 내부망에 “더 이상 사회적 혼란과 우려가 생기지 않도록, 유사 모임을 금하고, 강행할 경우 엄정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내용의 서한문을 올렸다. 경감, 경위 등 중간ㆍ초급 간부들이 추진 중인 30일 전국 현장팀장 회의를 열지 말라고 못 박은 것이다.
해당 서한문엔 하루도 지나지 않은 26일 오후까지 1,200여 개의 ‘실명’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 윤 후보자에 대한 비판 일색이었다. 특히 “스스로 사퇴하라” “지금 그만두고 박수 받고 떠나라” 등 윤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댓글이 적지 않았다. 일부 경찰관은 “천주교 박해냐” “댓글은 금지하지 않았네요”라며 회의 금지 조치를 비꼬기도 했다. 경남의 한 경찰관은 따로 글을 올려 “윤 후보자는 왜 조직에 충성하지 않습니까”라고 직격하기도 했다.
내달 4일 예정된 윤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도 난관이 예상된다. 여야가 첨예하게 맞붙을 게 뻔한데, 그가 정부 여당의 강경 기조에 계속 발을 맞출 경우 일선 경찰관들의 반발이 어디까지 확산될지 가늠조차 불가능하다. 대통령실이 윤 후보자를 임명하더라도 이미 내부 신뢰를 상실한 윤 후보자가 직무수행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회의적 시선이 많다.
서울경찰청의 한 경정급 간부는 “경찰국 신설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경찰들도 초고속 징계 조치를 보고 윤 후보자에게서 돌아섰다”면서 “부하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식물 청장’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원지역의 한 경찰관도 “경찰을 모욕한 장관에게 비위만 맞추는 수장은 인정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윤 후보자의 경고를 비웃기라도 하듯, 전국 현장팀장 회의를 확대 추진하는 시나리오까지 등장했다. 회의를 제안한 김성종 서울 광진경찰서 경감은 이날 내부망에 글을 올려 “현장 동료들의 뜨거운 요청으로 전체 경찰 회의로 변경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1,000여 명 참석을 예상하며 “30일 경찰인재개발원 대운동장에서 회의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김 경감은 “불법적 해산 명령을 우리에게도 똑같이 하실 건지, 회의 참석자 수천 명에게 직위해제와 감찰 조사를 할 건지 두 눈 뜨고 똑똑히 지켜보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전국 지구대장ㆍ파출소장 모임을 제안한 유근창 경남 마산 동부경찰서 경감도 본보 통화에서 “회의는 예정대로 진행된다”고 강조했다. 1,000명 단위 경찰이 한자리에 모이는 자체만으로도 윤 후보자 입장에선 엄청난 부담이 될 전망이다.
다만 회의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대통령과 장관, 여권이 합심해 경찰의 집단행동을 맹폭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소 섭외도 쉽지 않다. 인재개발원 대운동장은 사전 심의를 거쳐 사용 승인이 나는데, 정치 결사 집회나 종교 행사는 불허된다. 경찰 관계자는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벌써 두 차례 국기 문란을 언급한 만큼 운신의 폭이 좁아진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경찰청은 뒤늦게 현장 경찰관들의 의견 수렴에 나섰다. 27일 세종을 시작으로 29일까지 각 시·도 경찰청장 주관 아래 경감 이하 현장 경찰관들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구체적인 진행 방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류 총경 역시 이날 경찰 내부망에 '전국 현장팀장 회의'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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