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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우는 수많은 자폐인 중 하나일 뿐" [마음청소]

입력
2022.07.2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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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국내 최초 자폐인 교수 윤은호씨 인터뷰

편집자주

내 마음을 돌보는 것은 현대인의 숙제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이후엔 우울증세를 보인 한국인이 36.8%에 달하는 등 '코로나 블루'까지 더해졌죠. 마찬가지로 우울에피소드를 안고 살아가는 보통 사람, 기자가 살핀 마음 돌봄 이야기를 전합니다. 연재 구독, 혹은 기자 구독을 누르시면 취재, 체험, 르포, 인터뷰를 빠짐없이 보실 수 있습니다.

25일 저녁 윤은호 인하대 교수가 기자와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손성원 기자

25일 저녁 윤은호 인하대 교수가 기자와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손성원 기자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우영우)를 보면 텔레비전을 껐다가 켰다가 합니다. 쉽게는 못 보겠더라고요."

윤은호 인하대 교수

25일 오후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으로 만난 윤은호(37) 인하대 문화콘텐츠문화경영학과 교수가 한 말이다. '우리 곁의 우영우'와 같은 주제를 예상하고 만났으나, 정작 장애 당사자들은 드라마를 보고 우려 등 양가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에 비장애인으로서 무지했다는 반성이 들었다.

실제로 스펙만 보면 '우영우'와 윤 교수는 닮은 점이 많아 보인다. 주인공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갖고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을 수석 졸업하고 국내 최대 로펌에 들어갔다. 윤 교수도 만 두 살 때 자폐 진단을 받고도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를 다니며 열심히 공부한 끝에 국내 최초로 자폐인으로서 박사학위를 받고 인하대 초빙교수로 2019년 임용됐다. 얼핏 보면 '인간 승리', '장애 극복' 서사 면에서 두 사람은 비슷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윤 교수는 "장애인이라는 정체성 하나로 모든 복합적인 특성을 획일화해서는 안 된다"며 "각기 다른 장애인들을 하나의 관점으로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코스프레와 철도에 관심, 우여곡절 끝에 대학 입학

코스프레 · 윤은호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발행

코스프레 · 윤은호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발행

윤 교수가 자폐인으로서 국내 최초로 대학 강의를 맡게 된 지 약 3년이 지났다. 물론 다양성과 포용이 부족한 우리 사회에서 여기까지 오는 데 어려움이 없진 않았다. 아버지 월급의 절반을 본인의 교육비로 써야 했고, 중학교 때는 전학을 한 번 가야 했을 정도로 학교폭력을 당하기도 했다.

서울대에 지원하려고 했으나, '자폐성 장애'라는 이유로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학사를 졸업한 인하대의 경우 정시 일반전형으로 입학했다. 당시를 회상하던 윤 교수는 "우영우는 서울대를 장애인 전형으로 갔을지, 일반전형으로 갔을지 궁금하다"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석박사 논문 과정은 오히려 윤 교수에게는 '쉽고 재미있는' 분야였다. 윤 교수는 "심사 과정은 비장애인과 소통해야 하니 조금 쉽진 않았지만, 혼자서 논문을 찾아 공부하고 쓰는 게 잘 맞는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학창시절의 스트레스는 좋아하는 것에 몰두하여 해소하려고 했다. 10대 때는 '코스프레'에 빠졌다. 이 같은 활동을 바탕으로 2019년에는 '코스프레'를 학문적으로 연구한 책을 내기도 했다. 철도도 윤 교수의 취미 중 하나다. 실제로 철도신문에서 약 1년간 기자로서 일하기도 했다.

"연애와 미래 등 보통의 고민을"

인터뷰를 진행할수록 윤 교수의 삶에서 장애는 그저 그를 구성하는 여러 정체성 중 하나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일상과 목표, 당장의 고민 등은 비장애인과 크게 차이가 없었다.

"초빙교수다 보니까, '나중에 재임용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가장 크죠. 또 학생들과 소통하는 강의를 하고 싶은데, 정작 제가 질문을 하면 학생들은 대답을 안 합니다. 하하"

혹시 연애나 결혼에 대한 생각이 있냐고 물었다. 그는 "여자사람친구들은 있는데 얘기해 보면 내가 여성분들과 깊은 관계를 맺어가기는 조금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어떻게 다가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있다"고 털어놨다.

"자폐인도 학술 연구하고 열차 운전하는 사회 되길"

윤 교수는 현재 성인자폐 당사자 자조모임 '에스타스'의 공동조정자로서 활동하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윤 교수는 현재 성인자폐 당사자 자조모임 '에스타스'의 공동조정자로서 활동하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윤 교수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 당사자로서 자폐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깨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현재는 성인자폐 당사자 자조모임 '에스타스'의 공동조정자로 활동하고 있다. 윤 교수는 10여 년 전 '자폐증'이란 용어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로 통합된 것에 대해 "사실 당사자들은 '스펙트럼'이라는 용어를 선호하지 않는다"며 "자폐는 저인지부터 고인지까지 다양한데 여러 특성을 하나로 묶어버린다"고 지적했다.

그의 큰 바람은 자폐인도 학술 연구를 수월하게 하는 분위기가 우리 사회에 조성되는 것이다. 그는 "해외에서는 자폐인도 연구자가 되고 학술지를 내는데 우리는 전무하다"며 "자폐인이 고등교육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30대 후반인 그는 40대에 이루고 싶은 목표가 두 개 있다고 했다. "하나는 항공운전 면허 취득이고 또 다른 하나는 철도운전 면허 취득이에요. 자폐인 중 철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많은데, 아직 철도기관사는 안 나왔죠. 제가 그 편견을 깨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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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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