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조현병 유발 DNA 따로 있다…

입력
2022.07.2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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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과학기술원 뇌과학과
엄지원 고재원 교수 공동연구팀
시냅스 접착단백진 분석 통해
지적장애 유발 신규 시냅스 접착신호 기전 발견

(왼쪽부터)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디지스트) 뇌과학과 고재원 교수, 장규빈 석사과정생, 한경아 연구교수, 김동욱 석박사통합과정생, 엄지원 교수.

(왼쪽부터)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디지스트) 뇌과학과 고재원 교수, 장규빈 석사과정생, 한경아 연구교수, 김동욱 석박사통합과정생, 엄지원 교수.


자폐증이나 조현병 등을 유발하는 유전자(DNA)는 따로 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디지스트) 엄지원 고재원 뇌과학과 교수 연구팀이 지적장애와 관련된 신규 유전자 변이를 보고하고 이와 관련된 흥분성 시냅스 활성 신호 기전을 발견했다고 26일 밝혔다. 흥분성 시냅스 신호 활성을 조율해 뇌발달 장애를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연구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경계의 기본단위는 뉴런(신경세포)이며, 뉴런과 뉴런은 시냅스라는 작은 구조물을 통해 신호를 주고 받는다. 시냅스는 신경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특별한 창구로 모든 뇌기능을 관장한다. 이 시냅스는 또 흥분성 시냅스와 억제성 시냅스로 구분된다. 이들 시냅스는 뇌기능이 잘 작동하도록 서로 협력하며 균형을 유지하는데, 어떤 이유로 균형이 무너지면 정신질환 등 각종 뇌질환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흥분성 시냅스 형성에 특이하게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슬릿트랙2(Slitrk2)’라는 시냅스 접착 단백질 유전자 변이가 자폐나 조현병 등을 유발하는 한 원인임을 밝혀냈다.

엄 교수 등은 뇌정신 및 뇌발달 질환을 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DNA 영역 중 단백질 암호화 부분인 엑솜 영역의 염기서열만을 분석하는 엑솜시퀀싱을 통해 기존에 보고되지 않은 다양한 슬릿트랙2 유전자 변이를 검출했다. 이어 변이 유전자가 슬릿트랙2 단백진 구조와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변이 유전자 일부가 슬릿트랙2 단백질 기능을 망가뜨려 흥분성 시냅스 신경전달과정을 저해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흥미롭게도 뇌발달질환 연관 신규 슬릿트랙2 변이들은 모두 트랙B 수용체의 발현 및 활성을 비정상적으로 변형시켰다. 트랙B 수용체는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와 함께 작동해 시냅스 발달을 매개하는 중요 단백질이다. 자폐 등 뇌 발달 질환과의 연관성도 잘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슬릿트랙2-트랙B 복합체를 타겟으로 한 신규 뇌정신질환 치료제 개발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엄지원 교수는 “본 연구는 해외 임상유전학자들과 협업하여 슬릿트랙2 유전자에 문제가 생겨서 X 염색체 연관 지적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는 핵심적 증거를 제시한 최초의 논문”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성과는 디지스트 뇌과학과 한경아 연구교수, 김동욱 석박사통합과정생, 장규빈 석사과정생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국제 전문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Nature Communications)’ 7월15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사업’, ‘기초연구실지원사업’, 그리고 대구경북과학기술원의 ‘미래선도형특성화연구’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정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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