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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가 손 내민 스타트업' K콘텐츠 만드는 김동언 VA코퍼레이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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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인기를 끌며 덩달아 바빠진 신생기업(스타트업)이 있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가상(버추얼)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브이에이코퍼레이션이다. 가상 스튜디오는 촬영 영상이나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배경을 띄워 놓고 영화나 드라마를 찍는 공간이다. 요즘은 게임, 뮤직비디오, 각종 공연과 행사까지 가상 스튜디오에서 진행된다.
오랜 시간 게임업계에 몸담았고 투자 심사역으로도 활동한 김동언(41) 대표가 한류 콘텐츠(K콘텐츠)로 주목받는 브이에이코퍼레이션을 이끌고 있다. 서울 언주로에 위치한 업체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K콘텐츠 확산 전략을 들어 봤다.
김 대표는 지난해 2월 설립된 회사 사업을 가상 제작 환경, 인공지능(AI)을 이용한 가상 인간 개발, 콘텐츠 제작 등 크게 3가지로 소개했다. 이 중에서 가장 강점을 갖고 있는 것이 가상 스튜디오로 대표되는 기반 시설인 가상 제작 환경이다. "스튜디오뿐 아니라 콘텐츠 기획부터 촬영, 편집까지 전체 제작과정을 진행합니다. 필요하면 기획 및 촬영 등 인력까지 제공하죠."
이를 위해 경기 하남시에 1만5,000㎡ 규모의 아시아 최대 가상 스튜디오를 만들었다. 이곳에 가로 53m, 높이 8m, 지름 19m 크기의 거대한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을 원형으로 두른 스튜디오를 마련했다. "LED 화면에 컴퓨터 그래픽이나 실제 촬영한 배경을 띄워 놓고 영화나 드라마를 찍어요. 이렇게 되면 굳이 현장까지 가서 촬영을 하지 않아도 실제 공간에 있는 듯한 효과를 낼 수 있죠."
가상 스튜디오는 날씨 등 실제 공간에서 발생하는 돌발 변수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시간을 놓치면 촬영하기 힘든 해가 뉘엿뉘엿 지며 노을이 깔리는 장면도 배경에 띄워 놓고 얼마든지 여러 번 재촬영할 수 있다. 그만큼 제작사들은 촬영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다. "공항, 법원, 대통령 집무실 등 직접 가서 찍기 힘든 곳도 세트를 만들 필요 없이 배경에 띄워 놓고 촬영할 수 있죠. 여기 필요한 배경 자료를 다양하게 갖고 있어서 식당 메뉴 고르듯 선택하면 됩니다."
이런 장점 때문에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약 40편의 영화 드라마 광고 공연물 등을 이곳에서 촬영했다. "KBS 예능 프로그램, 뮤직비디오, 카카오의 개발자 회의 등도 이곳에서 촬영했어요. 올해 칸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도 이곳에서 아이폰을 이용해 단편영화 '일장춘몽'을 찍었죠."
세계적 인터넷영상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도 이곳에 손을 내밀었다. 다음 달 선보이는 넷플릭스의 독점 영화인 문성현 감독의 차량액션극 '서울 대작전'을 여기서 찍었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에 디지털로 만든 1980년대 차량들이 등장한다. "2019년 개봉한 '스타워즈'의 외전 격인 '만달로니안' 시리즈가 가상 스튜디오 영화의 효시죠. 우리는 굉장히 빨리 시작한 셈이에요. 그래서 할리우드와 기술 격차가 5년 이상 벌어지는 시각효과(VFX)와 달리 가상 스튜디오는 기술 격차가 1년에 불과해요. 충분히 승부를 걸어볼 만하죠."
김 대표는 가상 스튜디오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확장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경기 하남시와 파주시에 추가 스튜디오 건설을 검토 중이다.
하남시는 미군 부대가 철수하면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하남시에 추가 부지를 물색해 스튜디오를 증설하면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도 있죠. 하남시는 서울에서 1시간 이내 거리여서 접근성도 좋아요."
파주에도 약 2만7,000평 규모의 부지를 확보해 대규모 스튜디오를 만든다. "올해 말 착공해 내년에 완공하는 것이 목표죠. 가상 및 일반 스튜디오 등 총 10개의 시설을 지을 예정입니다."
이곳에는 LG전자와 손잡고 개발하는 최초의 국산 LED 월(대형 스크린)이 설치된다. 지금까지 디즈니를 비롯해 전 세계 가상 스튜디오는 중국 ROE비주얼사의 LED 월을 사용했다. 하남의 가상 스튜디오도 ROE의 LED 월을 설치했다. "LG전자와 함께 지난해부터 국산 LED 월을 연구했죠. 파주 스튜디오에 국산 LED 월이 설치되면 국내 LED 산업에 큰 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여기 필요한 비용은 투자 유치로 조달한다. "상반기까지 누적 1,000억 원 이상 투자 받았어요. 이와 별개로 스튜디오 구축을 위한 별도 펀딩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뿐만 아니라 제작 환경을 뒷받침하기 위해 9개의 자회사를 두고 투자부터 배급까지 콘텐츠 사업의 수평 계열화를 추구한다. 정호연 조진웅 김혜준 박진주 등 배우들이 소속된 사람엔터테인먼트와 앤드마크 등 연예기획사 두 곳, 영화 투자 및 배급을 맡은 에이스메이커, 영화와 드라마, 광고, 방송 콘텐츠를 제작하는 포커스엑스, 마스워커, 루트엠엔씨 등 제작사 3곳, 시각효과(VFX)와 모션그래픽을 담당하는 브이에이 모팩과 코스믹레이, 브랜드 전문업체 허스키폭스 등 자회사들과 함께 각종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한다. 넷플릭스 영화 '서울 대작전'도 자회사인 앤드마크에서 제작했다.
브이에이는 이들을 통솔하는 지주사 역할을 한다. 이쯤되면 스타트업의 규모를 넘어선다. "콘텐츠 제작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원스톱 솔루션을 갖고 있죠."
덕분에 동남아 등 해외에서도 콘텐츠 제작 문의가 이어진다. "동남아 여러 나라와 드라마, 예능물 제작을 논의 중입니다. 이렇게 되면 국내 최초의 버추얼 콘텐츠 수출이 되죠."
자회사들은 삼국시대와 고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한 여러 편의 사극도 준비 중이다. "대표적 K콘텐츠로 꼽히는 '오징어 게임' 등이 해외에서 인기를 끌었지만 우리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데 한계가 있죠. 그래서 우리 역사를 알릴 수 있는 작품을 기획했어요. 외국에서는 영화나 드라마 제작할 때 일본과 중국의 문화와 역사를 많이 활용하는데 우리 문화와 역사도 그럴 수 있도록 알리는 작업을 해야죠."
가상 스튜디오가 하드웨어라면 가상 인간과 콘텐츠 제작은 소프트웨어에 해당한다. 가상 인간은 요즘 새롭게 부상하는 컴퓨터로 창조한 가상 캐릭터다. "단순히 대역 배우가 움직임을 촬영하고 컴퓨터로 만든 얼굴을 합성하는 수준의 가상 인간이 아니라 AI를 이용해 스스로 행동하고 판단하는 가상 인간 개발이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LG그룹의 AI 연구소와 제휴해 가상 인간을 개발 중이다. "LG에서 개발한 가상 인간의 활용 방안에 대해 함께 논의 중입니다. 이를 이용해 각종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죠."
이와 별개로 '반디'라는 가상 인간도 자체 개발했다. "반디는 경기도의 사이버 홍보대사를 맡고 있어요. 하반기부터 자회사인 연예기획사 앤드마크를 통해 반디의 활동을 늘리려고 해요. 궁극적으로 연예인처럼 광고, 방송 등의 활동을 하며 수익을 올리는 사업을 염두에 두고 있어요."
가상 인간의 해외 활동도 모색 중이다. “동남아 국가들과 가상 인간을 활용한 드라마 제작도 논의 중입니다.”
이와 함께 각종 지적 재산권(IP)을 확보해 다양한 콘텐츠도 제작할 계획이다. 여기 맞춰 콘텐츠 플랫폼 구축도 추진한다.
원래 창업자는 화장품 업계에서 유명한 이상록 스탠더스 회장이다. 그는 화장품 업체 카버코리아를 창업해 운영하다가 화장품 브랜드 AHC가 크게 성공하면서 2017년 다국적 기업 유니레버에 3조 원을 받고 매각해 화제가 됐다. 이후 그는 2021년 브이에이를 창업했다. 이 회장은 영화를 많이 보는 등 콘텐츠 사업에 관심이 많아 사업의 많은 부분에 전략적 도움을 주고 있다.
김 대표는 연세대 컴퓨터과학과를 졸업한 개발자 출신이다. 게임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대학교 2학년 때 게임개발업체를 창업했다. "나만의 게임을 만들고 싶어 창업했는데 여러 게임업체의 주문을 받아 일부 기능을 개발해 주는 일을 주로 했어요."
이후 그는 회사를 정리하고 게임 '팡야'를 만든 엔트리브소프트에서 병역특례로 군 복무를 마친 뒤 금융기술(핀테크) 업체 딥서치를 창업했다. "AI를 이용해 증권 정보를 모아서 투자자들에게 제공하는 회사였죠."
사업은 잘 됐지만 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를 얻기 위해 그는 로그인베스트먼트라는 벤처투자사에 합류했다. 그곳에서 3년간 투자심사역으로 일하며 게임, AI, 바이오 등 다양한 기업에 투자했다.
이 회장과 인연도 그때 시작됐다. 김 대표는 2020년부터 이 회장의 콘텐츠 사업 프로젝트를 돕다가 지난해 4월 회사 설립 때 합류했다. "설립 준비부터 관여해 사업 내용을 가장 잘 알았기 때문에 대표를 맡게 됐죠. 게임업계에 10년간 몸 담았고 핀테크 창업 경험도 있어서 콘텐츠 사업이 낯설지는 않아요."
그는 게임 개발을 하며 꾸었던 울림 있는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꿈을 지금도 갖고 있다. "청소년 때부터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목적성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겁니다. 청소년에게 익숙한 것들을 이용해 좋은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증강현실(AR)을 이용한 예능 콘텐츠, 메타버스 등을 만들 계획입니다. 또 콘텐츠 인력 육성에도 관심이 많아 지방자치단체 등과 손잡고 교육 사업도 적극적으로 해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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