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쿠데타' 발언에...설훈 "정신 이상한 듯"·추미애 "황당무계한 억지"

설훈 "경찰을 어떻게든 손에 넣고 마음대로 하려는 것"
추미애 "정권의 개가 되길 거부한 건 쿠데타 아니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19일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출마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찰국 신설에 반발해 열린 전국 경찰서장(총경급) 회의를 겨냥해 '12·12 쿠데타'에 비유하자 야권 인사들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장관이 정신이 좀 이상한 것 같다. 이럴 수가 있나"하고 꼬집었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황당무계한 억지를 부린다"고 비난했다.

설 의원은 지난 25일 KBS라디오 '주진우의 라이브'에서 이 장관의 발언에 대해 "그걸 어떻게 12·12 쿠데타에 비유를 하나"라며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쏘아붙였다.

청와대까지 저격했다. 설 의원은 "지금 이 장관이나 청와대 쪽에서는 김대기 비서실장이 똑같이 얘기를 했는데, 경찰을 어떻게든 장악해 가지고 손 안에 넣고 마음대로 하겠다는 취지다. 그것밖에 해석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12·12 쿠데타 의논하고 나오는 거는 지금 정부가 어떤 시각으로 이 문제를 보고 있는지 한눈에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경찰국 신설 관련 전국 경찰서장(총경급) 회의에 대한 행안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설 의원은 정부가 경찰을 과거로 돌리려 한다고 우려했다. 그는 "치안본부에서 왜 경찰청으로 바뀌었나. 치안본부에서 고문하고 그러다가 결국 경찰청으로 바뀐 것 아니겠나"라며 "한 단계 진보한 건데 그걸 다시 또 치안본부식으로 돌리겠다면 거꾸로 가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도 정신이 이상하다고 하면 안 된다, 장관인데'라는 말에 "아니, 12·12 쿠데타에 얘기하는데 그 정도 얘기 못 하겠나"하고 받아쳤다. 이어 "(윤석열 정부에서) 무서운 사람이 없으니까 마음대로 하려 그러는 것"이라며 "독재에 저항하겠다는 심정은 누구든지 갖고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이 장관의 '12·12 쿠데타' 비유에 비판을 가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장관은 12·12 군사 쿠데타에 비유해 황당무계한 억지를 부린다"며 "이는 검사와 경찰을 계급으로 차별하는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한국일보 자료사진

추 전 장관은 "정권의 개가 되기를 거부한 것은 죄가 안 된다. 쿠데타가 아니다"면서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이 역모이고 쿠데타인데, 검찰과 달리 경찰 구성원은 장관의 언어도단적 겁박과 정권의 탄압에 힘들더라도 흔들림 없이 국민을 위한 경찰로 행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회의 참석자들은 집단행동처럼 오해 사지 않도록 검사들이 툭하면 하는 행동 같은 연판장 돌리기나 성명 발표도 자제하고 하지 않았다고 한다"며 "정부는 경찰국 설치 안건의 국무회의 상정을 중단하고 경찰조직이 민주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조직내부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23일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열렸다. 그러자 이 장관은 25일 "경찰 총수인 경찰청장 직무대행자가 해산명령을 내렸는데도 그걸 정면으로 위반했다"며 "군으로 치면 각자의 위수지역을 비워놓고 모임을 한 건 거의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으로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